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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리더 폐쇄, 신뢰를 버리고 기회를 주다

 시작 전 심경부터 얘기하자면 '멘붕'입니다. 뜬금없는 구글의 리더 폐쇄 선언은 어제 아침 저를 붕뜨게 만들었습니다. 아마 이 사태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저 뿐 아니라 수많은 사용자들과 리더 서비스 업체들까지 물살을 탔을 겁니다. 명백히 말이죠.



 구글 리더 폐쇄, 신뢰를 버리고 기회를 주다


 구글은 자신들의 웹서비스 중 하나인 구글 리더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구글에 따르면 구글 리더의 사용이 감소했으며, 회사의 역량을 몇가지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구글 리더는 구글+에 포함되어 질 것이며, 고로 구글+에 집중하겠다는 뜻입니다.

 3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고 7월 1일 폐쇄 될 것이며, RSS 구독 데이터를 받아와 다른 RSS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글 리더


 구글 리더는 사실상 RSS의 표준과도 같은 서비스였습니다. 여러 웹브라우저와 MS의 아웃룩, 애플의 이메일 등이 RSS를 지원하긴 했지만 매우 부가적 이었으며, 구글 리더의 경우 다른 서드파티 앱과 데이터를 연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서비스였습니다. 구글 리더 데이터를 받아 쓰는 리더 서비스만 수십개에 달하며,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으로 이 수는 최근에 대폭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구글 리더를 폐쇄하겠다는 결정이 나오니 다들 혼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먼저 사용자들 입장은 구글 리더에 쌓아뒀던 구독 데이터를 다른 곳에 옮겨야 합니다. 하지만 마땅한 서비스가 있느냐에 대해 여전히 사용자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며, 비슷한 서비스를 찾아내더라도 구글 리더와 같이 구독 데이터를 서브파티 앱에 나눠쓰는 서비스는 찾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8년 간 이용한 서비스가 갑자기 없어진다고 하니 당황스러운 건 당연한 듯하며, 그조차 어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회사도 아닌 구글이기에 이게 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지 여전히 어리둥절합니다.

 그리고 사용자보다 더 어리둥절 할 구글 리더를 잘 받아 사용하고 있던 리더 서비스들은 대책 마련에 시동이 걸렸습니다. 구독 데이터야 구글에서 내려받은 데이터를 사용하도록 하면 되지만, 기존 사용자들에 맞춰 서버도 구축해야 하며 단순히 서비스를 유지할 수준으로 대처 할 것인지, 아니면 구글 리더와 같이 웹을 기반으로 따로 구독 서비스를 개설할 지에 대한 사업 전략을 3개월 안에 구성하고 구현해야 하는 골치 아픈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구글에 대한 신뢰


 무려 8년 입니다. 그것도 구글이 말입니다. 한순간에 구글 리더를 내팽겨쳐버린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구글은 리더를 서비스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광고를 삽입했습니다. 리더 사용자가 늘어나니 리더를 통해 광고 수익을 벌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직접적으로 리더를 사용하는 사용자보다 서드파티를 통해 리더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자, 생각보다 수익이 나질 않은 겁니다. 사용자만 늘어났죠.

 구글은 구글 리더의 사용이 감소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론 증가했으며 단지 구글 리더를 통한 피드보단 서드파티 앱들이 피드가 많았기 때문에 구글 입장에서는 서버만 제공하고 실질적인 유입수가 적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구글에 대한 신뢰도를 감소시키는 매우 적절하지 못한 선택입니다. 무엇보다 구글 리더는 직접 사용하건 서브파티앱을 사용하건 구글 계정을 사용하도록 묶어두었던 장치였습니다. 거의 업계 표준에 근접한 리더 서비스를 구축하면서 다른 서드파티를 사용하기 위해 구글 계정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던 것이죠. 그런데 그것을  구글+로 포함시킨다고 해서 리더 사용자들이 그대로 구글+를 사용하게 될까요? 8년동안 편하게 잘 이용하던 리더가 돈이 되지 않는다고 구글 통합의 일환인 구글+에 포함시켜 기존 사용자들과 서드파티 업체를 무시한 채 이득을 취하려는 것에 어떤 신뢰를 느낄 수 있을까요?

 구글 리더가 유료였던 무료였건 상관 없습니다. 어찌되었든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소비자가 존재했으며, 갑작스런 이런 폐쇄 결정은 소비자에게 있어 구글이라는 거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지메일도 폐쇄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을까요?


 '구글의 자금줄은 확실하니 이런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계속 제공될 것이고, 나도 계속 사용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서비스가 유지되지 못 할 문제점을 안은 것도 아닌 수익이 안되고 서브파티로 빠져나간다는 것으로 중단한다는 것은 구글이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에 충분한 빌미가 되었습니다. 차라리 구글맵처럼 서드파티 업체들에게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 방법이었으면 이해라도 했을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 자체가 구글+로의 이행을 뜻한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죠.




기회


 하지만 필자는 이것으로 구글을 비난하고 끝을 낼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구글이 리더에서 발을 뺌에 따라 RSS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봅니다. 기존 리더 서비스들의 경우 구글 리더 구독을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리더 서비스 = 구글 산하'라고 봐도 될 정도로 절대적이었던 것입니다. 대체할만한 서비스도 없었고, 대체할만한 서비스를 구글 수준으로 구축할 여력도 없었으니까요.

 이 판도는 구글 리더가 폐쇄되면 바뀌게 될 것입니다. 기존 리더 서비스 업체들은 구글 리더를 대체 할 플랫폼 개발에 신경쓰게 될 것이며, 단지 구글 리더만 있으면 되던 서드파티 업체들도 다양한 인터페이스 제시와 편의성을 생각한 대체 서비스를 찾으려 할 것입니다. 획일화 되어있던 피드 서비스들이 다시 제 살 길을 위해 경쟁하고 고민하는 단계를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필자는 이것이 구글 리더보다 나은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구글을 끼워놓지 않으면 안되었던 서드파티 업체들도 구글의 그늘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 웹2.0을 대변하는 RSS가 구글에 의한 것이 아닌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듭니다.

 물론 구글이 이런 효과를 노리고 구글 리더를 폐쇄하진 않았을 겁니다. 업체들과 사용자는 혼란을 겪었으나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구글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구글+를 사용해서 내 배를 채워줘'라고 말하는 듯한 구글의 결정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