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10을 출시했을 때 '패키지는 끝나고, 클라우드로 옮겨갈 것'이라는 건 예상되었던 것입니다. 단지 '시기'와 '방식'이 고민이었고, 금방 실행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기존 윈도 사용자들이 순순히 이행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MS, 윈도10 엔터프라이즈 구독 서비스 시작한다
작년 1월, MS 운영체제 부문 총괄 임원인 테리 마이어슨은 '윈도 10을 서비스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윈도 10을 구독 모델로 삼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MS가 윈도 10의 정책은 기존처럼 버전마다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윈도 10을 기준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일 것으로 보이면서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 ; CC)처럼 구독 형태로 서비스할 수 있다는 뜬소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MS는 이달 초에도 구독 방식 도입을 부인했습니다. 윈도 10 빌드 14376의 시스템 32 폴더에 'UpgradeSubscription.exe'라는 파일이 포함된 걸 확인되면서 출시 1주년 업데이트에 구독 방식이 추가될 것이라는 뜬소문이 있었고, 오피스 365처럼 윈도 10도 구독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윈도 10의 무료 업데이트도 종료를 앞두고 있으니 일리 있는 얘기였죠.
하지만 MS는 부인했고, 논란이 된 파일은 '엔터프라이즈 라이센스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것이며, 일반 소비자용으로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윈도 10 엔터프라이즈는 구독 방식으로 전환할 모양입니다.
블룸버그는 'MS가 윈도 10을 클라우드 구독 방식으로 중소기업에 제공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이 구독 서비스는 '윈도우 10 엔터프라이즈 E3'라는 이름이며, MS의 '클라우드 솔루션 제공 업체(Cloud Solution Provider ; CSP)'를 통해서 사용자당 월 7달러의 비용으로 제공됩니다.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합하여 지원하며, MS가 제휴사에 직접 지원을 제공하여 윈도를 서비스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작년에 마이어슨이 얘기한 부분이 실현되는 거죠.
아직 엔터프라이즈 부문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일반 소비자와는 상관이 없는 얘기입니다. 또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윈도 7이나 윈도 8처럼 구 버전을 쓸 가능성이 크므로 구독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이익을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신 MS에 구독 서비스가 기회인 건 분명합니다. 최근 기업의 PC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운영체제 교체도 시들합니다. 그러나 클라우드를 장점으로 내세운다면 기업이 꼭 사용해야 하는 오피스 365와 보안 지원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기간마다 비용을 지급해야 하지만, 기존 패키지 방식보다 비용을 절감할 방법이 될 수 있고, 이미 어도비의 CC로 검증된 것입니다.
물론 가격 외 구독 방식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에서 운영체제 구독 방식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면 일반 소비자 시장에 대응하는 것도 수월해집니다. 기능보다는 전체적인 서비스와 가격에 중점을 두어서 판매할 수 있는 거죠.
이는 PC뿐만 아니라 모바일과 엑스박스(Xbox) 등 윈도 기기를 통합하려는 계획에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클라우드의 장점을 끌어내지 못하면 각 제품의 운영체제를 통일하더라도 라이센스에 대한 비용을 따로 책정해야 하고, 온전히 클라우드로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장 일반 소비자 시장이 아닌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더라도 주목할 필요가 있고, 성과 여부를 떠나서 MS가 '윈도의 서비스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운영체제를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걸 회의적으로 여기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러나 운영체제라는 틀만 벗어나서 보면 윈도가 서비스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일반 소비자로서 중요한 건 '윈도가 작동하는 비용이 얼마인가'입니다.
PC 제조사에 판매하는 라이센스 비용이 있고,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는 비용도 책정해야 하므로 꽤 시간이 걸리겠죠. 다만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구독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는 것으로 정책적인 부분이나 시장 반응, 그리고 구독 서비스의 성장 방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MS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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