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최근 2년 간 서비스를 중단한 제품은 손가락이 몇 개 더 있어야 셀 수 있습니다. 이름조차 이젠 가물가물한 것들도 상당히 많은데, 딱히 이들에 대해서 구글이 종료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은 큰 반발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글 리더'는 아니었죠.
구글 리더 해명이 아쉬운 이유
지난 3월, 구글이 봄 청소 계획으로 구글 리더를 폐쇄하겠다고 했을 때 구글 리더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커다란 충격에 빠졌습니다. 각종 구글 리더를 기반으로 하는 서드파티 개발사들도 공황 상태에 빠집니다. 충격도 잠시 Feedly, Reeder 등이 기회를 잡습니다.
해명
구글 뉴스 & 소셜 프로덕트 담당 수석 부사장 리처드 그링라스(Richard Gringras)는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리더를 종료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재 뉴스 소비문화는 또 다른 형태로 변화했다'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단편적인 뉴스를 더 많이 소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단편적인 뉴스 소비가 한가롭게 뉴스를 소비하던 오래된 표준 동작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점점 더 단편적인 뉴스를 접하는 것이 늘어가는데 구글 리더는 기존의 아날로그 뉴스 소비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입니다. 구글은 이용자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뉴스를 소비하길 원하고, 구글 리더는 그에 적절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겁니다.
확실히 트위터 등이 뉴스를 빠르고 다양하게 전달하면서 뉴스 소비 형태에 변화가 온 것은 분명합니다. 구글은 이를 구글 리더를 종료한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인데, 마치 기존 리더 사용자들에게 'RSS가 아니라 다른 뉴스 소비 형태를 찾아봐. 우린 종료할 테니까'라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이유
구글의 해명이 그럴싸해 보이지만, 기존 사용자들은 다시 한번 분노합니다. 비난의 화살에 쓸데없는 변명이나 한다고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글 리더가 종료된다는 소식이 들린 후 기존 사용자들이 취한 행동은 단편적인 뉴스를 소비하기 위해 언론사 트위터를 팔로잉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 RSS 서비스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구글 리더의 가장 강력한 대체 서비스로 꼽히는 피들리(Feedly)는 구글 리더 종료 소식 이후 50만 명의 신규 가입자가 몰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밖에 리더 업체들도 구글 리더에서 분산된 뉴스 소비자들을 유치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그 말은 RSS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무엇보다 구글이 한 가지 잘못 짚은 것이 '뉴스 소비 형태'입니다.
단편적인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능동적이라 얘기했지만, 실상 구글 리더 자체가 수동적인 서비스라 하였을지라도 이를 활용한 서드파티 서비스들은 원하는 뉴스를 더 능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화해왔습니다. 그 변화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등장으로 가능했으며, 항상 지니고 실시간 알림이 동반되었기 때문에 트위터 등의 단편적인 뉴스 소비보다 원하는 언론사나 미디어의 빠른 뉴스 소비를 RSS가, 그리고 이를 모아준 구글 리더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가장 능동적인 뉴스 소비 형태였죠. 그런데 그것이 오늘날의 뉴스 소비 형태가 아니라는 듯이 얘기한 것은 변명으로 들리기에 딱 좋습니다.
그리고 구글 리더를 통해 생태계를 구성했던 서드파티 개발사와 뉴스 소비자들은 한순간에 생태계를 잃었습니다. 그것을 뉴스 소비 형태가 바뀌었으니 뉴스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RSS 사용자들이 발달시켜 온 뉴스 소비 형태 전부를 부정하는 얘기입니다. 필자는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리더
차라리 '구글+로 뉴스를 볼 수 있게 하려고'나 '돈이 안되서'라고 얘기했다면 어느 정도 수긍은 했을 겁니다. 구글이 자선 단체도 아니고 그들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이대는 것은 반감만 가져올 뿐입니다. 구글 리더는 종료되기 직전까지 담당할 제대로 갖춰진 담당자나 인력도 없었던 서비스입니다. 신경조차 쓰지 않고 서비스를 운영해온 것인데, 그 부분을 사용자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선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구글의 바람과 달리 사용자들은 피들리 등의 새로운 리더 서비스로 뉴스를 소비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이 피드 서비스들은 구글 리더보다 더 유동적이고, 세련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가치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필자는 구글 리더의 종료가 기회를 준 것이라 얘기했었는데, 그 기회를 잡아 승승장구하는 리더 서비스 업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RSS가 웹2.0의 한 축이라면 구글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별개로 구글에 아쉽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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