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사람들은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의 윈도우로 착각하곤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점유율이 높으니까!' 하지만 이는 매우 단편적인 수치에 기대어 둘을 비교한 것일 뿐 PC시장과 모바일시장의 다른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구글이 현재 갑의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적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구글의 횡포가 두려운 제조사들?
제조사들이 구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드로이드에 집중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방향 모색을 함께 함으로써 활로 개척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최근 행보에 기존 안드로이드로 일관했던 제조사들의 모습과는 사뭇다르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구글의 눈치를 보기 떄문일까? 이 눈치라는 것은 구글이 어떤 왕의 위치에서 제조사들을 휘두른다는 것에 대해 거리를 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구글의 지위가 더 높아지기 전에 다른 궁리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두자로 제조사들의 행보를 분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제조사
먼저 제조사들 부터 봅시다.
바르셀로나에서 개최 된 MWC는 작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잔치였던 MWC 2012와 달리 올해에는 다양한 운영체제들이 등장했으며, 오히려 안드로이드는 크게 눈에 띄지 못했습니다.
캐노니컬은 태블릿용 우분투를 공개했으며, 모질라는 올해도 파이어폭스OS를 들고 나왔지만 작년과 다르게 많은 제조사를 거느린채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ZTE, LG, 소니 등이 파이어폭스OS에 가세했으며 시제품 또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삼성은 타이젠 2.0을 공개했습니다. 개발자용 기기도 함께 공개되었고 공격적인 전략 형태를 띄면서 빠르면 올해 안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LG는 웹OS를 인수하면서 자체적인 플랫폼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제조사들은 작년처럼 안드로이드에 올인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플랫폼을 섭렵하려는 동향을 MWC를 통해 보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제조사들이 궁리 중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하지만 안드로이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70%를 상회합니다. 하지만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42.5%에 육박합니다. 문제는 점유율이 차지하고 있는 문제보다 삼성에 치우쳐져 있는 문제가 안드로이드에 있어 그다지 좋지 않다고 구글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14년간 1위를 유지했던 노키아와 삼성의 입장은 완전히 뒤바뀐 상태입니다. 그런데 노키아가 성공가도를 달릴 때만 하더라도 노키아를 이길 수 있는 제조사가 과연 나타날까하는 의문이 없었던게 아닙니다. 그런 노키아가 무너진게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이 늦어서 일테지만, 정작 노키아가 1위를 하던 때와 삼성이 현재 1위를 하는 이유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제품 군이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전체 판매의 70% 수준이 저가 제품이며 삼성이 시장을 유리하게 가져 간 이유는 '갤럭시'라는 브랜드 덕분입니다. 여기서 착각이 발생합니다. '삼성이 1위를 한 이유가 안드로이드 때문이다!'
PC시장에서 윈도우의 위치가 절대적일 수 있었던 것은 윈도우 때문입니다. 많은 PC업체들이 생겨났지만 이들은 매우 치열했습니다. 현재도 그렇죠.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일맥상통 했던 것은 '윈도우가 잘팔렸다' 입니다. PC업체들이 업치락 뒤치락하면서 경쟁하는 중에 MS는 윈도우의 점유율을 이용해 횡포를 부립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는요? 대부분의 점유율을 삼성이 차지하고 갤럭시가 곧 안드로이드인 그런 상황입니다. '삼성만 잘팔린다!'인거죠.
월스트리트 저널은 구글의 중역이 삼성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높은 것에 있어 재협상 시 구글의 수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MWC에서 구글은 HTC 등의 제조사에 삼성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현재 삼성은 구글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의 10%를 나눠 갖는 중입니다. 하지만 삼성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절대적이고 삼성이 이 수익 비중에 대한 재협상을 자신들이 유리하게 가져가도록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WSJ은 삼성이 이런 분위기를 계속 구글에게 전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앤디루빈 또한 삼성이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팔수록 구글의 광고 수익도 높아지지만 삼성의 점유율이 더 높아진다면 구글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또한 모토로라의 인수가 그에 대한 보험 수준임도 덧붙였습니다.
제조사가 안드로이드의 횡포가 두려워 다른 방안을 구상하는 것과 반대로 구글은 삼성이 두려워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다른 제조사들에 협의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이번 MWC에서 많은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른 플랫폼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견제
이는 먼저 구글이 절대적 갑위치에 놓여있지 못함을 얘기합니다. 누군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제조사들에 횡포를 부릴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구글은 삼성이 점유율을 가지고 공격해오지 않을까 벌벌 떨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이 이번 MWC에서 다른 플랫폼에 대한 관심을 많이 내비친 것은 안드로이드를 벗어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안드로이드가 절대적이 아니며 오히려 안드로이드와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구글이 여전히 느긋하게 있을 수 있을까요? 조금 돌려 얘기 하면 삼성이 안드로이드에서 발을 뺀다고 해서 그 점유율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갈까요? 아니면 구글이 삼성이 두려워 손을 놓고 모토로라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면 삼성이 가진 현재 수준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구글이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절대!
현재의 구글은 삼성의 횡포가 두렵습니다. 그리고 삼성이 타이젠을 통해 표방하는 바도 구글과 같은 오픈소스이고, 만약 삼성이 점유율을 통해 타이젠의 배포를 성공하게 된다면 많은 제조사들이 반대로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타이젠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삼성이 타이젠을 이용해 구글과의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조장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과거에는 iOS의 대안이 안드로이드 뿐이었지만 지금은 타이젠을 지녔으니까요. 구글은 그게 두려워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이지만 어찌되었건 그건 최악을 대비하는 것이지 현재의 최선은 제조사들을 어루고 달래어 윈도우 제조사들이 점유율을 비슷비슷하게 가졌던 것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iOS와 안드로이드가 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기싸움이 서로 존재하는 중입니다.
문제는 타 제조사들이 삼성만큼의 제품을 뽑아내주지 못하고 있는데다 경영 악화 등이 겹치면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에 있습니다. 고로 현재의 상황은 삼성과 구글이 동등하거나 혹은 삼성이 좀 더 주권을 쥐고 있으며 그 밑에 제조사들이 이 둘을 대상으로 저울질하며 자신들이 살 방법을 다른 곳에서도 모색하고 있는 그런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구글에게는 갤럭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갤럭시는 안드로이드의 위협이기도 하며, 삼성은 그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입니다.
어떤 의미로 해석하자면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절대적이지만 안드로이드 내부에서의 점유율은 넥서스보다 갤럭시가 절대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넥서스4를 LG를 통해 출시하는 시도도 하면서 삼성이 주권을 쥐는 역할에서 멀어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횡포가 두려워 성공 여부도 알 수 없는 플랫폼에 제조사들이 몸을 실었다? 오히려 제조사들은 이를 구글과의 협상카드로 이용하려 하고 있으며, 그것은 모바일 시장에서 단순히 플랫폼의 점유율이 높다고 갑의 위치가 된다는 것이 아님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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