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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안드로이드가 소프트웨어 빙하기를 가져왔나?

 스마트폰 붐이 일어나면서 '하드웨어냐', '소프트웨어냐'의 논쟁은 상당히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 되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를 통한 사용자 경험이 얼마나 우수한지가 중요하다는 관점이 많이 제시되면서 UI와 UX가 차지하는 자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선 이런 부분들 보다 어떤 카메라를 탑재했는가, 해상도가 어떤가 등의 하드웨어적 관점이 다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소프트웨어 빙하기를 가져왔나?


 하드웨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고민에 대한 접근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애플이 iOS를 선보이면서 기존 틀에 갇혀있던 많은 부분들이 변화했습니다. 이후 안드로이드가 등장하고 iOS와 경쟁하면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안드로이드



 같은 안드로이드지만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있긴합니다. 하지만 큰 틀 자체가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구동 방식이나 아이콘 기반, 뒤로가기나 메뉴 등은 그대로입니다. 누군가는 'iOS도 아이콘이잔아?'고 얘기할런지 모르겠지만, 순전히 안드로이드에 대한 얘기입니다. 아이폰이야 애플 한 곳에서만 만드니 말입니다.

 필자가 '안드로이드가 소트프웨어 빙하기를 가져왔는가?'라고 말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 그러니까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발전하고 변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사용자들이 발전하고 움직인다고 말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안드로이드에 의해 덜해졌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을 거듭함에 따라 스마트폰의 경험도 새로이 바뀔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스마트폰은 어떠한가요? 결정적으로 안드로이드가 충분한 대안으로 꼽히기 이전만 하더라도 iOS에 대항하기 위해 많은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새로운 소프트웨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에 집중했었습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꿰차면서 굳이 그럴 필요없이 안드로이드를 끌어쓰기만 하면 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안드로이드라는 틀 안에서 스마트폰이 나오고 정형화 된 그 스마트폰 안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주기 위한 요소를 집어넣는 것에 고민은 한정됩니다.




소프트웨어 종말




  윈도우가 이끌었던 시대로 돌아가봅시다. 온갖 전자제품에 윈도우를 탑재하기 위한 노력을 했었습니다. 사실상 윈도우로 시작해서 윈도우로 끝난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윈도우만이 절대적이었던 시대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어느센가 부터 윈도우 환경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윈도우 기반의 UMPC나 태블릿이 지금과 같이 크게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빙하기였죠.

 하지만 그런 빙하기는 터치기반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던 iOS나 안드로이드를 통해 녹아내렸습니다. 덕분에 윈도우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제품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빙하기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드로이드의 특징 덕분에 과거 윈도우의 빙하기 때와 달리 좀 더 넓은 범위의 제품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폼펙터가 어떤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 사람들은 다시 회의감을 느낄 것이고, 거기에 부합하는 소프트웨어를 갈구하게 될 것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윈도우와 다르다. 어떤 폼팩터든 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윈도우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으로도 그 당시 수준의 폼팩터만 존재할 것이라는 생산자적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빙하기




 필자가 이 글에서 얘기하고픈 것은 '안드로이드가 빙하기를 가져왔다'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로 인해 어떻게 빙하기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분명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에 국한된 소프트웨어 고민은 빙하기를 초래하기에도 매우 적합한 선택입니다. 윈도우의 덩치가 커지면서 HP나 델과 같은 업체들은 폭풍과도 같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윈도우에 국한 된 고민만을 했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가 등장하자 허우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PC 종말'이라는 말도 생겨나기도 했죠. HP는 대응을 하기 위해 팜을 인수하는 선택도 해봤지만 당연히 대응하지 못할 것이 뻔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윈도우를 통해 많은 업체들이 성장을 했지만, 안드로이드는 삼성을 위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정확히는 삼성만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화웨이나 ZTE 같은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도 눈부시지만 대부분이 저가 시장을 공략한 박리다매 식 내수 경쟁의 성과이며, 나머지 안드로이드 업체들은 죽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가 틀렸나?'


 그렇지 않습니다. 필자는 이 문제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을 안드로이드에 전가하고 다시 하드웨어에 대한 고민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이 평준화되니 '스펙이 중요해졌다', '생태계가 중요해졌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다채로운 사용자 경험을 원하고 있으며 어떤 틀에 갇히지 않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계속해서 경험하길 원합니다. 그건 윈도우를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부터 더 확산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정한 틀에 국한되어 있다면 차라리 그 중에서 가장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쪽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그게 단지 삼성일 뿐인 겁니다.


 제조사들은 여전히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그것을 안드로이드에 국한시켜서도 안되며, 폼팩터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좀 더 사용자 경험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적 제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며, 소비자들은 열광 할 것입니다.


 안드로이드는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때 합리는 불합리라는 화살이 되어 되돌아 올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빙하기를 맞이하려고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