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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아이리버,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까?

 국내 MP3의 신화, '아이리버가 13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점점 브랜드도 잊혀가는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아이리버의 부활을 기대할만큼 애정있는 회사인데요, 그래서 이번 흑자 소식이 화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적을 다음 분기에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아이리버,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아이리버는 올해 1분기에 매출 377억원, 영업이익 7억원, 당기순이익 8억 9천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전자책 단말기 라인인 '스토리'가 판매호조를 보였고, 유아용 로봇이 키봇도 관심을 받으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이제 전자책 단말기를 팔아서 2분기에도 흑자를 남길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번 흑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려는 것일까요?




현재의 아이리버




 아이리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MP3플레이어'입니다. MP3플레이어로 가장 호황을 누렸던 기업 중 하나인데요, PMP 시장에 먼저 진출 했음에도 낮은 단가로 승부를 본 코원과 아이스테이션에 밀리기 시작했고, 그 후 휴대성을 강조한 MP4플레이어까지 쭉 밀려나갔습니다. 그런 와중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완전히 밀려날판에 놓은 아이리버는 전자사전 '딕플'을 내놓았지만 신통지 않았습니다.

 밀려난 아이리버는 네비게이션도 만들었고 스마트폰, 태블릿, 스피커, 전자책도 만들어냈지만 어느것 하나 제대로 판매된 것이 없었습니다. 계속 적자를 이어나갔죠.그런 와중에 '스토리K'와 '키봇'이 인기를 끌며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키봇의 경우 수출 계약도 이루어내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죠. 그래서 '아이리버가 부활하는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흑자는 아이리버의 힘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스토리K는 '교보문고'와 함께 출시했습니다. 교보문고를 등에 얹었다고 봐도 좋은데, 이전에 내놓은 스토리 제품도 디자인도 이뻤으며 한국의 킨들로써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죠.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좋은 디자인과 이전에 비해 저렴해진 비용, 그리고 교보문고를 통한 마케팅으로 스토리K를 성공한 후 '스토리K HD'를 선보이면서 상승세를 밟고 있습니다. 교보문고가 없었다면 스토리K 시리즈도 이전 버전과 다를바 없었을지 모릅니다.

 키봇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KT가 받쳐주고 있었죠. 대부분의 마케팅을 KT가 했다고봐도 무방할정도로 키봇을 아이리버가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리버가 혼자서 해왔던 전자사전, 네비게이션, 스마트폰, 태블릿, 스피커, 전자책 모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교보문고와 KT가 함께한 프로젝트는 성공했죠.




정체성




 아이리버는 올해 'X200'이라는 '차량용 블랙박스'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런 제품이 출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죠.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리버가 특이한 제품을 만들면서 정체성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럼 이제는 뭘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입니다.

  'MP3 제조사'로써 호황을 누렸지만,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히트 친 제품이 없습니다. 전자사전을 만들어도 '무너진 MP3 제조사'였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만들어도 '망한 MP3 제조사'였습니다. 만약 어떤 주력제품이 있는 상태에서 X200을 내놓았다면 'OO의 아이리버가 내놓은 블랙박스'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미 정체성이 없는 아이리버가 무엇을 만들어 내든 관심 자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리버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요?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아예 간보는 수준이였습니다. 출시한 제품은 어중간한 것이였고, 후속 제품도 없었죠. 여전히 '과거 영광을 누린 MP3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과 태블릿' 밖에 되지 못했습니다. 이제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책'은 어떨까요? 이이리버는 컨텐츠 회사가 아닙니다. 자체적인 이북 유통 구조도 없을 뿐더러 '아이리버뮤직'의 음악처럼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컨텐츠도 아니죠. 그렇다고 플랫폼 회사로써 뻗어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현재 주력이 전자책이라면 교보문고나 한국이퍼브에 주문받은 전자책 단말기를 찍어내는 제조사로 전락해버리겠죠. 그런데 그런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제조사는 아이리버 말고도 넘쳐납니다. 그래도 노하우가 있으니 맡길 순 있어도 아이리버라는 브랜드는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정체성이 없다면 어떤 제품을 내놓더라도 잘 팔릴 수가 없죠. 스마트K와 키봇도 교보문고와 KT의 그늘에 가려진 제품이고, 아이리버 MP3 세대가 남아있기 때문이지 새로운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면 이후 세대에게 있어서는 '아이리버'라는 브랜드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이미 잊혀지고 있죠.




기대감




 이렇게 말해도 아이리버에 대한 기대감을 져버릴 순 없습니다. 애플이 다 망해가는 상황에서도 애플팬보이들은 애플에 기대하기도 했으니까요. 분명 아이리버의 시대를 겪어봤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기대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흑자가 그 기대감을 반영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회광반조 [回光返照]'라는 말이 있죠. 아이리버가 해가 저물기 전에 반짝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리버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코원은 일찌감치 제조사의 영역에서 벗어나 컨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미 제트오디오를 통해 소프트웨어 시장에 먼저 앞서있던 코원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면서 제조사 이미지를 탈피해 나가고 있습니다. 코원의 이재용 인터넷미디어사업부 상무는 '하드웨어로 컸지만 이익률을 소프트웨어가 훨씬 크다. 단품 위주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서비스 하는 모델을 지향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코원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말이 길지만 간단히 '플랫폼 회사'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카라의 일본어 여행'이나 '스쿨톡' 등을 시작으로 컨텐츠를 늘려가고 향후 자사의 단말기를 통한 유통을 시작하겠죠.


 그러나 아이리버는 그렇지 못합니다. 여전히 하드웨어 제조사로 남아있고, 그조차도 다른 기업의 힘을 빌리고 있습니다. 물론 키봇의 경우 소프트웨어와 본체 제조는 아이리버가 했고, KT가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지만 아이리버가 직접적으로 컨텐츠 시장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지금이야 이익을 낼 수 있겠지만 나아가서는 그다지 영양가가 높지 않다는 것이죠.


 과거 한국 IT 기업 중 기대되는 기업 중 항상 꼽히는 것은 '아이리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쇠퇴를 걷고 있고, 흑자를 내고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런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제품라인의 변화가 아니라 아이리버에 변화가 없다면 다시 적자의 나락에 빠질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