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맥북프로가 화제입니다. 이미 모든 재고를 소진하여 구입하는데에 대기 시간이 3~4주 기다려야하고, 가장 높은 해상도와 얇은면서 강한 힘을 지닌 지닌 이 노트북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단순히 성능이 좋기 때문에? 성능만을 본 것이라면 쉽게 지갑을 열진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맥북프로에서 본 서랍의 뒷면
막상 뉴맥북프로의 디자인을 보면 달라진 점을 꼽을 수 없을 것입니다. 기존 맥북프로가 얇아진 디자인, 그 이상을 이야기하기에는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디자인의 특별함은 없다는 것입니다.
참 '맥북'스러운 디자인입니다.
그래서 애플은 우리가 서랍의 뒷면을 보도록 했습니다.
조나단 아이브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부사장인 '조나단 아이브'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산업디자이너 중 한명일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IT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누구나 기억할만큼 유명인이죠.
WWDC2012가 있기 전 아이브는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라프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서랍의 뒷면까지 마무리'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볼 일이 없고, 그리고 절대로 안 볼 것입니다. 뭐라고해도 서랍의 뒷면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중요합니다."라는 의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이어 '그것은 옳고 중요하지만, 왜인지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랍의 뒷면을 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것이 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아이브는 강조했습니다.
'감각적으로 알아 볼 수 있는, 정말 사소한 문제까지 디테일하게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애플은 쓸데없다 생각하는 부분까지 디테일한 것으로 이미 유명합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iOS의 달라진 음악 어플리케이션의 볼륨바가 메탈소재 느낌으로 디자인되었는데, 휴대폰의 움직임에 따라 빛반사효과를 다르게 주도록 되어있습니다. 실제 메탈느낌을 살리고 있는 것이죠. 변하는걸 알면 '우와~ 이런것 까지 신경썼어'라고 하겠지만, 실상 사용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부분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런 사소한 디테일에 치가 떨릴정도로 집착하고, 아이브의 발언을 빌려 그것이 옳다며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제품에서 경험할 수 있죠. 서랍 뒷면을 경험하게 하는겁니다.
뉴맥북프로
뉴맥북프로의 소개영상을 보면 부품들을 보여주면서 아이브는 '사용자들이 새 맥북의 많은 혁신적인 부분은 모두 파악하긴 어렵지만, 그들은 분명히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그 예로 냉각시스템을 설명합니다.
통풍구와 비대칭의 냉각팬, 공기가 순환되는 모습까지 냉각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사용자들이 거의 느낄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얘기합니다. 사실 냉각팬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용자는 거의 없습니다. 아예 생각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바람개비처럼 생겼겟지' 수준이죠.
아이브는 이 소개영상의 시작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애플의 하드웨어 팀장인 밥 맨스필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면 그저 더하는 것 밖에 되지 않으며, 변하고자 할때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세계가 열린다'고 했죠. 단편적으로 보기에 새로운 맥북프로는 이전 제품이 얇아진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소개영상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맥북프로의 '디자인 철학'이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려주고자 합니다.
'만들어진 부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 부품을 새로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것'.
'누군가는 주어진 제품을 어떻게 끼워맞출지를 생각하지만,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부품을 디자인하여 짜맞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크게 신경쓰지 않고 볼 일도 거의 없는 서랍의 뒷면 같은 컴퓨터 내부를 새롭게 디자인하였고, 이것이 뉴맥북프로에 들어간 우리의 디자인 철학이라고 소개합니다.
분명 저 냉각팬이 소음을 줄여준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사용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구매 전까지는 소음에 고민하겠지만, 막상 사고나면 냉각팬이 어떻게 돌고 통풍이 어떻게 되는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신경쓰지 않는 부분에 대한 디테일을 추구하는 것이 애플의 디자인 철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얇은 노트북이 아닌 얇으면서 성능도 우수한 노트북이 만들어 진 것이죠. '울트라북이 뭐야?'라고 물음을 던질만한 뉴맥북프로는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비싼 부품과 얇은 본체에 더 저렴한 제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산업 디자인
이는 뉴맥북프로 뿐만 아니라 여지껏 나온 애플 제품 모두가 가진 디자인 철학일 것입니다.
물론 과거 실패한 제품들도 많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습득한 그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잡은 것이겠죠.
소비자들은 더 휴대하기 편하면서 사용하기 편하고, 성능이 좋은 제품들을 원합니다. 덕분에 부품은 작아지고 과거 뚱뚱했던 노트북은 이제 울트라북이라는 이름으로 다이어트를 했죠. 앞으로 두꺼운 부분이 더 얇아지고 휴대에 대한 고찰도 본격화 될 것입니다. 거기에 따라 산업 디자인의 역량은 분명 큰 차이를 보이고, 중요해질 것입니다.
더 많아지는 부품과 센서, 더 공간이 필요한 배터리 장치 등 산업 디자이너가 싸워야 할 부분은 단순히 겉면이 아니라 내부까지 있음을 애플은 그것이 자신들의 방식이라고 얘기합니다. 주문한 부품을 가져와 그것을 토대로 겉면을 얇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겉의 디자인을 살리면서 성능을 올릴 방법을 생각하는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다각화되는 IT기기 전반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사용자에게 이런 산업 디자인의 본질을 보여주는 소개영상도 그것을 본 구매자나 사용자가 '완벽한 디자인의 노트북을 소유한 것'이라는 착각도 주면서, 그런 제품을 사용한다는 짜릿함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산업 디자인의 본질을 애플만이 깨우치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가진 디자인 철학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어떤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용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는지, 왜 애플이 서랍의 뒷면에 집착하는지를 알게 해주는지를 애플은 스스로 보여주고 사용자가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플 디자인에 매료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겠죠.
뉴맥북프로는 왜 '디자인의 애플'인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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