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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oogle

구글 에디션로 본 안드로이드의 전략은?

 안드로이드는 최대의 모바일 플랫폼이 되었지만, 정확한 전략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략이야 시기나 상황에 따라 바뀔 순 있지만,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안드로이드에는 딱히 뚜렷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수익을 올리는 것이야 둘째 치고, 앞으로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전략 부분은 해석하기 나름이었습니다.





구글 에디션로 본 안드로이드의 전략은?


 지난 3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 부사장이 안드로이드 총괄책임자에서 물러났습니다. 5년 간 안드로이드를 지휘했던 그가 빠지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책임자에 크롬 OS와 구글 앱스를 총괄했던 선다 피차이 부사장이 자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책임자가 되자마자 안드로이드에 상당히 주목할 변화가 나타납니다.




구글 에디션




 구글은 구글 I/O 2013에서 '갤럭시S4 구글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레퍼런스 제품으로 지정합니다. 새로운 넥서스 제품을 선보인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이 팔리고, 비중 있는 제품을 레퍼런스 제품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제조사를 지정해 자체적인 레퍼런스 제품을 제작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향입니다. 이어 구글은 HTC의 플래그쉽 제품인 ONE 또한 'HTC ONE 구글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합니다. 둘 다 순정 안드로이드를 탑재하여 언락된 상태로 AT&T와 T모바일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차기 넥서스가 나오지 않거나 모토로라가 개발 중이라는 X폰이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아닙니다. 단지 자체적인 레퍼런스 제품 대신 서드파티 제조사가 이미 만들어 놓은 제품을 지정했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이외 다른 제품도 구글 에디션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구글은 이 정책을 고수 할 것입니다. 피차이는 D11 컨퍼런스에서 HTC ONE 구글 에디션을 직접 공개했으며, 이는 피차이가 생각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미래를 적극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차이



 원래 피차이는 크롬 OS의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 피차이가 안드로이드를 총괄하게 되었을 때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크롬의 통합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오래전부터 안드로이드 부서와 크롬 부서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소문은 줄곧 들려왔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였고, 갑자기 안드로이드가 성장하자 기존 크롬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을 겁니다. 그 시점에서 봤을 때 안드로이드의 루빈과 크롬의 피차이는 경쟁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루빈이 밀려났습니다.

 왜 안드로이드를 만든 앤디 루빈이 밀려난 것일까요?


 앤디 루빈은 안드로이드 초기부터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한번 아이폰에 밀렸던 탓에 돌고 돌아 안드로이드가 받아들여졌다면 누구나 아이폰을 꺾을만한 제품을 만들고 싶을 겁니다. 앤디 루빈이 따로 레퍼런스 제품을 제작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넥서스라는 브랜드는 항상 갤럭시에 밀렸으며, 넥서스S와 갤럭시 넥서스는 모두 삼성이 제작했지만, 삼성의 갤럭시보다 떨어지는 포지셔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X폰을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는데, 결국 넥서스4를 출시하면서 넥서스 시리즈는 아마존과 비슷한 포지셔닝의 저가 라인으로 넘겨버렸습니다. 넥서스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아이폰을 상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X폰이 남아있기 때문에 앤디 루빈은 그것이 카드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는 항상 갤럭시가 안드로이드보다 높은 브랜드 지위를 갖는 것에 부정적이었으며, 안드로이드가 좀 더 구글 위주의 제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피차이는 완전 반대의 생각입니다. 강력한 서드파티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고, 이를 통해 안드로이드를 널리 퍼뜨리는 것을 방향으로 파트너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협력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앤디 루빈의 생각이 '안드로이드'였다면, 피차이의 생각은 '안드로이드 + 크롬'입니다. 삼성은 구글과 협력하여 상당한 수의 크롬북을 제작하고 공급하고 있습니다. 피차이가 보기에는 삼성과 경쟁해 갤럭시 브랜드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지원하면서 그 사이에 크롬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구글에 전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대립은 피차이가 안드로이드를 총괄하기 이전부터 있었을 것이고, 피차이는 계속해서 파트너와의 협력을 주장했지만, 이를 따돌리려는 루빈이 거슬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 피차이의 의견을 실행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구글이 선택한 것은 피차이의 방향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안드로이드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 말입니다.




구글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을 겁니다. 서드파티보다 강력한 자신의 안드로이드 제품이 경쟁력 있길 바랬겠죠. 그것이 제작자의 마음이라면, 구글은 그런 것보다 이미 검증된 서드파티 제품으로 안드로이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더 나은 것으로 생각하고, 따라서 구글 에디션이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구글이 피차이를 선택한 것이 옳았는지 아직 증명되진 않았습니다. 삼성은 안드로이드와 크롬에 협력하지만, 또 대항하기 위해 타이젠을 개발하고 있으며,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구글이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타이젠과 경쟁해야 하고, 삼성에 갤럭시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루빈이었다면 갤럭시와도 경쟁해서 아예 타이젠과 맞붙어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쓸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을 택했겠지만, 피차이는 갤럭시와 타이젠이 맞붙어 안드로이드를 쓸 수밖에 없도록 구도를 짜놓았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갤럭시만이 아니라 경쟁 상대로 ONE도 구글 에디션으로 출시한 것입니다. 목적은 같지만,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를 구글은 구글 에디션으로 결정했습니다.


 향후 수년, 적어도 3년 이상은 구글이 이 전략을 유지할 것입니다. 과연 구글의 생각처럼 안드로이드 서드파티 레퍼런스 라인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지, 혹 루빈의 선택이 더 옳았던 것은 아니었을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