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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모토로라 재편, '구글로라'의 시작인가?

 작년 갑작스레 구글에 인수되며 적잖은 충격을 줬던 회사가 바로 '모토로라'입니다. 인수되면서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 제작에 나서는 것인가에 여러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바짝 긴장을 하기도 했었지만, 삼성이 레퍼런스폰을 계속 제작하면서 이도 사그라드는듯 했습니다. 구글도 모토로라 제품의 업데이트를 재빨리 지원하긴 했지만, 따로 제품을 제작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토로라가 크게 움직여볼 모양입니다.






모토로라 재편, '구글로라'의 시작인가?


 인수 진행은 작년에 시작되었지만, 실제 승인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여러 국가의 승인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진짜로 움직일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모토로라는 인력/조직을 크게 재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모토로라 재편




 모토로라는 인력과 조직을 크게 줄여 쇄신하기로 결정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인력의 20%인 약 4000명을 정리 할 것이고, 94개의 글로벌 조직은 1/3로 줄이겠다고 지난 12일 임원들에게 통보한 상태입니다. 이에 신임 CEO 데니스 우드는 '수익이 안되는 시장, 저가 모델의 생산은 중단하고, 몇가지 제품에만 집중 할 것'이라며 '수십개의 제품보단 수개의 제품'을 강조하며 주력 하이엔드 제품 생산에 매진 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구글의 영향이 큰 것이고,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 생산에 들어가려는 기반다지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구글로라




 모토로라가 이런 재편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더 이상 모토로라가 어떤 제품을 내놓아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레이저를 통해 재기를 노린 듯 하지만 너무 구닥다리로 묵혀둔 브랜드를 다시 끄집어 온 것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딱히 모토로라가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라인을 늘리고 판매량을 늘려봐야 이익이 적다는 것은 모토로라에게 있어서 치명적이고, 자신들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도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하이엔드 시장에서 덜떨어져있기 때문에 쇄신은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구글이 관여하게 되었기 때문에 모토로라에게 있어선 좀 더 나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수정예'라는 점을 미루어 애플과 같이 단일 모델이거나 HTC나 소니처럼 시리즈별로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존 드로이드 시리즈가 있긴 했지만, 통신사 한정이였고 사실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던 모토로라였지만 구글의 등에 엎히면서 새 제품들은 글로벌 모델로 제작 될 것입니다. 구글의 차세대 레퍼런스 제품 또한 모토로라를 통해서 제작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안드로이드




 다른 것을 떠나서 이런 움직임은 기존 안드로이드 제조사에 긴장감을 더하게 됩니다. 안그래도 삼성 외에는 수익이 안나는 시장인데, 구글이 직접 개입하여 스마트폰을 제작하게 되면 '모토로라폰'이라는 의미보다는 '구글폰'이라는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기존 넥서스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넥서스7의 순조로운 판매를 보더라도 구글 브랜드 파워가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레퍼런스 폰을 만들던 삼성과 이번에 레퍼런스 태블릿을 제작한 아수스를 제외하고 자체적인 제품을 만들 경우 레퍼런스 제품으로써의 의미도 있지만, 기존 파트너쉽보다도 구글이 직접 제작했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레퍼런스 제조사들 뿐 아니라 여러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더 파이를 나눠버리는 골칫거리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에 삼성은 미리부터 바다를 깔아두거나 새로운 타이젠을 공개하고, 윈도폰 제작을 발표하면서 탈 안드로이드를 꾀하는 반면 소니나 LG는 손도 못쓰는 상황에 직면해야 할 것입니다. 삼성도 운영체제를 바꾼다고 해서 안드로이드의 메리트를 버릴 순 없기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로 따라가야 할텐데, 품질면에서 갤럭시 시리즈에 버금가는 성능을 구글로라가 보여주기만 하면 단순히 합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시장에서의 수익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모토로라에는 이미 구글의 직원들이 많이 투입되있고, 구글이 직접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MS도 서피스를 제작하면서 자체적으로 첫 PC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구글도 웹과 소프트웨어 외에 자신들만의 제품을 만들면서 현재 애플의 방식처럼 나아가겠다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의 판을 바꾸는 일입니다. 현재 저가 시장에서 활개치고 있는 것은 삼성과 중국 회사들입니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과도기를 맞은 하이엔드 시장에서 브랜드 굳히기와 품질로 승부를 봐야하고, 이미 자리 잡은 아이폰에 견주기 위해서는 구글도 이런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한 모양입니다. 그것보단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보는게 맞겠죠.


 데니스 우드 CEO는 '구글은 유선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시장이 모바일을 축으로 재편되면서 중요해졌다'며 구글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점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구글이 모토로라 제품을 내놓게 되면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성공한다는 보장을 할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구글로써는 매우 의미 있는 도전이며, 모토로라는 재기의 발판, 그리고 다른 제조사들은 또 다른 방향성 제시 등을 통해 다시 스마트폰 시장 격변이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이번 모토로라 재편입니다.


 모토로라가 레이저의 영광을 누렸던 것이 벌싸 7년 전 일입니다. 레이저 하나로 북미/남미 1위, 전세계 시장 점유율 18.7%를 달성했던 모토로라입니다. 당시 모토로라는 '레이저는 기술의 인간화이다. 기술력과 기획력, 디자인을 창의적으로 조합한 제품이다'며 레이저의 성공을 얘기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그런 기술력, 기획력, 디자인, 창의력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연간 판매량도 점점 줄어들었으며 적자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토로라가 구글과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합니다.

 어떤 제품들이 만들어 질지 기대되며, 레이저에서 보여줬던 요소들을 현재에 맞게 적절히 배치한 제품이 탄생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