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방법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습니다. 디지털이 되었죠. 음반을 직접 골라 구입하고 자켓이미지를 색상별로 정리해보기도 하거나 부록에 기분이 좋기도 했던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던 과거를 찾기란 매우 힘들어진 것입니다. 시대가 변하니 감성도 변해야 한다던가요? 하지만 찾기 어려워진 것 한가지가 바로 '음악을 고르던 손길'입니다.
디지털 음원 가격 인상, 필요와 과제
한국의 음원이 저련하다는 것은 아이튠즈나 아마존에 접속하기만 하더라도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매우 저렴하죠. 마치 취미삼아 만들어 내다파는 벼룩시장과 같습니다. 덕분에 음원을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들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게 되었는데요, 멜론/엠넷/벅스 등 국내 대표 음원사이트들이 음원 가격 인상을 해가 넘어가면서 단행했습니다.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오르면서 저렴하게 음원을 즐겼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감을 살만한 뉴스인데, 음원 가격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는 특이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음원 가격 인상의 필요과 과제에 대해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가격 인상의 필요
디지털 음원이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책도 가격이 제각각이고, 앱이나 비디오도 가격이 제각각인데 음원은 어떤 곡이건 똑같은 가격입니다. 고로 컨텐츠의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일정하게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죠. 만약 고가에 책정되었다면 그 고가에 걸맞는 소비가 있는 음원은 계속 팔릴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음원은 팔리지 않을 것입니다.
음원의 가격이 인상되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음원들간의 퀄리티의 격차,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티스트의 수준을 시장에서 가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격이기 떄문입니다. 더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닌, 더 비싸게 팔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죠. 해서 음원 시장에 궁극적인 선순환구조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음원 가격이 인상되었지만 저작권자에게 많이 떨어지지 않으면 소용없지 않느냐'. 그런데 소비자가 저작권자를 생각해줄 필요는 사실 없습니다. 마치 농산물을 구입할 때 국산을 사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만 국산을 사든 수입산을 사든 마트가 이익을 얻는건 변하지 않고, 이미 농부는 유통 과정에서 판 이후 입니다. 하지만 순환 구조로 들어가면 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수입산을 많이 구입하기 시작하면 마트는 국내산보다 수입산의 구색에 더 비중을 둘테고 당연히 국내산 농산물 가격과 입지는 줄어들며, 이는 곧 농부에게 피해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국내산 농산물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품질'이죠.
음원도 이런 순환구조가 필요합니다. '내가 음원을 구입해서 저작권자를 먹여살려야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음원 가격으로 살만한 음원, 사서는 아까운 음원을 더욱 구분지을 수 있어야 하고 아티스트들이 좀 더 퀄리티 높은 음악을 제작할 수 있도록 시장이 독촉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저 한달 결제를 통해 상위 순위 1~100까지를 주루룩 다운로드 받는 식으로 음원을 구입하곤 하는데 음원 가격이 뛰게 되면 여러 장르,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곡들이 골고루 소비되어 음원 시장의 활력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음악을 인스턴트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고민하여 컨텐츠의 본질을 소비하려는 성향이 늘어날 것이고 그래야 유통사들이 컨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자동적으로 우수한 아티스트에게는 정당한 음원 수익이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단순히 저작권자에게 돌려주자는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소비자가 제대로 된 좋은 음악들을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당당히 가격을 지불할 것이고, 그것이 제대로 된 시장인 것입니다.
과제
음원 가격이 두배로 뛰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필자는 무엇보다 '정액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액제는 음악을 인스턴트적으로 듣도록 만든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입니다. 이것이 올바르게 돌아가기 위해선 음원 단위로 구입할 수 있게 하되 정액제 대신 앨범을 한번에 구입했을 때 할인이 되는 식으로 해서 앨범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하고, 음원 두곡정도의 가격을 배제하는 것만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가격 제도가 될 것입니다.
음원 하나의 가격은 1천원 수준까지 갈 수 있어야 하며, 저급하고 저렴한 컨텐츠가 아닌 고급 컨텐츠로써 PC방 1시간하는 것 대신 음악 한곡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음악적 문화 수준을 같이 끌어올려야 합니다.
물론 당장 1천원에 음원을 팔자고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천천히 음원을 가격을 조정하고, 정액제를 배제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며 유통사와 저작권자의 계약 관계는 투명하게하여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스트리밍의 경우 결합 상품으로 묶을 것이 아니라 단일 상품으로 제시하여 듣는 것과 구입을 분리 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방법들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 인스턴트적인 디지털 음반 시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안임과 동시에 소비자는 높은 퀄리티의 음악을, 저작권자는 그에 대응하는 수입을, 유통사는 판매한 만큼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체계 변환의 전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과제로 '불법 다운로드'가 남아있지만,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고착화되기 시작한다면 정당하게 음원을 사는 사람들은 당당해지고 불법 이용자들을 손가락질하고 처벌이 강화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레 생기리라 믿습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이 소비자에게 이득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국내 음원 수입이 3600만원이라는 뉴스는 납득하기 힘든 뉴스임은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만약 해외 음원 수입, 광고료, 방송출연료, 공연료 등을 제외하고 오로지 음원 수입만 받는다고 친다면 싸이는 연본 3600만원짜리 비즈니스맨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열풍을 일으킨 강남스타일이 저정도였다면 대체 다른 아티스트들, 특히 실력있는 인디 아티스트들은 대체 어떻게 음악을 해냐갈 수 있을까요?
음원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소비 논리를 배반하지만 맞는 말이 됩니다. 실력있는 아티스트들을 살리고, 3류임에도 기획사의 광고와 입김이 묻은 인스턴트 음악들이 음지로 묻힐 수 있다면 결국 좋은 음악으로 아티스트들이 승부를 거는 소비자 이득으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음원 가격은 올라야 하며 순환구조가 이뤄져야 하고 남아있는 과제들을 천천히 거둬낼 수 있어야 소비자와 아티스트, 유통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런 음반 시장을 매우 바라며, 적어도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신중하게 듣고 앨범을 검토하고 명반의 아티스트에게 감동하며 선택하던 그 감성을 디지털에서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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