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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시계 디자인 도용, 더 큰 것을 잃다

 애플은 제품 하나하나 디테일 한 디자인을 보여 호평받는 디자인 회사로 유명합니다. 삼성과는 디자인을 가지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고, 애플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디자인 회사로 불림에도 특히 브라운사의 디터람스 디자인을 가져다 썼다는 논란도 있는 등의 문제점을 항상 안고 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빼도박도 못할 정도의 논란으로 번지진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를 듯 합니다.






애플 시계 디자인 도용, 라이센스 소송보다 더 큰 것을 잃다


 스위스 연방철도(SBB)와 유명 시계 제조사인 Mondaine은 애플의 아이패드 iOS6에 적용 된 시계 이미지가 Mondaine의 시계 이미지를 도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시계 디자인은 1944년 Hans Hilfiker에 의해 디자인 되었으며, Mondaine이 이 디자인의 라이센스를 맺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연방철도 또한 철도역에 이 시계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계 디자인




 Mondaine 시계의 빨간 초침은 산업 디자인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것이며, 고유의 아이덴티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저 빨간 초침을 사용하고 있고, 변형시키거나 프레스 자료에 'i'를 초침으로 표기하기도 할 정도로 특별합니다.


 애플의 아이패드 iOS6의 시계 이미지는 이 빨간 초침 뿐 아니라 시침, 분침, 시간 표시까지 모두 동일합니다. Mondaine이라는 브랜드 표시만 없을 뿐이지 실물을 디지털로 옮겨놓았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이 똑같습니다.


 디자인의 일부만 사용한 것이라 아니라 Mondaine 시계 디자인의 고유성을 거의 도용한 것이기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스위스 연방철도 대변인이 '이 부분에 대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진 않으며, 애플이 이 디자인을 사용한 것이 자랑스럽다' 밝혔다고 합니다. 덧붙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위스 연방철도와 Mondaine, 애플, 세 회사가 긍정적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비용은 지불해야 할것'이라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법정 소송을 할 수도 있다고 해서 애플의 반응에 따라 일이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라이센스 소송




 애플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라이센스 소송으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단지 스위스 연방철도 쪽에서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어서 애플이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만 하면 일이 번지진 않을 것입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괜한 생각하기보단 라이센스 협의를 거쳐 Mondaine의 디자인을 사용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는게 가장 최선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과하게 가보자면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라이센스 유효기간을 들어 소송전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을 부풀려 그저 '힘만 있는 깡패'가 될지 '노련해 보이는 책략가'가 될지는 애플 스스로 정해야 하겠지만, 이를 위해 라이센스 협의를 하거나 소송까지 가서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습니다.




잃은 것



 애플은 어떻게든 스위스 연방철도와 Mondaine에 돈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센스비를 지불하건 고집부려 소송에서 배상금을 지불하건 말이죠. 그런데 애플이 잃는게 '돈'뿐인 것일까요?


 애플은 '디자인 회사'로 불립니다. 광기를 느끼며 첨단 전자제품에 디테일함이 서려있는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는 고집있는 회사라는 것이죠. Mondaine 시계의 디자인은 산업 디자인에 일견이 있거나 그보다 애플이라는 세계적인 회사가, 그것도 디자인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그 회사가 Mondaine의 아이덴티티를 몰랐을리 없으며, 다소 의도적으로 도용했다는 것은 그간 그들이 지향하던 하얀 종이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돈을 얼마 쥐어주건 스위스 연방철도가 자랑스럽다고 하건 말건, 다 떠나서 단정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특허소송에서 그렇게 고유성과 카피캣을 주장하던 애플이 남의 고유성에 손을 댔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인 것이며, 이런 모순은 영영 꼬리표처럼 붙어다닐게 뻔합니다.


 '시계 회사 디자인을 도용한 그 애플'이라고 말이죠.




대응




 최선책을 선택하여 먼저 손을 내밀고 협상하자고 청한 현 피해자 집단에 애플이 쿨하게 인정하고 계산처리를 한다면, 실추 된 이미지가 원상복귀되진 않겠지만 다소 실망적인 애플의 이런 행동을 만회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스위스 연방철도가 자랑스럽다고 밝힌 이상 Mondaine과 취하고 있는 라이센스 조건과 비슷하게 하여 3사가 협상한다면 애플 입장에서도 나쁠게 없는 것이죠. 물론 디자인 주체인 Mondaine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요.


 다만, 독불장군처럼 '우린 이 시계 디자인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했다'며 달려들기 시작하면 디자인이고 뭐고 '돈만 많은 망나니' 이미지만 얻게 되고, 여지껏 특허 소송에서 보여줬던 모습도 다시 엎어지게 될 것입니다.


쌓아왔던 디자인 회사로써의 이미지에 시계 이미지 하나만으로 오점을 만들어낸 만큼 적적하게 대응하여 부스럼 만들지 말고 끝내는게 애플이 해야할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자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디자인에 디테일함을 더하는 애플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사그라 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애플 시계 디자인 도용 논란은 현재로써는 서로서로 좋게 끝날 일이 될 것 같지만, 애플에 있어선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애플의 모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나도록 한 일로 회자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