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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불법 다운로드, 막는 것이 방책일까?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 위해 컨텐츠 제공자들은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DRM을 씌우고 다른 경로를 막는 등으로 자사의 컨텐츠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죠.

 그런데 불법 다운로드를 막으려고 하는 것만이 방책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불법 다운로드, 막는 것이 방책일까?


 얼마 전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오라일리 미디어의 창업자겸 대표, '팀 오라일리'와의 인터뷰 기사였었는데, 불법 다운로드가 문제는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라고 밝힌 인터뷰였습니다.



 저 발언에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방어책이 없으면 그건 좋은 먹잇감인데 그걸 무상으로 쓰지 않길 바라는 것은 바보 같은 짓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불법 다운로더들에게는 그렇게 들리겠죠.




DRM-Free




 오라일리의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말이기도 합니다. '잡스'입니다.


 잡스는 아이튠즈를 출시하면서 'DRM-Free'를 강력하게 외쳤습니다. 사람들은 제제받는 것을 싫어하기때문에 어떤 기기든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음반사들을 설득했습니다. 물론 잡스의 이런 발언은 사업적이 면이 컸습니다. 음악시장에서 걸음마를 하고 있던 애플 입장에서 DRM을 없애버리면 자유롭게 풀리는 음악파일 때문에 경쟁자였던 아마존을 밀어붙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고 실제로 아마존을 따라 잡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아마존도 DRM을 풀어버렸죠.

 어찌되었건 사업적인 면을 제쳐두고라도, DRM을 없애버린 것은 디지털 음반 시장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신기하게도 정식 다운로드 수가 늘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수익구조 또한 바뀌어 많은 저자작들이 다운로드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줬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은 지금도 꾸준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죠.




역으로 생각하라




 인터넷의 발전과 디지털 시장의 확대가 불법 다운로드를 낳았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이런 불법 공유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음악을 녹음테잎으로 복사하거나 게임테잎도 복사했고, 비디오테잎도 카피본을 만들어 공유했습니다. 그게 디지털로 옮겨간 것입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그게 더 확대가 되었으니 테잎을 복사하는 것보다는 큰 문제로 인식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그 말은 정답입니다. 단지, 이러한 불법 공유라는 현상이 이 시대를 기점으로 일어나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것죠. 좀 더 발전한 형태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테잎 카피본이 넘쳐났지만 무료로 배포되는 걸 얻으려는 사람은 적었습니다. 보통 정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려고 했죠. 이유는 음질이나 게임의 경우 실행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카피본이라도 제대로 된걸 구하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정말 단순한 논리인데 불법 다운로더도 음질이 좋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파일을 다운로드 받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불법 다운로더들은 좋은 파일을 얻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가끔 P2P사이트에 결제를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정품 다운로더들은 음질이 좋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파일을 다운로드 받고 있습니다.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말이죠. 그런데 빗장이 걸려있습니다. 내가 돈을 주고 구입을 했음에도 빗장이 걸려있다면 그건 내 파일이 아닙니다. 이 스마트폰이 아닌 이 MP3플레이어에서도 동작을 해야하는데 파일을 옮길 수 없다면 이 다운로더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다시 MP3파일을 다운로드 받거나 DRM을 풀어보려하거나 그리고 '빗장이 걸리지 않은 음질 좋고 아무런 문제 없는 파일을 불법 다운로드 하려거나', 세가지 중 선택을 하게 되겠죠.


 과거나 현재나 소비자들은 좋은 파일을 얻으려고 돈을 지불하건 차기 위해 시간을 보내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타협선이 맞아지면 카피본이라도 돈을 지불해서 구입을 하게 됩니다. 그건 변하지 않았고, 소비자의 본성이라는 겁니다.




최저임금




 'You are working for under minimum wage.'


 잡스는 불법 다운로드를 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적이는 사람들에게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일'을 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왜 사람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하느냐는 것에 '대체할 수 있는 합법적인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에 아이튠즈는 디지털 음반 시장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그 대체할 수 있는 합법적인 서비스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DRM을 풀기 위해 시간을 쓴다면 불법 다운로더처럼 똑같이 시간을 허비하고, 최저임금만도 못한 일을 하게 됩니다. 소비자는 허비하지 않기 위해 불법 다운로드를 하려고 할지 모릅니다. 사업자보다는 소비자가 영악하고 합리적입니다. 전체적으로 와레즈가 활보하다 침체된 이유를 보면 악성코드가 주된 원인이였고, 합리적인 소비자는 악성코드가 없는 파일 구하기 위해 정품을 구입했습니다.


 그렇다면 컨텐츠 제공자는 소비자가 합리적이라고 판단 할 수 있는 서비스와 컨텐츠를 제공하기만 하면 됩니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불법 다운로드를 막으려는 것은 그 이후가 되어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소비자의 본성이 합리적이라면 돈을 지불한다는건 알았고, 그게 P2P 사이트로 들어가지 않게 좋은 서비스를 먼저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어떤 컨텐츠건 소비의 합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소비자는 지갑을 열 것입니다. 그게 저작자에 대한 위로나 동정이 아닌 소비자로써의 권리라는 것은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몰상식한 사람들을 위해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팁을 주자면 불법 공유를 유도하십시오. 직접 공유를 하고 그 파일에 악성코드를 담으십시오. 그렇다면 그걸 받은 사람은 합리적인 소비자로 바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