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M(리서치 인 모션)은 새로운 '블랙베리10'의 개발자 단말기를 공개했습니다. 어느정도 예상과 우려를 동반했던 '물리 자판 제거'를 한채로 말이죠. RIM이 물리자판을 제거한 것은 풀터치스크린을 통해 앱생태계를 꾸리는 것과 커다란 화면으로 메일과 웹브라우징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유일한 아이덴티티를 버렸습니다.
블랙베리의 유일한 아이덴티티를 버린 RIM
블랙베리의 외형적 특징이라면 물리키보드와 트랙패드를 꼽을 수 있는데요, 새로 공개 된 블랙베리10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멀건 디스플레이 하나만 덜렁 달아놓았죠. 아이폰 같아 보이기도 하고 갤럭시 같아 보이기도 한데요, 필자는 예전에 블랙베리의 수요층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블랙베리는 수요층을 버렸습니다.
키보드
길을 걷다가 물리쿼티자판이 달린 바형태의 휴대폰을 본다면 '블랙베리 아니야?', '블랙베리인가?'라고 보통 생각하게 됩니다. 그게 진짜 블랙베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생각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블랙베리=물리자판'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물리자판을 가진 휴대폰 중 가장 유명한 제품이 블랙베리고, 물리자판이 달린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층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제품도 블랙베리입니다.
그런데 키보드를 떼버렸으니 물리자판 수요층은 삼성의 갤럭시프로나 HTC의 차차나 타타를 고려하겠죠. HTC는 새로운 페이스북폰을 선보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물리자판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미 차차는 꽤 많이 팔렸고, 저렴한 가격때문에 국내 이용자도 다수 존재하니까요.
말그대로 블랙베리가 차지하고 있던 물리자판 시장을 내다버리고 이제 더 힘든 풀터치스크린 시장으로 스스로 들어온 것입니다. 풀터치스크린 수요층은 블랙베리의 무엇을 보고 구입을 하게 될까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대부분을 잡아먹고 있고, 기대주인 윈도우도 이제 1%의 점유율을 차지했는데 말입니다.
그만큼 블랙베리를 지켜주고 있던 것이 물리자판이였는데, RIM은 물리자판 때문에 블랙베리가 망했다고 생각하나봅니다.
차라리
태블릿과 블랙베리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의견의 글을 썼었죠. 그때는 비즈니스 시장에 따른 의견이였는데, 이번에는 물리자판에 대한 의견입니다.
차라리 블랙베리의 물리자판을 내버려두고 저렴한 가격에 출시한 후 태블릿과 패키지로 판매하여, 풀터치스크린 포지셔닝을 태블릿으로 옮기는 겁니다. 그리고 물리자판은 태블릿과 블루투스든 와이파이든 연결하여 키보드로 사용할 수 있게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굳이 태블릿을 위한 물리키보드는 따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장단점을 보완해줄 수도 있죠. 물론 가격은 저렴하게 HTC의 차차 수준이면 좋겠네요.
풀터치스크린을 탑재하는 바람에 이제는 블랙베리가 응용프로그램을 따라가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똑같은 앱생태계로 간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안드로이드의 45만개의 앱과 아이폰의 55만개의 앱을 따라잡아야합니다. 당장에 윈도우폰의 1만개 앱이나 따라잡아야겠네요. 그만큼 개발자 투자를 많이 하는 윈도우조차도 10만개에 달하기 위해서는 한참 남았습니다. 그것도 저품질 앱들도 메우고 있는 실정이죠.
정말로 차라리 물리자판을 달아둔채 블랙베리의 아이덴티티에 걸맞는 앱을 제작하는 편이 어땠을까 싶습니다. 스마트폰 이용자 평균 사용하는 앱의 수는 30~50여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정도의 킬러앱만 블랙베리의 지원 아래 개발된다면 충분하겠죠. 게임은 버립시다. 윈도우의 피플허브 같은 허브서비스와 기존 메세지 허브를 강화하고, 사용자 환경을 더욱 편하게 개선하여 메세징폰으로 그리고 태블릿은 Papers나 doctape 같은 논문, PDF 관리 프로그램에 블랙베리의 서버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을 지원하기만 해도 블랙베리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판매가 가능했을겁니다.
RIM은 물리자판에 대한 최대한의 노력을 해보지 않고, 그냥 때버렸습니다. 다른 제조사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물리자판을 떼버린 블랙베리는 매력을 잃었습니다. 수요층도 잃었습니다. 이제 개발자도 잃고, 직원도 잃고, 돈도 잃을지 모릅니다.
풀터치스크린
재미있게도 이제 막 블랙베리가 들어온 풀터치스크린 시장에 소비자는 이미 질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일러스 펜이나 음성인식 등의 새로운 입력장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죠. 하지만 주는 역시나 풀터치스크린입니다. 그런데 구입의향에 있어서 더이상 풀터치스크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겁니다. 풀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조작을 주로 하지만 소비자는 그 외의 것에 끌립니다. 블랙베리는 그외의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있던 물리자판도 버렸습니다. RIM은 소비자가 블랙베리 로고를 보고 살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일까요? 블랙베리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구입하는 사람이 없으면 평가도 적어지고 관심도 적어지게 됩니다.
나중에 블랙베리에 펜도 달고 음성인식을 달고 나와도 이미 시장에 잔뜩 있는 것들이니 소비자는 또 질려하겠죠.
이런 의견을 내놓아봐야 블랙베리가 찾아와서 읽어줄리 만무하고, 이미 자판은 떼버렸죠. 그리고 제 의견이 100% 맞다라고 얘기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유일한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블랙베리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더 어려워졌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애플의 앱생태계나 홈버튼, 안드로이드의 오픈화나 다양화, 윈도우의 메트로UI나 통합처럼 블랙베리만의 새로운 아이텐티티를 찾아내지 않으면 정말 '이쁜 쓰레기'로 버려지겠죠.
정식 판매버전이 나와야 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겠지만, 과거 스마트폰의 왕자답게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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