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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크롬박스, 구글의 데스크톱이 의미하는 것

 삼성이 크롬OS를 탑재한 새로운 하드웨어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데스크톱'입니다. 이전에 크롬OS의 크롬북이 출시가 되었었지만, 데스크톱이 출시 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죠. 그런데 누가봐도 이 제품으로 판매고를 올리기 위함은 아니라는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도대체 팔리질 않을 제품을 왜 계속 출시하는 걸까요?






 크롬박스, 구글의 데스크톱이 의미하는 것


 이 데스크톱의 이름은 '크롬박스(Chrome Box)'입니다.

 사실 크롬박스는 이미 작년 5월에 모습을 드러낸 바가 있습니다. 구글의 I/O 키노트가 있던 날 크롬북과 함께 크롬박스가 모습을 보였었지만, 정식으로 출시되진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금 크롬박스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죠.




크롬박스




  크롬박스는 인텔 셀러론 듀얼코어 1.9GHz 프로세서, 인텔 HD 그래픽스 3000, 4GB 메모리, 16GB SSD의 사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확실히 크롬북에 비해서는 성능이 향상된 모습입니다.

 USB포트도 6개로 넉넉하며, 이더넷, DVI, 디스플레이포트가 지원됩니다. USB는 2.0이며, HDMI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덕분에 대신 들어간 디스플레이포트 때문에 선을 꽂으면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해보이는 점은 아쉽네요.


 디자인의 애플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맥미니? 혹은 에어포트? 혹은 애플TV의 납작한 모습말이죠. '그럼 작은 데스크톱을 어떻게 디자인하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mini desktop'을 검색해보면 대부분이 기존 데스크톱을 줄여 길쭉하게 만들어놓았죠. 예전에 두툼했던 맥미니 이후로 큐브형 디자인이 선호되기까지 했고, 이미 많은 포럼에서는 맥미니를 닮았다는 말을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겠네요.


 운영체제는 크롬OS가 적용되었고, 얼마전 선보인 아우라UI를 탑재했다고 합니다. 맥과 윈도우를 합쳐 놓은 듯 한 모습으로 크롬에서 웹어플리케이션을 편하게 사용하도록 제작된 것이 특징이죠. 크롬박스는 특이하게도 데스크톱인데 3G무선통신을 지원합니다. 선택적으로 와이파이버전과 3G버전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3G버전에 큰 의미는 없을 듯 합니다.

 가격은 와이파이 버전이 $399, 3G 버전이 $449로 저렴한 가격은 아닙니다. 아직 제대로 틀도 안잡힌 크롬OS와 사양을 생각한다면 비싼 가격이라 볼 수 있습니다. 3G 버전은 버라이즌을 통해 사용이 가능합니다.




누가 사나?




 기즈모도는 이걸 '누가 사냐'고 평했습니다. 필자의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양에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크롬OS와 그리고 너무 높게 책정 된 가격의 제품을 구입할 사람은 ITGeek을 제외하면 없을겁니다. 미니 데스크톱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도 이거보다 싸고 다양한 호환이 가능한 윈도우가 탑재된 제품을 알아보겠죠.

 크롬의 웹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문서작성이나 간단한 그래픽작업 및 부가기능을 통한 웹브라우징 등 사실 왠만큼의 사용은 가능합니다. 거의 웹과 클라우드에 중점을 두고 말이죠. 그런데 그러는 것보다 차라리 넷북을 사서 디스플레이에 연결하는게 더 저렴할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많이 팔려고 만든 제품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은 크롬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삼성과 아수스 두곳에서 제작 된 크롬북은 가격도 비쌌고, 아톰을 장착해서 '그냥 넷북을 사서 크롬을 설치해서 쓰고 말지 굳이 살 이유가 있나?'며 조롱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슬립기능이나 웹어플리케이션의 빠른 구동에서 크롬북이 앞서긴 했지만, 아직 인식자체는 크롬보다는 윈도우가 앞서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걸 왜 만들었을까요?




크롬존




 구글이 '크롬존'이라고 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런던에 1호점을 오픈하고 계속해서 크롬존을 늘려갈 생각이라는 구글은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 크롬존에는 크롬북과 크롬북의 악세서리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구색적으로 굉장히 허접하다는 것이죠.


 사실 애플스토어도 구색이 빵빵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맥, 악세서리가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매장은 크고 많은 사람이 방문합니다. 올해 1분기에는 애플 스토어에 8천 5백만명이 방문했으며, 주당 1만 8천명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삼성처럼 세탁기나 에어컨, TV 등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것도 아닌데 어마어마한 방문자가 애플스토어를 들렀다 갑니다. 여기서 크롬박스의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구글이 크롬존을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애플은 애플스토어라는 체험형 매장을 통해 애플의 제품을 누구나 이용해보고 구입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색이 얼마 되지 않는데도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이유는 그것입니다. 소비자는 스토어를 방문해서 애플 기기를 언제든 만져보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놀이터처럼 이용해도 별 문제되지 않죠. 거기서 애플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도 합니다. 8천 5백만명의 방문자 중 절반만 악세서리를 하나씩 사가더라도 굉장한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건 곳 애플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도 하죠. 그걸 구글도 하고 싶은 겁니다.


 얼마 전 루머 중에 '구글이 최소 5개의 제조사에 레퍼런스폰 제작을 맡긴다'는 것이 있었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또한 크롬존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서비스를 판매해야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할 하드웨어가 충분해야 소비자들이 다양하게 이용해볼 수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라면 일단 상품의 구색을 늘릴 필요가 있고, 크롬존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아직 크롬OS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크롬OS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쓸만한지에 대해서 충분한 수요 조사가 이루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롬OS를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사용해보게 하고 그걸 판매로 이을려면 크롬존의 역활이 큽니다. 그 역활을 잘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상품의 구색이 필요하고 크롬박스도 현재는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 위함이라는 겁니다.


 필자는 크롬박스가 비싸다고 얘기했습니다. 그 이유는 크롬OS가 아직 얼마나 유용하다고 장담을 할 수 없기때문입니다. 현재 크롬브라우저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활용정도가 전부라면 저건 비싼 가격입니다. 그런데 맥미니 기본형의 가격은 거의 두배입니다. 한국에서는 기본형이 750,000원에 팔리고 있는데 그런데도 팔립니다. 사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구동을 했을시에 퍼포먼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팔립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맥이 크롬OS보다 아직까지는 인식이 좋고, 윈도우였더라도 마찬가지였을거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구글은 최대한 많이 크롬OS를 다양하게 소비자에게 선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팔릴 것 같지도 않은 크롬박스를 내놓은 이유입니다. 어차피 크롬박스도 얼마지나지 않아 크롬북처럼 단종되버릴겁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가 구글의 미래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필자가 보기엔 크롬OS를 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것도 웹을 통한 어플리케이션 제공과 작동이였습니다. 그때문인지 안드로이드 허니콤을 내놓고도, 크롬 태블릿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하고, 안드로이드와 크롬이 통합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것이죠. 결국에 구글은 웹을 더 생각하고 웹을 지향하는 쪽으로 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크롬OS를 성장시킬 필요가 있고, 그 성장을 위한 크롬존이나 크롬존의 구색을 맞춰 줄 크롬 OS 제품은 필요한 것이죠.


 아직은 '차라리 우분투를 설치해라'고 할 정도로 평가가 저조한 크롬OS지만, 안드로이드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사용자를 늘려가는 방안으로 간다면 새로운 OS 시장을 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