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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Kakao

카카오폴, 진짜 도용인가?

 아이디어가 넘치고, 이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면서 도용이 판치고 있습니다. 과거 기껏해야 대륙에 걸쳐 누가 먼저인가 늦었는가를 따지던 시대가 아니라 도용의 여부를 가리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며, 그마저도 어떤 고착화 된 법체계 안에서 이뤄지게 됩니다. 이런 도용 여부는 어떤 회사에게는 기획 전체를 뒤집는 것이 될 수도, 어떤 회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하는 상황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카카오폴, 진짜 도용인가?


 아마 이 글의 제목부터 걸고 넘어져야 할 것입니다.

 '진짜 도용이 어디있고, 가짜 도용은 어디있는가?!?'

 만약 A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이를 B가 알아채고 내놓았다면 이는 도용입니다. 명백한 도용입니다. 그렇다면 두잇서베이와 카카오와의 도용 논란도 도용이라고 정할 수 있는 것일까요?




카카오폴 도용


 어제 '카카오폴'이라는 서비스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카카오가 내놓은 카카오폴이 리서치전문 기업 두잇서베이의 '오백인'이라는 서비스를 도용했다는 것입니다. 이 서비스 둘 모두 '설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서비스로써, 사용자가 질문을 던지면 다른 사용자들이 설문에 참여하여 간단하게 리서치를 진행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두잇서베이는 '카카오폴이 2011년 6~8월, 카카오에 제휴를 제안한 내용과 핵심 아이디어를 비롯해 서비스 기획, 메뉴 이름, 운영 방법이 흡사하다'고 카카오에 내용증명을 전달했습니다. 두잇서베이의 최종기 대표는 '카카오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내용증명에 대한 공식적 답변도 하지 않았다'며 '그쪽에서 설명을 하면 그에 따라 대응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직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아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에 따라 소송이든 합의든 이끌어 내겠다는 것입니다.


 카카오와 두잇서베이는 이 설문 서비스를 놓고 협의했으며, 두잇서베이는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카카오가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과 '비슷한 서비스들은 이미 많이 있는데 단지 제안했다고 해서 이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하는 것은 어거지가 아니냐'는 의견이 팽팽한 상황입니다.




도용




 비슷한 서비스가 많다면 이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 우리는 비슷한 서비스라는 것에서 카카오폴 이전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떄 붙은 별명은 '왓츠앱 짝퉁'이었습니다. 왓츠앱과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카카오 스토리'에 붙은 별명은 '인스타그램 짝퉁'이나 '패스 짝퉁'이었습니다. 비슷하다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이 서비스들 모두 도용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 반대로 이들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도용 문제를 제기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해외 서비스들과 국내 서비스라는 간격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딱히 이번처럼 논란이 되었던건 아닙니다.

 그럼 이번은 무엇이 문제이길래 이런 논란거리가 된 것일까요?


 먼저 두잇서베이가 제안한 것부터 짚어봅시다. '두잇서베이가 제안한 설문 서비스를 거절하고 카카오가 따로 설문 서비스를 내놓았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카카오는 제휴를 통한 '다Vote'이라는 설문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습니다. 컨셉의 측면에 있어서 다르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설문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이는 제안 선상에서 두잇서베이의 제안과 카카오의 입장이 어긋났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서비스의 의도나 접근방식, 수익 부분 등 전체적인 제안서를 카카오는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카카오가 두잇서베이의 아이디어를 보고 '거절 한 뒤 우리가 채용해야지'라는 부분을 고의적이라 볼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다시 마음이 생겨 그 때 그 제안서를 떠올렸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도용 논란에 있어 제안한 당시 상황은 배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오백인과 오백인의 과거 제안서가 지금의 카카오폴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대조하는 것에서 도용 문제를 잡아가야 할 것입니다. 두잇서베이는 핫(Hot), 나우(Now), 팔로잉(Following)등의 메인 메뉴가 같으며, 이 메뉴들의 위치나 기능도 흡사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전체적인 '설문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보다도 세세한 부분들이 문제가 되니 도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기능들을 지닌 서비스는 매우 많습니다. 두잇서베이를 겨냥해서 도용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설문 서비스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다시 두잇서베이가 카카오에 제안을 했던 때로 돌아가야합니다. 두잇서베이가 카카오에 제안을 했으니 도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말입니다.


 자, 이 도용 논란은 이렇게 계속 도돌이표처럼 반복됩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제안서라는 것이 단순한 '설문 서비스'라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를 통한 서비스 진행이나 수익, 의도 등 전체를 의미하는 것인데 단순히 서비스가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도용이라고 하는 것은 서비스를 진행하는 의도 등을 배제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게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인정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두잇서베이 입장에서는 제안서를 본 상황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었으니 도용이라고 주장할만 한 것입니다.




진짜 도용



 그럼 만약에 카카오가 두잇서베이의 제안서를 보지 않았다면 도용이 아니게 되는 것일까요? 이미 비슷한 서비스들이 많으니까? 반대로 제안서를 카카오에 보여주기만 하면 나중에 카카오가 어떤 서비스를 하건 도용으로 몰아갈 수 있는건가요?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도용했으니까?


 우린 이 도용 논란에 대해 철저한 3자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카카오가 지금과 같이 큰 덩치가 아닌 조그마한 회사인데 다른 회사들이 실패했던 설문 서비스를 가지고 카카오가 성공했다고 한다면 도용 논란보다는 대단하다며 박수를 쳐줬을지 모릅니다.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가 성공적이었을 때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카카오폴을 보는 시선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는 두잇서베이가 도용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카카오의 덩치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이미 부풀 떄로 부푼 네이버는 온갖 비슷하디 비슷한 서비스를 마구잡이로 만들고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덩치가 크기 때문에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보는 건가요? 카카오도 그렇게 덩치가 커졌으니 당연하다고 보는건가요?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똑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누가 성공을 시켰으며, 누가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 입니다. 음식에 관한 특허를 보면 비슷한 음식이지만 재료의 양이나 종류, 조리 시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식으로 구분시킵니다. 형태도 중요하지만 세부적인 내용과 이에 따른 맛의 차이를 보이면 다른 음식으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분명 우리는 똑같은 메뉴를 두고도 성공하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을 보곤합니다. 그럼 그것도 도용이라고 규정할 것인가?


 필자는 카카오가 카카오폴이라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이를 도용이라고 규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단순히 양심의 문제입니다. 카카오가 정말 양심적으로 오백인을 카피하지 않았다면 그걸로 끝난 것이며, 고의성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입장을 화가난 두잇서베이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목의 '진짜 도용'은 바로 그런 양심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이 논란이 소송으로 이어져 고착화 된 법체계에 도돌이표와 같은 논란을 집어넣어 판가름 하려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적인 문제로써 해결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것이야 말로 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이며, 진짜 도용을 가리는 것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