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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아이폰 디자인의 과도기와 애플이 해야할 것

 아이폰5가 공개되었고, 화제의 제품인만큼 당연 사람들의 관심도 쏠렸습니다. 좀 더 향상 된 카메라나 LTE나 전부 눈이 가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배터리 용량이나 메모리, AP에 관한 논쟁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당연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디자인'입니다.

  블랙 & 슬레이트, 화이트 & 실버라는 두가지 투톤 색상의 4인치 아이폰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 과도기에 접어든 아이폰 디자인에 대한 시선과 애플이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꼬집어 보려합니다.






아이폰 디자인의 과도기와 애플이 해야할 것


 애플은 '디자인 회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세세한 디테일을 보여주고, 거기에 관한 일화도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애플 제품에는 디자인이 빠져서는 안됩니다. 사실 사람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가장 먼저보는 것이 디자인이고, 항상 보는 것이 디자인이며, 언제나 만지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요소를 또 가장 중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애플의 가장 핫한 아이템인 아이폰 디자인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아이폰의 디자인만으로 혁신이다 아니다를 가르는 잣대로 사용하기도 할 정도니까요.


 이번 아이폰5도 그러했습니다. 유출샷이 루머화되기도 했으나, '발표전에는 모른다'며 다른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음을 기대했죠. 물론 루머를 토대로 작성 된 랜더링 이미지나 제작 된 목업을 보고 루머 디자인이길 바란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만, 어찌되었건 환호하는 사람보다 기대하다 실망하는 사람의 한숨이 더욱 크게 들리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폰의 디자인은 어느면에서는 성공을, 어느면에서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이제는 아이폰의 디자인을 바로보는 시선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과 그렇다면 애플이 해야할 일이 명확해진다는 답에 도달합니다.




아이폰 디자인 과도기




 아이폰의 디자인은 3Gs에서 4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폼을 얻긴 했지만, 검은색 앞면과 홈버튼 뒷면의 사과로고 등 몇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짜여진 폼을 사용해왔었습니다. 이것이 아이폰4가 되고서 부터는 평평한 앞/뒤, 알루미늄 재질의 옆면, 유리 사용 등과 같은 새로운 폼으로 넘어왔고, 이 폼이 아이폰5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매번 똑같은 폼을 우려먹을 수 있지라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는데 정확히는 아이폰은 디자인적 과도기를 걷고 있으며, 앞으로도 여기서 크게 변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디자인적 심리에서 본다면 아이폰의 디자인은 효율적이고, 아이폰5는 어떤 식으로 디자인을 꾸려나갈지 애플 스스로 시사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2006년형 미니쿠퍼와 2012년형 미니쿠퍼입니다. 과거에 비해 라운드 부분이 좀 더 부드러워졌고, 날렵해보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다른 디자인이죠. 하지만 기본적인 폼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미니임을 증명하는 디자인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것은 여지껏 나온 미니 시리즈 모두가 그랬습니다.


 

 2008년형 미니 컨버터블과 2012년형 미니 컨트리맨입니다. 미니의 별개 시리즈이지만 미니라는 느낌 자체는 쭉 가져 오고 있습니다. 둥글둥글한 눈, 낮아보이는 차체, 미니의 디자인 고유성은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자동차와 휴대폰을 비교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구입 주기와 가격 문제 등 휴대폰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시장자체가 다르다는 것이죠. 하지만 자동차 뿐 아니라 운동화나 의류나 시계, 가방도 어떤 일정한 폼에 의해 디자인되며, 캐논 PIXMA 같은 프린터 제품도 '아 이건 PIXMA네' 할 수 있을정도로 고유의 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품 카테고리의 문제가 아니라 한 제품의 디자인이라는 부분에 대한 고유성은 어느정도 유지가 되면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아이폰도 그런 형태로 존재합니다. 기존 1세대 아이폰도 전면부는 별반 다를게 없었죠. 검은화면에 홈버튼. 그리고 지금의 형태로 바뀌어오면서 아이폰5가 되며 사이즈와 재질, 색상에 대한 발전이 이어져왔습니다. 미니 쿠퍼도 2006년에서 2012년 저렇게 바뀐 것이 아니라 2012년까지 다듬어지고 다듬어지면서 지금의 디자인이 되었고, 그런 디자인 과도기를 아이폰도 걷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디자인 과도기가 디자인 심리에 있어 유리한 점은 기대점과는 반대로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불안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불안도 이미 검증 된 디자인 폼 안에서 일부분을 다듬는 작업은 소비자에 있어 어느정도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디자인이 제품으로 나오건 간에 호불호는 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꼴도보기 싫다고 말이죠. 없을 수가 없어요. 아직도 미니와 비틀의 디자인 중 뭐가 더 아기자기한지 누가 결론지은 바 없습니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그 호불호를 통한 제품의 판매추이의 오차 범위를 줄이기에는 고유성을 유지하며 안정감을 주고, 그 안정감에 바뀐 부분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 굳이 새로운 디자인을 하지 않더라도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의 아이폰도 재질, 크기, 버튼 위치, 색상 등 부분 요소가 바뀌겠지만, 한번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애플의 디자인




 '애플은 원래 그렇게 유지해왔어'라고 바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맥만 보더라도 G3에서 현재 16:9 알루미늄 제품은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맥'이라는 카테고리로 보면 그렇지만 시리즈로 보면 몇 해에 걸쳐 디자인을 사용하고 다듬어졌던건 사실입니다.

