필자는 여전히 애플 워치에 불만이 많습니다. iOS와 가장 밀접한 스마트워치라는 건 알겠으나 애플 워치라는 기기의 가치에 아직 회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복잡하고, 문제점이 많으며, 기본 기능조차 매우 부실하죠. 그건 지난 WWDC 2016에서 공개한 watchOS 3에서도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애플 워치가 기대되는 이유
 
 애플은 애플 워치를 실험적인 제품보다는 시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판매 초기부터 고가 시계라는 느낌을 주려는 모습이었고, 결과적으로는 고가품 이미지를 얻기에 성공했습니다. 다른 시계 업체보다 높은 평균 가격에 더 많이 판매했으니 말이죠. 그러나 일반적인 시계가 가지는 만족감을 애플 워치가 줄 수는 없었습니다.
 
 


 상기했듯이 애플은 애플 워치를 실험적인 기기로 선보였다기보다는 시장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시도였습니다. 단지 의도하지 않게 실험적인 기기가 된 건 애플 워치라는 제품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탓에 고가품 이미지만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발매 당시 애플 워치는 아이폰의 컴패니언 제품이었습니다. 즉, 아이폰 사용자가 부가적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금도 그 위치가 변한 건 아니지만, 컴패니언 제품인데도 기본 기능보다는 아이폰과 서드파티 앱에 기댄 부분이 많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 관리 부분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평가입니다. 그 탓으로 애플 피트니스&헬스 기술 부문 수장인 제이 블라닉(Jay Blahnik)이 WWDC 2016 키노트에 올라서 직접 건강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건강 기능을 업데이트 하더라도 애플 워치에 빠진 GPS 등 센서는 그대로입니다. 여타 피트니스 기기는 지니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덕분에 애플 워치로 위치와 거리 추적 등을 하려면 아이폰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다른 서드파티 앱과 연동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드파티 앱과 연동해서라도 만족할 기능을 얻을 수 있다고 합시다. 다시 걸림돌이 된 건 서드파티 앱의 실행 속도인데, 애플은 watchOS 3에서 '빨라진 실행 속도'를 내세워 개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불만이 많은 요소였기에 개선하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중요한 건 초기 애플 워치가 아이폰의 컴패니언 제품인데도 서드파티 앱에 의존하게 한 것이 불만을 싹트게 한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만약 충실한 기본 기능에 경쟁사의 컴패니언 스마트워치와 비슷한 가격에 서드파티 의존도가 초기 아이폰의 웹 앱 수준이었다면 서드파티의 실행 속도 등에 사용자가 큰 불만을 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본 기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을 테고, 현재 애플 워치처럼 소비자가 높은 가격만큼 만족도를 끌어올리고자 서드파티 앱을 찾아서 의존할 일이 줄어들었을 테니까요. 그게 진짜 컴패니언 제품이고, 애플 워치가 아이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스마트워치면서도 어중간한 제품이었던 이유입니다.
 
 애플은 애플 워치를 정반대로 포지셔닝했습니다. 디자인과 패션이라는 키워드에 치중하다 보니 제품의 정체성이 되어야 할 컴패니언 요소는 정말 작은 부분이 되었고, 남은 건 디자인과 재질에 따른 가격 차등뿐입니다. 그런데 애플이 애플 워치를 다시 포지셔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애플은 watchOS 2부터 애플 워치에 네이티브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서드파티 앱들이 디지털 크라운이나 심박 센서, 마이크 등 애플 워치의 하드웨어에 접근할 수 있는 API를 공개했습니다. 스마트폰과 똑같은 운영체제 업데이트처럼 느껴지지만, 애플 워치의 포지셔닝이 많이 바뀔 수 있는 개선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아이폰에 의존하도록 했으나 애플 워치가 컴패니언 기기가 아닌 독립적인 기기가 될 수 있다는 여지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watchOS 3의 개선점도 마찬가지죠.
 
 여기서 필자는 아이팟을 떠올렸는데, 2001년에 처음 아이팟이 등장했을 때 포지셔닝도 맥의 컴패니언 기기였습니다. 맥에서 CD로 음악을 듣는 사용자가 CD의 음악을 아이튠즈로 리핑하고, 아이팟과 동기화하여 휴대하면서 음악을 들으라는 거였죠. 그래서 USB가 아닌 파이어와이어만 지원했고, 사실상 맥 사용자만 쓸 수 있었습니다. 그냥 비싼 맥 액세서리였던 겁니다.
 
 하지만 2세대부터 윈도를 본격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여지를 주었고, 2003년에 3세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윈도용 아이팟도 배포했습니다. 그 때부터 아이팟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단순히 윈도를 지원해서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앞서 출시한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라는 콘텐츠 생태계가 활성화한 덕분입니다.
 
 그리고 '윈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가 아니라 '맥을 벗어났다.'라는 게 훨씬 중요했습니다. 아이팟이 맥의 컴패니언 기기가 아닌 독립적인 기기로서 확장할 기회를 얻은 셈이고, 현재는 아이팟을 맥의 액세서리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필자는 애플 워치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두 번의 운영체제 메이저 업데이트로 점점 애플 워치가 독립적인 기기가 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9to5mac에 따르면, 차세대 애플 워치에 GPS 센서가 탑재될 것이라는 뜬소문을 확인할 수 있고, 애플이 미국 특허청에 제출한 특허출원서를 보면 페이스타임이나 바코드 스캔에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애플 워치에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GPS 센서나 카메라 탑재 등이 이뤄진다면 watchOS 2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서드파티 앱들이 접근할 권한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애플 워치의 자체적인 생태계를 늘리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GPS 센서나 카메라가 그렇게 큰 역할인가' 싶을 수 있으나 현재 애플 워치는 두 번의 업데이트로도 포지셔닝이 아이폰의 컴패니언에 머물어 있는 탓에 개발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애플 워치가 아이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죠. 자체적인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독립적인 기기가 될 수 있다면 가격에서도 소비자가 더 수긍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비싼 가격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비싸기만 한 아이폰 액세서리로 인식되기보단 활용 방법에 따라서 만족도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포지셔닝이 바뀔 애플 워치는 다시 기대해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여전히 스마트워치라는 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서드파티 앱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해결 방안 중 하나가 '시리(Siri)'인데, 명확한 방안이 아니라 두루뭉술하고, 필자는 처음부터 스마트워치에 많은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차라리 아이폰의 컴패니언 기기로 남으면서 서드파티 앱보다 기본 기능에 더 충실하고, 일반적인 시계의 느낌을 가지게 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게 가장 좋은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서드파티 앱 의존도는 더 강화해서 애플 워치의 포지셔닝을 바꾸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필자가 주장한 것과 반대의 포지셔닝이지만, 애플이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굉장히 기대됩니다.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적어도 애플 워치의 상황을 결론 내리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남은 건 차세대 애플 워치가 과연 애플 워치라는 카테고리의 포지셔닝을 바꿔놓을 수 있는가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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