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의 이해진 의장의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라는 발언이 한국의 IT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IT라기 보다는 기업의 현실을 보여주며 IT를 도태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고 해야하는 것일까요. NHN에서 네이버를 볼 수 있었습니다.
NHN에서 네이버를 보다
국내 1위 포털로써 오랜 시간 자리해온 네이버의 NHN은 한국 IT의 상징이며, 중심의 한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끊임없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또한 네이버입니다. 이에 이해진 의장은 소니나 노키아가 무너진 것을 언급해 위기론을 펼치며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꼬집었습니다.
위기인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 정작 왜 위기인지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일까요?
네이버가 위기인 이유
이해진 의장은 '요즘 NHN은 게임과 서비스 출시도 늦고 콘텐츠마저 엣지(독창성) 없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구글이나 애플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뉴스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아마 모바일에서 뒤지고 있는 것에 대한 말인 것 같은데 이게 요즘의 일인 것일까요? 네이버가 스스로의 독창성을 가지고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몇가지나 되나요? 대부분이 기존 다른 업체의 서비스를 네이버화 한 것이며, 그것에 압도적인 네이버 점유율과 자본을 빚댄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카페나 미투데이, 오픈사전, 라인, 포토앨범, 웹툰, 소셜게임 등은 하나 같이 다른 업체에서 뜨기 전부터도 존재했었지만 가만히 있다가 이런 서비스들이 뜨기 시작하자 내놓은 것들 입니다.
'이해진 의장은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기존부터 존재하던 아이디어에 고객 만족도를 높혔을 뿐'이라고 했는데, 언제 네이버가 '고객 만족도'를 높힌 서비스를 하려했나요? 분명 기존에도 검색 서비스가 있었고 SNS가 있었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들 나름대로 특화하여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에 미투데이만 보더라도 외형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짬뽕이고 속은 연예인 마케팅과 이벤트를 통해 유지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소셜커머스가 소셜은 없고 커머스만 남아있는 것처럼 SNS인데 소셜은 없고 비슷한 서비스 만들어 놓고 포털을 이용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연예인이나 이벤트 떡밥이나 던진다는거죠. 네이버는 사용자들에게 이벤트를 열어주거나 연예인과 친구 할 수 있게 해주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나봅니다.
그럼 Path나 핀터레스트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는 것일까요? 네이버가 하고 있는 것은 분석을 통한 '벤치마킹'이 아니라 따라하기에 불과합니다.
옆집 국밥집이 잘되면 나도 국밥을 파는거죠. 그러다 다른 옆집에 까르보나라가 잘되면 그것도 팝니다. 연예인 불러서 사인회나 해서 사람모으고 말이죠. 그런데 분석은 안하고 따라하기만 하니 음식의 맛이 없습니다. 사인회를 하지 않으면 맛없는 집에 손님이 올릴 없죠.
아마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가 연예인 마케팅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이 활성화 된 시장에서 기존의 타 서비스를 잡아먹는 식의 방식이 통하지 않고, 포털이 아닌 단독으로 떨어진 앱이 되어 서비스의 정책성들이 부족함을 잘 보여줬으며 그것이 모바일 점유율에서 뒤쳐지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 덕에 웹의 사용 형태도 많이 변했습니다. 네이버 검색이 아니라 구글 검색, 네이버 메모가 아니라 에버노트, N드라이브가 아니라 드롭박스 등의 사용도가 높아졌고 포털에서 아무리 뭉쳐 제공해도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것은 네이버의 점유율 하락을 의미합니다. 갈수록 심화되겠죠.
그건 야근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해진 의장은 '야근하는 직원을 위해 10시로 출근 시간을 조정했더니 7시에 퇴근해서 10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출근 시간을 늦추고 사무 환경을 개선한 것은 절박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직원들을 위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야근을 해야 절박하고 치열해지나요? 정신피로가 쌓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가 잦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특히 9시 이후 부터 새벽 3시까지는 정신피로가 가장 많이 쌓이는 시간이며, 이는 기억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하물며 몸이 아닌 머리를 써야하는 IT 직업상 이런 피로를 취미와 여가를 통해 풀어주고 회복한 뒤 업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야근이라니요?
NHN이 삼성보다 편해서 취직했다는 것은 개발자가 개발을 위해 쏟을 수 있는 시스템이 편하다는 뜻일겁니다. 업무 강도가 느슨해서 몸이 덜 찌뿌둥하다가 아니라는 말이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봐야 '이런거 말고 외국의 뭐는 어떻게 해서 대박을 쳤던데 그거 비슷하게 해와'라는 곳이 아니라, 기획자와 개발자, 디자이너가 편안한 환경에서 협업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 등의 개발자들을 주도적인 환경이 NHN에게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경영진의 우두머리인 이해진 의장의 발언에서 왜 위와 같은 연예인 마케팅이나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듯합니다. 경영진이 시장에 대한 분석은 제대로 하지 않고, '빠르게 따라가야 한다.' '절박하고 치열해야 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집중과 속도뿐'을 외치고 닦달 하는데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요?
야근이나 시켜서 유능한 직원들의 머리를 굳게 만드는 것이 네이버의 위기론을 무찌를 수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 일까요?
한국기업
저 모습은 한국 대부분 기업의 모습입니다. 물론 '야근'이라는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건 아닙니다. 엔지니어로써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것을 더욱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열정은 밤샘작업도 마다하게 합니다. 또한 아이디어를 생산하기 위한 뇌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프로젝트의 완성 시간을 단축하는데 있어서 모든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강압적인 것이 아닌 자기주도적인 것이여야 하며, 프로젝트의 속도를 가속시키기 위해 경영진이 야근을 꾸리는 것이라면 그만큼 직원들을 다독이고 이끌어 줄 수 있는 리더쉽을 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잡스는 한날 소음 없는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얼마 안되는 기간을 제시하며 제작해내라고 엔지니어들에게 주문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주어진 기간 안에 그것을 해내기 위해 밤샙 작업도 했습니다. 그런 일은 허다했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잡스는 언제나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유능합니다.' '해낸다면 최고의 업적을 이룬 것입니다.' 등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개발자의 열정보다 계산기를 두들겨 효율을 따지는 경영진의 문제점이 현재 네이버 서비스에 고스란히 베여있고, 야근 안한다고 조기 축구 동호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기업이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걱정스럽습니다.
'IT > IT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엔비디아, 모바일 그래픽 콘솔 넘을것. 하지만? (13) | 2012.04.23 |
---|---|
인텔과 레노버, 둘의 관계를 주목 할 필요가 있다 (8) | 2012.04.19 |
이북리더(e-book reader)는 더 진화할 것이다 (2) | 2012.04.14 |
태블릿의 크기는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까? (4) | 2012.04.12 |
다시 만난 포스코와 구글, 협력 관계에서 본 의미 (4) | 2012.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