 첫 아이맥인 G3시리즈의 경우 98년부터 03년까지 5년간이나 유지되었습니다. 이후 G4, G5, 인텔 아이맥까지 받침대의 모양은 바뀌었지만 그 외 디자인적 요소가 변하진 않았습니다. 4년간 말이죠. 그리고 현재 출시되고 있는 아이맥의 디자인은 G4, G5, 인텔 아이맥에서 알루미늄 재질이 바뀌고 받침의 모양이 세련되게 변했다는거 외에는 폼 자체가 변하진 않았습니다. 모니터있고 받침있고 하단에 사과로고가 있는 컴퓨터 말이죠. 그리고 알루미늄 디자인은 5년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분명 변화는 있었지만 매년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일정한 디자인 폼을 사용해왔고, 재질의 가공 기술이나 변해가는 부품들에 의해 어느 일정 발전 시기가 다가오면 그것에 맞춰 폼에 변화를 주는 식으로 디자인을 해왔었습니다. 고집이라면 고집이겠지만, 어느 디자인이건 그 폼에 있어서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했왔었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열망만 가득했던 회사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아이폰5의 오피셜 영상에서 아이브는 '단순히 새로운 아이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좋은 아이폰을 만들길 원했다'고 얘기했습니다. 마케팅용 영상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디자이너가 얘기할만한 것은 아니기에 수긍할만 부분인 것은 확실합니다. 아이폰이라는 폼 자체를 좀 더, 좀 더 다듬고 발전시켜 나갈 것을 이번이 아니라 다음해에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그런 디자인의 고민적인 부분을 한번에 압도하는 얘기라는 것이죠.


 이미 기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에 만족하던 사람이라면 아이폰5에 대해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며, 실망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신규 사용자와의 상쇄를 꾀할 수 있기 때문에 혹평을 받을 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디넷은 '혁신은 없었고, 진화만 했다'고 했는데, 혁신보다 가장 자연스럽고 세월이 지났을 때 그 발전 된 과정이 나열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화'입니다.




애플이 해야할 것




 남아 있는 것은 애플이 해야할 것입니다. 아무리 디자인의 고유성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디자인 회사'로써 멈춰있다면 애플의 가치도 거기서 멈추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이폰의 디자인을 바꾸라는 도박을 던지진 않습니다. 기대와 현실의 차를 생각해본다면 만약 애플이 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가정했을 때 '너희들은 디자인이 중요하니까 디자인을 바꿔야 성공해' 같은 말은 절대 하지 않을꺼라는 겁니다. 그건 애플도 잘 알고 있어요.


 이번 아이팟처럼 판매량이 떨어지기에 과감한 색상투입 같은 도전이 아니고서야 현재의 아이폰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은 도박이니까요.


 애플이 해야할 것은 새로운 디자인 카테고리, '폼(form)'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건 기존 라인에서 진행되어도 되고, 아니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사실 이번에 발표 된 이어폰인 일명 '이어팟(EarPods)'이 3년간 디자인되어 온것이라는데 소모품이라는 카테고리 특성상 조명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듯 합니다. 애플 스스로는 이어팟으로 디자인을 연명했다고 할진 모르지만, 디테일 요소에는 들어가고 큰 제품 라인 상에서 각인 되진 못하기 때문에 다른게 필요합니다.


 아직도 루머로 남아있는 아이패드 미니라던가 이북리더나 애플TV셋이라던가 혹은 또 다른 아이폰 제품이라던가 어찌되었건 기존 폼은 놔두고 새로운 폼을 선보일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애플이 디자인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가 아이팟인데 그 당시만 해도 늘어나는 아이팟라인과 갖기 다른 디자인을 뽑아내면서 고유성보다 애플의 디자인적 가치와 기대에만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시선 자체가 원착지인 고유성으로 점점 돌아왔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아이팟 클래식이 남아있듯 아이폰의 디자인 고유성은 유지될 수 있어야합니다. 나중에 가서 재질 변화 등에 따라 달라지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재 바꿀 생각이 없다면, 바꿀 필요가 없다면 그 사이를 메워 줄 새로운 폼을 지닌 제품을 내놓지 않는 이상 애플의 디자인 가치에 대한 의심과 기대는 떨어질 것입니다.


 쿠페를 만들건 로드스터를 만들건 SUV를 만들건 아이팟의 디자인 개척의 면모를 보여주던지 아니면 고유성을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제품을 내놓던지 라인의 변화에 따른 디자인 개척은 애플이 언제나 안고 가야할 과제이자, 현재 애플이 해야할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