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만 번지르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괜찮아보이지만 속은 실속없다는 뜻인데, 이런 대상은 대부분 금방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겉만 번지르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실속이 늘어나는 대상도 가끔 눈에 띄곤 합니다. 그럴 경우 개과천선 했다며 오히려 높은 신뢰를 쌓기도 하죠. IT업계에서도 대표적인 겉만 번지르만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구글+'입니다.
'유령도시 구글+'가 무서운 이유
여러분은 구글+를 사용하고 계신가요? 아마 대부분이 '계정은 있으나 사용하지 않는다'의 상태일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를 '유령도시'에 비유했습니다. 구글+는 첫 서비스 후 한 달 만에 1천만 이용자를 화보했으며, 꾸준히 이어져 10개월 후에는 1억 7천만명이 가입했습니다. 문제는 가입자 수는 정확하게 얘기하지만, 실사용자 수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가입자가 많다고해서 SNS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겉만 번지르한, 실속없는 빈깡통이라는 것입니다. 대개 SNS 업체들은 가입자수와 함께 얼만큼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공유되는지 등을 집계하여 공개합니다만, 이상하게도 구글만큼은 구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공개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성장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는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Trendstream에 따르면, 2012년 4분기 동안 페이스북 실사용자는 6억 9,300만명이며 뒤를 이어 구글+가 3억 4,300만명으로 2위에 올랐습니다. 트위터는 2억 8,800만명으로 유투브 다음인 4위를 기록했습니다. SNS의 양대산맥이라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중 페이스북과는 여전히 크게 벌어져있지만, 트위터는 뛰어넘은 것입니다. 이 조사는 4분기 동안의 월 사용자를 토대로 꾸려졌기 때문에 다시 트위터가 이를 넘어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가입자만 높다던 구글+의 사용자가 어찌되었든 트위터를 넘어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사용자가 구글+를 이용하지 않은채 가입만 하고 한번쯤 접속해보는 것으로 집계 된 결과라고 하더라도, 실사용자 수가 적다는 구글+의 기존 이미지를 생각해본다면 가입자의 폭이 얼마나 확대되었는지 짐작하기 쉽습니다. 가입자만으로 월 사용자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구글+의 성장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아는 것도 쉽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입자만 늘어나는건 SNS라고 할 수 없잔아?'
무서운 이유
구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사의 다른 서비스들에 구글+ 끼워넣기를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구글+가 다른 SNS와 다른 점은 기본적으로 구글+를 가입하기 위헤 구글 계정을 작성하는 것이 아닌 기존 계정을 토대로 구글+를 가입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구글+의 유지방식은 다른 SNS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탄탄한 서비스들의 뒷받침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포스퀘어를 봅시다. 포스퀘어의 가입자는 2천 500만명으로 억을 넘어가는 SNS와는 확실히 차이가 벌어져있습니다. 그러나 포스퀘어의 실사용자는 전체 80%가 넘으며, 1인당 이용시간은 트위터와 맞먹습니다. LBS기반의 SNS시장 블루칩으로 꼽힌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투자사들과 시장조사기관들은 포스퀘어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예상을 쏟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리브코는 '포스퀘어는 올해 말 완전히 서비스를 종료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좀 과격하긴 하지만 투자자들이 전혀 포스퀘어에 투자를 하려하지 않고, 포스퀘어 또한 마땅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에 있어서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적지만 탄탄한 실사용자층을 지닌 포스퀘어와 유령회원이 많지만 꾸준히 가입자를 늘리며 다른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통한 비즈니스를 마련하고 있는 구글+, 누가봐도 구글+가 안정적여 보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이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 선에서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모아 그것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냈기 때문입니다. 포스퀘어 또한 엄청난 투자금을 손에 넣었지만 투자 기대와 달리 비즈니스 모델 형성에 실패했습니다. 여기서 구글+의 무서운 점이 드러납니다. 어떻게보면 구글+는 따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구글의 서비스들과 연계하도록 조정해두기만 해도 그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구글이 노리는 바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부분 SNS가 관계를 통해 발전하고 유지해야 성공할 것이라고 보지만, 구글은 그저 겉만이라도 튼실하게 만들어 이후 구글 서비스들을 이용해 조금씩 실속을 챙기겠다는, 기존 SNS와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명이라도 구글+를 이용하는 실사용자가 늘게 되면, 비즈니스적 가치는 처음부터 다른 SNS 사용자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에 자리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구글입장에서는 빠르지 않더라도 서서히 실사용자를 늘려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어차피 실사용하지 않는 가입자들이라도 평소 자주 사용하는 구글 계정으로 가입이 되어있어 일정수준의 실사용자가 늘어난 시점이 되면 기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폭발적인 증가를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와 함께 비즈니스적인 부분까지 한번에 성공하는 안정적인 SNS로써 투자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게 되겠죠.
바로 구글+가 무서운 이유입니다.
구글+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불확실한 것이었다면 실사용자가 적다는 시점에서 이미 끝난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유령도시라는 평가를 듣고 있으면서도 무서운 것이 구글+입니다.
구글은 어떤 순간이 도래하면 사람이 모이는건 한순간이라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모인 상태에서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SNS임에도 그 부분을 살짝 뒤로 물리고, 관계가 발생했을 때 끊어지지 않을 고리를 먼저 만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것은 구글+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동안은 유령도시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발화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말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SNS 업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서비스이며, 그만큼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구글+입니다. 구글은 최대한 발화점에 도달할 때까지 사용자를 붙잡아 놓을 수 있어야하고, 반대로 경쟁업체들은 그렇게 되기 전에 자신들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하여 늦출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필자는 현재 상태가 유지 된다면 구글+가 페이스북을 따라잡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은 페이스북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으며, 구글+가 단순한 유령도시가 아니라는걸 깨달았을 때 비롯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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