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키노트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려진다는 것입니다. 이제 iOS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잡은 시리(Siri)도 처음 발표되었을 때 디자인 쇼크에 가려져 빛을 바라지 못했으며, 야침차게 준비했던 아이클라우드(iCloud)는 차기 아이폰의 부재로 힘을 잃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가려졌던 이런 핵심 기능들이 중심에 자리잡아 빛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등장한 패스북(Passbook)도 그런 눈여겨봐야 할 기능입니다.
애플의 패스북(Passbook), 모바일 결제 정점 찍을 파급력
패스북(Passbook)은 iOS6부터 포함 된 애플의 종합 전자 지갑 기능입니다. WWDC2012에 처음 공개되어 이번 키노트에서도 잠깐 모습을 드러냈는데, iOS6의 핵심 기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능입니다.
필자의 블로그를 자주 들리신다면 아시겠지만 모바일 전자 결제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은데, 그때문인지 패스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현재 시장 상황과 맞물렸을 때 예언이라도 했다는 듯한 정확한 등장 시기와 이것이 가져올 파급력이 너무 크다고 보여져 안짚고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의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보는 패스북, 어떤 위치를 가지게 될까요?
패스북
키노트를 보신 분은 많으시겠지만, 패스북이 대체 무슨 기능인가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많을 뿐더러 저 기능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실제 지인과 얘기하다 '그게 한국에서 제대로 돌아가기나 해?'라는 말부터 듣기도 했던터라 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패스북이란, 항공 탑승권, 영화표, 상품권 한 곳에 정리하여 보여주고 사용하도록 하는 앱입니다. iOS6 전에는 스타벅스는 스타벅스대로 항공앱은 항공앱대로 따로 상품권과 티켓이 저장되고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앱을 일일이 실행했어야 하지만 이제는 패스북 하나에 저장 된다는 것이죠.
Passbook은 시간과 장소를 인식합니다. 그래서 입장권과 티켓이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 따라 잠금 화면에 자동으로 표시됩니다. 공항에 도착하면 탑승권이 곧바로 나타나고, 탑승을 기다리던 중 게이트가 바뀌면 Passbook이 알려줍니다. 그리고 변경된 게이트로 가는 길에 커피 한 잔 하려고 카페에 들어서면 이번에는 상품권이 바로 나타납니다.
위는 애플의 공식적인 패스북 사용 예입니다. 저렇게보면 이해가 어렵기도 한데 풀어보자면, 티켓에 장소가 지정되고 GPS를 통해 장소에 도착하게 되면 알림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게이트 변경 상황도 알려주며, 게이트 이동 중 스타벅스에 들리면 스타벅스도 GPS로 장소응 인식하여 자동으로 스타벅스 상품권을 내어줍니다. 스타벅스 상품권은 '기프트카드'로 잔금이 표시되고, 주문을 통해 기프트카드의 잔금으로 결제를 진행하면 됩니다.
입장권, 쿠폰, 상품권의 종류는 여러가지로 제작할 수 있으며, 크래딧 카드와 연동하거나 다른 결제 서비스와 연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저 티켓을 사용하려면 바코드를 찍어야 하기도 하고, 전혀 뭐가 어떻게 얼마나 편한지 알긴 어렵습니다. 여기에 필요한게 한가지 더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 결제 서비스
애플은 지난 8월 'All On iPad'이라는 제목의 TV광고에 전자 결제 서비스 '스퀘어'를 사용하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애플도 본격적으로 전자 결제 시장에 뛰어드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스퀘어는 얼마 전 스타벅스와 빅딜을 했을 정도로 전자 결제 시장에서 페이팔과 맞먹는 신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애플이 스퀘어를 광고로 사용했다는 것인 일말의 협의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마트에서 스퀘어 단말기를 아이폰에 꽂은 뒤 물건을 구입하면서 마트 앱으로 바코드를 스캔하고 크레딧 카드를 단말기에 긁어 결제하면 패스북에 결제 정보가 쌓이게 되고, 계산대에 가서는 패스북의 확인 절차만 끝내면 결제가 완료된다던가, 항공사 앱에서 항공 탑승권을 예약하고 페이팔로 결제 후 탑승권이 패스북으로 넘어가는 등 결제 단말기와 합쳐져서 사용되게 됩니다.
스퀘어가 스타벅스와 딜을 한 것은 스타벅스에 입장하면 GPS로 확인하고 주문하면 스퀘어로 체크인을 한 뒤 계산대에서 확인하면 결제가 진행되는 방식인데 패스북과 연동하면 자리에 앉아서 주문, 결제부터 영수증이나 쿠폰 제공 등 모든 결제 과정을 한번에 끝내고, 한번에 볼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이 패스북의 알림은 서드파티앱과 연동되게 되고, 결제의 창구로 이용되면서 스퀘어 같은 결제 서비스와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스퀘어들이 전자 결제 시장에 자리잡는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패스북이 하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결제 단말기와 패스북으로 환경은 제공되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이제 결제 대사 업체들의 역량에 달렸습니다.
