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원래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하드웨어 제품이 늘어남에 따라 몇몇 소매점을 열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썩 반응이 좋은 매장은 아니었지만, 유통의 관점에 있어 필요한 듯 보였습니다. 애플은 이미 거대한 스토어를 여러개 가지며 자신들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MS도 자체적인 스토어를 본격적으로 갖추기 시작했기 떄문입니다. 그래서 구글도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모릅니다.
구글 스토어는 어떤 매장이 되어야 할까?
구글이 스토어를 연다는게 이상해보이진 않습니다. 애플과 강력한 경쟁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몇가지 하드웨어 출시에 따라 이를 관리하고 서비스 할 매장이 필요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설사 구글이 웹서비스 업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더군다나 애플스토어의 성공사례를 본다면 구글도 뛰어들어 볼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높은 가능성을 지닌 것입니다.
이에 구글이 자체적인 스토어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구글 스토어
The Verge, 9to5Mac, BGR 등은 9to5Google의 말을 빌려, 구글이 올해 자체적인 '구글 스토어'를 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존 듬성듬성한 소매점이 아닌 구글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관리 할 매장이라는 것인데, 애플 스토어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은 작년 12월 자체적인 스토어를 오픈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었는데, 소스에 의하면 스토어를 위한 장소를 찾고 있으며 자사의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하는데 온라인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느 곳에, 몇개의 스토어를 세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어느정도 기대해볼만한 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어를 열게 된다면 어떤 것들을 팔게 될까요? 이는 상당히 중요한데, 전세계 엄청난 수의 안드로이드 제품이 있지만 이들을 팔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사의 레퍼런스 제품인 넥서스 시리즈와 제조사와 협력한 크롬 제품, 앞으로 출시 될 예정인 구글 글래스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구색이 너무 협소하지 않나 싶지만, 애플이 몇가지 안되는 제품들로 스토어를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한 구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 제품들을 얼마나 판매해서 스토어를 운영할 수 있느냐'입니다.
소매점
애플 스토어의 매출은 평방 피트당 $6,050로, 2위인 티파니의 2배 매출을 올리는 1위 소매점입니다. 미국 전체 소매점 평균 매출의 17배, 상위 2개 소매점 평균 매출의 7배를 벌어들이는 무시무시한 규모이며, 70% 수준의 성장세를 꾸준히 보이고 있습니다. 분기 당 방문자 수는 1억명 정도이며, 오픈 3년만에 $10억의 매출을 올린 소매점의 신화입니다.
MS 뿐 아니라 아마존도 소매점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 이유로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사용해보고 관심을 유도하고 제품 홍보를 하기 위함으로 꼽지만, 접점이라는 효과를 주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애플은 실질적인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스토어를 운영 중에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매장을 여는 것이 접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스토어를 여는 것이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겁니다.
애플은 높은 마진율을 통해 보석상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MS는 자체 하드웨어 제품이 많이 없더라도 윈도우나 오피스, Xbox의 타이틀, 주변기기 등을 통한 나름의 구색을 맞출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아마존이야 원래 물건을 판매하던 곳이었으니 컨셉에 따른 구색을 맞출 수가 있을테고 온라인에 사용하던 배송비만 줄이면 거기에 따른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구글은 무엇이 있나요?
마진이 남지 않는다는 넥서스? 관심도 없는 크롬? 아니면 웹서비스를 팔 생각인가요?
사실상 애플과 같은 방식으로는 구글이 스토어를 통해 수익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구글이 돈이 많으니 홍보용으로 운영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일반적인 소매점으로는 빵점짜리 밖에 만들 수 없다는 말입니다.
어떤 매장?
주변기기 판매를 늘려 구색을 맞추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운영해서는 접점이라는 효과는 포기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하드웨어 라인을 늘리는 선택을 했다가는 라인의 함정에 빠져 오히려 구글 스토어보다 구글이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떤 매장을 열어야 할까요?
구글은 구글 스토어의 구색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적은 라인의 제품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리고 획기적으로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애플 스토어는 서비스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구글이 현재 상태에서 스토어를 연다고 한들 일반 소매점으로써의 적절한 매출을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접점의 효과를 우선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접점의 효과는 판매되는 제품에 한한 것이 아닌 구글 전체가 되어야 하며, 몇가지 제품에 집중하여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애플의 경우 분기당 1억명의 방문객이 있지만 이들이 모두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문화적 요소로써의 작용이 크기 때문에 제품 출시에 줄을 선다거나 오픈일에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등이 브랜딩의 영향에 크게 미치고 그것에서 판매를 이끌어 내는 방식을 취합니다. 하지만 구글은 제품 출시가 주기적인 것도 아니며, 라인이 선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대부분의 제품이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애플 스토어가 우수한 소매점이라면, 구글 스토어는 우수한 서비스 센터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애플 스토어에도 지니어스가 있고 오랜 시간 제품을 체험할 수 있으며, 그렇다고 물건 판매를 강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물건을 판매하려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죠. 구글은 그런 인상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우선시 되어야 하고 제품 판매는 뒷전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객이 한 제품에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도록 구색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한 제품에서 각종 구글 서비스를 이용해볼 수 있도록 우수한 튜토리얼을 제공하거나 구체적인 활용 방안들을 설명할 수 있는 접점이 되어야 합니다.
홍보용 매장이나 박물관을 만들라는 뜻은 아닙니다. 서비스를 팔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굳이 얘기하자면 구글의 스타일대로 무료로 말입니다.
결정적으로 구글이 스토어를 연다고 해서 애플 스토어가 비등해지는 일은 없을겁니다. 그것은 두 회사의 성향에 따른 문제이며, 구글 스토어는 그에 충실한 매장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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