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연결 고리 하나로 무너질 수도 다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성질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죠. 확장의 개념으로 보기도 하지만, 성질이 달라지면 소비자가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식의 고리를 만들어 내느냐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업체의 최대 고민입니다. 덩치가 크면 클수록 고민도 더 커지죠.
G메일 송금으로 구글 월렛 수혈하다
구글은 2011년, '구글 월렛(Google Wallet)'이라는 전자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페이팔과 경쟁할 서비스로 전자 지갑을 통합해 관리할 플랫폼으로 출범하였고, 수많은 제휴와 NFC와의 결합 등을 통해 페이팔을 앞지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죠. 구글은 구글 월렛을 서비스하기 위해 수년 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했었고, 그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기술 결함과 파트너들의 수익에 대한 불만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졌고, 오히려 스퀘어 등의 전자 결제 업체들이 NFC와 경쟁하면서 페이팔이 전자 결제 서비스로 확장하고 나서자 구글 월렛은 낙동강 오리 같은 서비스로 전락해버립니다.
G메일 송금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구글 I/O 2013'에서 G메일을 이용해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뵐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메일을 보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구글 월렛에 계좌를 연동해두면 자동으로 송금할 수 있으며, 이메일을 작성해 금액을 전송하면 상대방이 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18세 이상의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초기에는 PC 버전만 제공할 것이라고 합니다. 구글 월렛만 설치되어 있다면 타 이메일 계정으로 송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가장 큰 쟁점은 보안 문제가 될 테지만, 이메일을 통한 간편한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편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메일인 G메일이라는 점과 모바일에서 서비스가 진행될 경우 영향력은 상당할 것입니다.
수혈
사실 이런 송금 서비스가 그리 신기한 서비스는 아닙니다. 세계 최대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은 오래전부터 이메일 계정으로 송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많은 고객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물론 G메일 송금과는 다르긴 합니다. G메일 송금은 이메일 서비스를 기반으로 구글 월렛이 붙는 방식이고 페이팔은 결제 서비스가 기본으로 이메일로 계정을 생성해 생성한 계정으로 송금하는 방식이니까요. 하지만 방식은 달라도 같은 서비스 포지셔닝을 지녔다는 점은 다시 한번 구글 월렛과 페이팔의 경쟁에 불이 붙었음을 뜻합니다.
구글은 페이팔에 완전히 밀렸습니다. 정확히는 페이팔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으려다 되려 페이팔조차 따라가지 못해 밀린 것이죠. '실패'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G메일 송금은 구글 월렛의 힘이 아니라 G메일이 중심이 되었고, 그것이 구글 월렛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면 자체적으론 힘이 부족했던 구글 월렛에 강력한 연결 고리가 생기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기존에는 G메일로 돈을 송금해달라는 메일을 받으면 페이팔에 접속해 송금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G메일로 회신할 때 함께 송금까지 이뤄지게 되는 것입니다. 순전히 G메일 때문이지만 구글 월렛은 그 때문인 시너지를 받을 것이고, 이는 통신사 등의 파트너들과 제휴했던 것보다 더 큰 것입니다. 오히려 제대로 길을 찾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 죽어가는 구글 월렛을 G메일로 살려낼 길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늘어나면 구글 월렛과 NFC를 통한 전자 결제 서비스의 스퀘어 등과의 경쟁에서 다시 가맹점을 늘릴 여지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수혈을 이뤄낸 것입니다.
또 구글의 가장 큰 무기인 안드로이드와 안드로이드폰에 탑재될 NFC, 그리고 미국이나 일부 국가에 한정되지 않은 전 세계적인 서비스를 한다는 점에서 구글 월렛이 페이팔보다 더 강력하게 세계 시장에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 월렛
G메일 송금이 발표되자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볼 수 있는데,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현재 페이팔이 하나은행과 제휴를 맺고 페이팔 계정을 사용한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봤을 때 G메일 송금이 도입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부분이 아닐 겁니다. 오히려 해외 송금 비용 문제에 페이팔이 개입한 것처럼 구글이 개입해준다면 은행 입장에서 좀 더 안정적인 송금이 가능하여서 적극 나설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단지 국외 송금을 위한 사용자들만 구글 월렛을 사용하더라도 활용도는 높아지고, 활용도가 높아지면 그에 따른 서비스 확장이 가능할 수 있으며, 그것은 구글이 전자 지갑 시장에서 새로운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별것 아닌 송금 서비스 같지만, 구글에 있어선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었으며, 상당한 승부수입니다.
필자는 구글의 이번 전략이 구글 I/O에서 보여준 어떤 것보다 중요한 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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