NFC
그렇다면 이 패스북이 왜 결제 시장에 중요할까요? NFC가 껴있기 때문입니다.
스퀘어를 비롯하여 페이팔의 페이팔히어, 베리폰, 인투이트, 그루폰 등 결제 단말기를 이용한 반NFC 연합을 끌어들이기엔 패스북만한 것이 없습니다.
현재 미국의 전자 결제 서비스는 단말기 결제 연합과 구글을 주축으로 한 NFC연합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스퀘어가 스타벅스와 빅딜을 하면서 NFC가 힘을 잃기 시작했고 이 타이밍에 애플이 패스북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결제 시장에서도 애플과 구글이 맞붙는다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구글은 제조사의 NFC 탑재를 통한 구글 월렛을 보급하여 스스로 결제 사업자가 되려는 반면 애플은 결제 업체들을 등에 엎어 패스북을 통한 다리 역할만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애플의 필 쉴러는 아이폰5에 NFC가 탑재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에 'iOS6의 패스북만으로 대부분의 사용자는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는데, 이 발언도 결제 업체들과의 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분명 스퀘어 등과 NFC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 전자 결제 시장에서 우위를 점치고 있는 것은 스퀘어나 페이팔 등이며, 이들 단말기 결제 연합이 NFC를 몰아붙이고 있는 와중에 스타벅스나 애플이 끼어들면서 시장 우위를 확정하고 있다는게 현재 전자 결제 시장 상황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것이 '가맹점'인데, 이미 스퀘어와 페이팔 가맹점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NFC가 이 가맹점을 쫒아가지 못하면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NFC 가맹점을 늘리는데 있어 구글이나 제조사가 아무리 선전을 하고 NFC단말기 업체가 영업을 해도 규모자체가 다른 단말기 결제 연합에 비교가 되지도 않고, NFC보다 스퀘어 단말기를 더 많이 배치하면서 NFC의 시장 가능성 자체가 많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애플이 선보인 패스북은 이런 상황 속에 등장한 것이여서 이미 NFC를 앞지른 가맹점을 보유하고 수수료 경쟁에 접어든 단말기 결제 연합의 반NFC로 애플이 들어갔을 경우 NFC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은 뻔합니다. 당연히 이는 아이폰에도 호재인 것이며, 시장 상황 자체를 잘 파악하고 패스북을 재빨리 내놓은 굉장한 수를 애플은 둔 것입니다.
애플은 구글이 NFC 가맹점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던 것에 반해 단말기 결제 연합에 패스북만 던저놓으면서 한방에 전자 결제 시장의 정점을 찍을 파급력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애플
그렇다면 현재 애플은 반NFC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 아이폰에는 영영 NFC가 탑재되지 않을까요? NFC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아마 탑재 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애플은 왜 반NFC에 있는 것일까요?
현재 애플이 NFC를 이용한다는 것은 구글과 손잡겠다는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단말기 결제 연합과 손을 잡고 패스북 가맹점을 늘려 이후 NFC를 패스북과 연동시키면 진척없는 점유율의 현재 NFC를 무너뜨리고 NFC의 패권을 애플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단말기 결제 연합이 잘나가니까 그들과 점유율을 같이 늘려가고, 이후에는 패스북을 이용해 이들 결제 업체들의 가맹점을 이용하여 NFC를 동시에 제공하여 구글 월렛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인데, 안그래도 이베이와 스퀘어에게 눈엣가시인 구글이 NFC의 점유율을 먹지 못하면 애플과 서로 윈윈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던져진 패스북은 연합에게 있어 굉장한 무기가 되버린 셈입니다.
가맹점이 늘고 사용자가 늘면서 중요해지고 있는 전자지갑을 아이폰 중심으로 이끌어 가면 판매량이나 안드로이드와의 갭을 벌리는데도 굉장히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기능이 바로 '패스북'입니다.
만약 NFC에 밀리지 않고, 애플이 여러 업체들에게 패스북의 활용을 권장하고 편의성을 보여주면 전자 결제 시장이 만든 애플의 또 하나의 마케팅 한 수로 기록 될 것입니다. 벌써 호주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패스북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외 여러 항공사와 소매상이 패스북을 지원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당연히 스퀘어와 페이팔도 패스북과 결제를 연동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적지근한 NFC의 움직임과는 달리 공개된지 얼마되지 않아 벌써 전자 결제 시장에 깊숙히 들어간 패스북이 보여 줄 전자지갑 시대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국내에서도 코레일이나 편의점 등과 합쳐져 패스북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아이폰 유저들도 회의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며, 국내에서도 NFC를 제치고 시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전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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