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중인 구글이지만 실패한 제품도 많습니다. 실패가 밑거름이되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죠. 그리고 그 실패와 성공의 갈림길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가장 최근 실패한 것 중 구글의 몇 안 되는 하드웨어 제품이 있습니다.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넥서스Q'입니다. 이 제품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넥서스라는 명칭만 보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착각할 수 도 있을 만큼 존재감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넥서스Q, 다시 살아나려면?
구모양의 독특하고 미려한 외관의 넥서스Q는 '소형 안드로이드 구동 컴퓨터 (Small Android powered computer)'로 지난해 6월, 구글 I/O 2012에서 공개되었습니다. 마이크로 HDMI, WIFI, 이더넷, 블루투스, NFC까지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4.0을 탑재하고, 1GB 메모리, 16GB 스토리지를 제공합니다. 안드로이드의 미디어 허브라는 컨셉으로 등장한 것인데, 문제는 아무도 이 제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겁니다.
후속작
넥서스Q는 $299라는 가격에 비해 기능이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왜 $299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었는데, 사양은 물론이거니와 제공되는 기능이 로쿠나 애플TV보다 못했고, 다른 안드로이드 연결 허브 기기들과 비교해서 특별히 우수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쁘긴 했지만요. 해외 포럼에서는 '차라리 Xbox를 사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가격과 성능이 시장성을 갖추지 못했었습니다. 구글 플레이 뮤직, 구글 플레이 무비, TV, 유튜브 등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거실용 엔터테인먼트 기기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들이었고,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넥서스Q를 구매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구글 I/O 2012 당일 행사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넥서스Q를 받았는데, 입을 모아 '가격에 비해 기능이 없다'고 했으니 실패한 원인을 알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넥서스Q는 더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만날 수 없으며, 설명에서도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구글 I/O 2013에서 새로운 구글 음악 서비스를 선보이지만, 넥서스Q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사실상 끝난 목숨이 됩니다.
그런데 WSJ은 구글에 정통한 소스를 통해 '구글이 새로운 넥서스Q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애플TV가 iOS와 맥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구글도 뭔가 내세울 게 있어야 하므로 넥서스Q의 후속작을 준비 중이라는 것입니다. 한번 실패한 제품을 다시 꺼내는 구글로서는 실패하게 놔둘 수 없을 것이고, 매우 치명적인 구멍이 되기에 넥서스Q를 전작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하여선 안됩니다.
살려내기
이 부분에 대해 대개의 사람은 '넥서스Q의 가격을 낮추고, 안드로이드를 적극 활용한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넥서스Q가 왜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작년 7월에 넥서스Q가 발매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틀 만에 초기 생산량을 모두 소진했고, 이후 배송이 2~3주로 잡혔음에도 계속 주문이 들어오는 일이 벌어집니다. 초기 물량이라 해봐야 1,000개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었지만, 완전히 망할 것 같던 제품이, 그것도 완전히 특수성을 띤 제품이 이틀 만에 1,000개 정도 팔렸다는 것은 구글에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대중들이 넥서스Q를 구매했을 확률은 매우 낮겠지만, 이미 쓸모없는 제품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넥서스Q를 긱들이 구매했다 하더라도 팔렸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넥서스Q가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구글조차 버렸다'는 겁니다. 실패할 제품을 빨리 버리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매자들이 생각했던 것은 분명 기능이 부족함에도 탄탄한 기반을 둔 제품이고, 지원을 통해서 가격에 따른 성능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거였습니다. 실제 넥서스Q는 멀티미디어를 안드로이드 기기로 받을 때 기기를 리모콘 형식으로 사용하게 되며 딱 화면만 보면 되는 식으로 동작했습니다. 대개 미러링은 기기가 양쪽에서 재생되는 경우가 많은데 넥서스Q는 TV 쪽만 작동하여 안드로이드 기기와 TV,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넥서스Q가 일체 되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실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 구매자들의 의견이었죠. 그런데 구글은 그대로 넥서스Q를 버립니다. 그런 넥서스Q의 특성을 살린 확장성을 기대했던 구매자들도 함께 말입니다.
가격? 기능? 분명 중요하고,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 가격 비교가 아니라 내면을 뜯어봤을 때 넥서스Q의 가치가 확실하다면, 그리고 구글이 애초 그것을 믿고 높은 가격에 출시했던 거라면 소비자들이 거기에 따라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것이 넥서스Q가 실패한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살려낼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격을 낮추고,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당연하고, 구글이 넥서스Q가 제시하는 비전을 소비자들에 제대로 전달하고, 이 기기를 구매했을 때 어떤 경험을 지속해서 할 수 있는지 이끌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전작의 실패 오명을 벗고 다시 넥서스Q를 시장에 불러올 수 있을 것입니다.
넥서스Q
넥서스Q는 상당히 아쉬운 제품입니다. 애플 제품의 특성상 애플TV에 확장성을 언제 제공할는지 알 수 없고, 박시가 SDK를 제공하여 어플리케이션 확장이 가능하지만 부족한 느낌이라면, 넥서스Q는 안드로이드 기기와 함께 사용하면서 구글 스타일의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었습니다. 구글TV는 그 전에 망가졌으니 유일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 만큼 후속작 소식은 매우 반갑습니다.
하지만 그 반가움만큼 구글은 넥서스Q를 살려내야 하며, 장기적인 거실 전쟁의 주권 대열에 합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6년 전 출시된 애플TV의 가격은 $299였고, 지금은 $99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만 낮아진 것이 아니라 iOS 기반으로 개선하고, 차례로 기능들을 추가하면서 주력 제품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거의 2세대까지 도대체 애플이 이런 제품을 왜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애플 제품을 거실에 연결하는 미디어센터이자 회의실의 프레젠테이션 아이템으로 여기저기 자리 잡은 걸 생각해보면 넥서스Q가 어떤 식의 로드맵을 그려야 할지 수월해집니다. 비슷한 전철이죠.
넥서스Q가 어떤 대박을 쳐서 안드로이드 유저들이 모두가 넥석스Q를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의 지속성, 안드로이드의 경험을 거실로 확장하고 싶은 사용자들에 꾸준히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만으로 넥서스Q는 천천히 뻗어 갈 것입니다. 구글은 그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1세대의 실패는 그것을 곱씹는 데 필요하며, 후속작은 이를 잘 이어 먹진 거실 엔터테인먼트 제품이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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