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글래스, 혁신성과 상품성을 구분하라

 간혹 인터넷에 떠도는 아이디어 제품 중 신기한 것 제품들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할 뿐 실제 구매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일도 있고, 상품성이 결여되어 제대로 된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제품도 있습니다. 관심만 받는 거죠. 우리가 신기해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가치를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매하지 않는 것은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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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글래스, 혁신성과 상품성을 구분하라

 구글 글래스는 분명 혁신적인 기술 제품입니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적인 발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집합체죠. 그리고 미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구글 글래스가 혁신적인 면을 벗어던진 채 상품성을 본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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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성

 필자는 지난 4월 17일, '구글 글래스가 실패할 이유 3가지'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분명 구글 글래스에 대한 상품성의 실패를 얘기한 것인지 기술적 혁신을 실패로 단정 짓는다는 의견을 듣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구분하지 못했거나 믿고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혁신성과 상품성의 구분에 따른 좋은 의견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분명 이런 것들은 구글에 좋은 피드백이 될 것이고, 혁신을 좋은 상품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구글 글래스 XE'라는 베타 제품 사용기가 하나둘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구글 글래스의 신기한 모습 때문인지 새로운 경험 때문인지 좋다는 의견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내 단점이 명확해지고 실제 사용에 어떤 부분들이 상품성에 문제를 야기하는지 명확해졌습니다.

 Hedge Fund의 Eric Jackson은 '구글 글래스는 지금 매우 좋지 않고, 두통을 유발한다'며 'VC가 이번 주에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더니 머리가 아프다 말했다'고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오른쪽 눈앞의 스크린을 집중해서 봐야 하는데 이것은 심각한 피로감을 유발하고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설명입니다. 엔가젯은 가장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 오래 사용해봐야 5시간 수준이며, 종일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벗어서 보관해야 하는데 구부러지지 않아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구글은 이 때문에 주머니 케이스를 만들었지만, 이 케이스가 너무 커서 휴대하는 것도 불편하다는 설명입니다. 더군다나 외부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구글은 손대지 말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스마트폰을 바닥에 아무렇게 놓아두는 것과 달리 신중해야 하고 번거로운 문제입니다. 또한, 밝은 곳에선 디스플레이는 보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두통과 시력 저하인데, 구글은 FAQ를 통해 '구글 글래스를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이 문제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설명으로 말이죠. 어떻게 보면 3D영화 수준의 문제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아직 미흡하다는 겁니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선두주자, 1980년 부터 착용하는 컴퓨터, 안경형 디자인을 연구해 온 Steve Mann교수는 구글 글래스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꼬집습니다. 먼저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이는 시점과 현실의 시점이 엇나가 있으면 시점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점과 두 번째로 한쪽 눈으로만 보이는 디스플레이는 실제 디스플레이의 위치보다 더 먼 곳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눈이 인식하는 초점이 변하면서 눈이 심각하게 피로해지고,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고안한 양면 거울과 핀홀 아레맥을 이용한 장치를 제시했습니다. 현재의 구글 글래스는 제대로 된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없고, 그냥 신기하고 멋질 뿐이라는 게 Steve Mann교수의 의견입니다.

 Steve Mann교수의 말을 믿건 말건 Eric Jackson이 얘기한 두통 문제와 여기서 이어지는 시력 문제는 분명 구글 글래스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입니다. 아니, 재미있는 제품이니 상품성은 있다고 합시다. 하지만 $1,500를 주고 미흡한 제품을 살 사람이 있다면 긱들 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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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

 구글의 혁신성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있습니다. 실제 팔아서 어떤 패러다임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이 되어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구글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구분 지어 바라봐야 합니다. 구글은 먼저 이 두통과 시력에 문제를 주는 디스플레이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출시한다는 1년 안에 이 디스플레이를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불가능합니다.

 다른 걸 떠나 구글 글래스의 활용 영역을 얘기할 때 수술 시 의사가 착용하여 환자 상태를 전송받고 수술을 진행 등 정밀 작업 시의 두 손을 사용할 수 없을 때 구글 글래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데 Steve Mann교수의 말대로라면 기본적으로 초점이 멀어지고 제대로 거리를 잴 수 없는데다 그 거리감으로 증강현실에 왜곡이 발생하는데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어떻게 정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구글 글래스 신봉자들은 아직 구글 글래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진가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진가가 나타나기 전에 하드웨어 문제로 방해를 받는 상태에서 어떤 혁신성이 발생하고, 거기서 어떤 상품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현재 상태의 구글 글래스를 가지고 '얼마가 팔릴 것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될 것이다'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여전히 발전하는 단계 중에서도 출발점과 매우 가까워서 현 상태의 구글 글래스를 보고 필자는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겁니다.

 앞으로의 혁신성은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상품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그게 맞습니다. 적어도 구글이 출시한다는 1년 안에 이 전반적인 문제들을 완벽히 해결해 낸다면 그때는 당연히 인정하겠습니다. 훌륭한 상품성을 지녔다고 말입니다. 단지 지금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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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래스

 '처음 나온 휴대폰도 지금처럼 세련되지도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았으며, 매우 무거웠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스마트폰이 있는 것이다.'

 맞는 말입니다. 구글 글래스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 무전기 같은 휴대폰이 나왔을 때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정보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쓸만한 환경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죠. 구글 글래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현재에 없는 상품성을 굳이 미래의 혁신성에 빗대어 포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하게 더 발전하겠지만, 그건 나중 일이니까요.

 Cnet은 '구글 글래스가 상당히 많은 유용한 용도를 가지고 있고 이를 이뤄낼 수 있지만, 특정 용도에 국한되고 있으며,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된 제품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습니다. 무엇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글 글래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를 대체할 제품은 이미 많으며, 구글 글래스는 복합적인 기기라 가격이 높으므로 구축하는 비용 문제로 도입을 꺼리는 상황이 큽니다. 일반 대중에게도 상품성이 떨어지는데 가장 유용할 것이라는 산업 현장에서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외신들 사이에서 굳어지고 있는 것이 '구글 글래스 = 세그웨이'인데, 구글 글래스가 세그웨이처럼 별 쓸모 없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세그웨이는 위험성 때문에 몇몇 주 정부가 법으로 금지하기도 했는데, 그와 비슷하게 구글 글래스의 금지 법안도 제출도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어떤 기술이 멋있다고 입을 벌리고 '우와~' 감탄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이면은 외면한 채 구분하지 않는 시각은 기술 폐해만 나을 뿐입니다. 구글은 이 제품을 미래 제품을 계속 발전시킬 겁니다. 아니, 발전시키길 바래야 할지 모릅니다. 구글의 여느 제품처럼 아예 사장되어 버릴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