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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글래스, 사생활 문제의 본질

 '사생활 침해'. 종이 한 장 차이의 이 말은 어디에 붙이든 허용될 수 있고, 허용 범위가 논란이 되곤 합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크게 불거지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죠. 최근 사생활 침해 문제로 시끌시끌한 것이 바로 구글 글래스입니다.




구글 글래스, 사생활 문제의 본질


 구글 글래스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사생활 침해 문제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차세대 웨어러블 컴퓨터라는 수식어도 붙었지만, 그 뒤엔 항상 사생활 침해라는 꼬리표가 붙었었고, 이는 최근 미 정부에서도 의논될만한 거리가 되었습니다.




미의회



 미국 국회가 구글 글래스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면서 구글 CEO인 래리 페이지에 서신을 전달했습니다. 조 바턴 텍사스주 공화당 하원의원 등 8명의 의원은 서신에 '구글 글래스가 아직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글이 어떤 식으로 사생활을 보호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여러 문제에 대한 질문 형식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구글 I/O 2013에서 래리 페이지는 현 법률이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제품 최고책임자인 스티브 리는 '구글 글래스가 설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사생활 문제를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선이 위로 향해 정면이 보지 않게 되기에 상대방이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으며, 디스플레이가 작동 중일 땐 빛이 나며 이를 서드파티 가이드라인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사용 중일 때 LED 램프에 불이 들어오는 것은 가장 큰 특징이죠.


 구글로서는 일정 수준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미 의회는 구글의 기술적 가이드라인보다 법률적 접근을 통한 답을 듣고 싶나 봅니다. 이에 '도촬 할 수 있는 도구는 굳이 구글 글래스가 아니라도 이미 많이 존재한다' 등의 의견이 나타납니다.




본질



 이미 촬영할 수 있는 도구가 있거나 없거나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 문제니까요. 다만, 구글 글래스의 사생화 침해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을 정면에서 응시하고 있다는 그 사실입니다. 다른 도촬 도구는 대부분이 숨겨서 사용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구글 글래스는 눈에 띄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누군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자신에 향하고 있다면 당사자는 스마트폰 사용자에 가서 '날 촬영하는 거냐'고 따질 겁니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그런 부분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도록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람의 정면에 향하게 하진 않습니다. 괜한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진짜 사진을 촬영했건 않았건 그건 상관이 없는 거죠. 그런데 구글 글래스는 항상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려면 고개를 들고 다니거나 아래로 향해야겠지만, 사용자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상황 자체이 무조건 발생하는 제품입니다. 이건 구글도 인식하고 있을 테지만, 여기서 문제입니다.

 '구글 글래스에 사생활 보호를 위한 장치가 되어있다?', LED램프나 시선을 위로 해야 한다거나 이런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촬영하고 있는지 그 사람에 구글 글래스를 향하고 있지만 다른 일을 하고 있다든지 그런 건 둘째 문제입니다. 구글 글래스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응시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상대방이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도촬을 막기 위해 촬영음이 들리도록 하고 있지만, 카메라에 응시당하는 입장에선 촬영음의 여부보다는 촬영음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날 이미 촬영했는지, 동영상 촬영인지, 혹은 무음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했는지 등을 생각할 뿐 '촬영음이 들리지 않았으니 날 촬영하는 건 아니었구나'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것이 구글 글래스 사생활 침해의 본질입니다. 무엇보다 모든 사람이 구글 글래스의 사생활 보호 장치를 알고 있다거나 그것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오히려 모두가 알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글 글래스가 자신을 응시하는 순간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의심으로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럼 이런 답변이 올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도 처음에는 그랬다. 보급이 많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만약 많은 대중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다닌다면 구글 글래스의 사용법에 대해 숙지하고 있을 테고, 방지책도 어느 정도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구글 글래스의 본질적인 문제가 고쳐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보급되어도 상대방을 응시하며, 이를 상대방이 인지하는 순간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번지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LED 램프가 켜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구글 글래스 사용자에게 와 '당신 날 촬영한 것 아니냐'고 하면 'LED램프가 꺼져있는 걸 보지 못했느냐. 난 촬영하지 않았다'고 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못 믿겠으니 확인하자고 따지고 드는 게 더 자연스럽죠.




구글 글래스


 '그러므로 구글 글래스는 잘못된 제품이고 세상에 나와선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이는 구글 글래스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문제입니다. 구글 글래스는 사용자가 계속 장착한 상태에서 컴퓨팅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구글 글래스를 계속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이미 웨어러블 컴퓨터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법률적인 제한이나 금지 조항의 문제로 갈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일찍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상대방 정면에 가져가게 해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구글 글래스에도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말인 즉, 사용자는 오해를 피하고자 구글 글래스를 벗을 것이고, 벗는 순간 웨어러블 컴퓨터의 의미를 크게 상실한다는 겁니다. 스마트폰처럼 들고 다녀야 할 테니까요. 개발자 버전에 나눠준 커다란 파우치에 넣거나 말입니다. 구글이 접이식으로 새로 디자인해 상용화할 수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지속해서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썼다, 벗기를 반복하며 사용해야 한다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넣기를 반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구글이 생각해야 할 부분은 사생활 보호를 위한 어떤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구글 글래스를 사생활 침해 논란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방향입니다. 사생활 침해란, 기술적 장치나 법률적 해석이 논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과 그 상대방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매우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나오더라도 구글 글래스를 들이미는 순간 상대방은 구글 글래스에 대한 애티켓을 요구할 것이며, 그건 이미 구글 글래스의 아이덴티티에 치명타를 날리는 것입니다.

 이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채 '현 법률이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만 한다면 결과적으로 구글 글래스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부터 어떤 방지 기능을 탑재하더라도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