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이 나쁘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익히배워두는 것입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한번쯤 욕설을 내뱉게 되는데, 습관적이거나 화가 나고 짜증이 나거나 욕설을 뱉어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해도 좋을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든 욕설은 좋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욕설을 하는 사람들에 안좋은 시선을 가지기 마련인데, 굳이 이것을막아서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카카오톡/SNS 욕설필터링, 웹자유와의 문제다
욕설필터링은 낯설지 않습니다. 특히 채팅이 오가고 플레이어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온라인게임의 경우 언어폭력을 막기 위해 욕설을 제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사용되던 욕설필터링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 잘인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웹자유'에 의거하여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카카오톡/SNS 욕설필터링
28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정책관계기관협의회'를 열고 12개 부처 합동 제1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카카오톡과 같은 대화방이나 SNS 등에서 욕설 등 비속어를 사용할 경우 이를 차단할 수 있는 필터링의 탑재를 의무화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세부적인 사안은 법안 통과가 이뤄지면 알 수 있겠지만,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여가부가 움직였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 이 정책이 실명제 폐지와 욕설의 변형으로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라는 부분이 깔리기 떄문에 효과적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가부는 이런 욕설필터링을 이용해 집단따돌림이나 언어폭력을 막아볼 심산이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 서비스업체들에게 골칫거리만 떠넘기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사회적인 관점입니다. 필자는 IT블로거로써 IT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웹의 자유를 억압하는 굉장히 악질적인 정책이라는 점에 있어서 안타까움이 들어납니다.
웹의 자유
웹의 자유는 웹의 개인화와 연결지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말인가하면 웹의 자유의 전제가 웹의 개인화이고, 웹의 자유가 여지껏 있어왔지만 웹의 개인화가 발달함에 따라 좀 더 구체적여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트위터를 봅시다.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자신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실명제를 통한 인증도 없지만 누구나 자신이라는 개인을 노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이또한 웹의 자유의 한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웹이라는 사회에서 개인이 만들어지고, 기업이 만들어지고, 사회가 구축되는 현상 전체를 웹의 자유에 빗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웹이 하나의 거대한 사회라면 만약 누군가가 욕설을 습관적으로 한다고 했을 때 그걸 본 상대방은 그것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그 커뮤니티를 떠나거나 그 사람을 커뮤니티에서 내쫓을 수도 있습니다. 자살사이트나 카페가 버젓이 있더라도 그것은 웹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이것이 자살을 조장한다고 하더라도 조장된 것이 사회에서 일어났을 때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죠.
'그럼 자살사이트에서 자살이 조장되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이 옳다는 것인가? 자살을 고민하던 사람이 카페를 통해 자살을 확정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살을 생각하게 된 원인을 찾아주는 것이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고, 그것이 마련되었을 때 웹의 자유에 따라 자연스레 자살 사이트를 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각각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따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웹의 자유'의 본질이라는 것이죠. 만약 어느 커뮤니티에서 범죄를 구상하고 있다고해서 그들을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굳이 웹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구상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다만, 웹이라는 오픈된 환경에서 비춰지는 바로는 그것이 위험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웹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범죄를 구상하더라도 실행에 옮겼을 떄 범죄자로써 법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아무리 웹을 강압적으로 제한한다고 한들 범죄 조장이 막히고 실행이 막히진 않는다는 것이죠. 역시나 근본적으로 범죄가 일어나는 사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카카오톡이나 SNS의 욕설필터링도 그 부분에서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욕설을 받는다면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으면 되지 않은가?'라는 결론부터 도출합니다. 그러면 대게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으면 다른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고 오히려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자,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나타납니다. 카카오톡을 이용해야만 가능한 청소년들의 비정상적인 사교문제말입니다. 사회가 해결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웹의 자유와는 무관한 것이죠. 마치 카카오톡이 없던 시절 욕설이 담긴 손편지를 따돌림 당하는 학생에서 100통, 200통 보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채 웹의 자유를 억압하려고만 합니다.
온라인은 도망갈 수도 있고, 벗어날 수도 있고, 차단할 수도,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도 있는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하지만 매일 학교를 가야하고 악질적인 학생이 있는 곳은 벗어날 수 없죠. 이를 정책적으로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맡길 수 있는 오프라인 사회의 분위기부터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당합니다.
억압하지마!
웹은 웹입니다. 거기서 실제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비방이나 욕이나 하는 것들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실제 사건으로 나타나는 일도 있었지만, 개인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를 방지하기 위한 실명제도 사라졌고 웹의 본질인 자유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여가부의 이같은 정책이 웹의 자유를 억압하는 얼마나 잘못 된 발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웹의 자유 속에서 실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대비하기 위한 법률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단지 자유만을 억압하지 말라는게 필자의 주장입니다. 웹이든 사회든 욕을 할 수 없게하는 권한은 없습니다. 누군가 나의 욕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면 거기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자유도 있습니다. 욕설을 방지해서 집단따돌림을 막겠다?
자유는 자체로 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커뮤니티들은 자체적인 질서환경을 가지고 있고 여러 서비스들도 자체적인 약관과 정책으로 웹의 자유 하에 질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막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으며,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과연 이것이 웹의 발전과 개인화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억압하려 마십시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십시요.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정부이고 정책이고 국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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