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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Kakao

카카오페이지, 유료보단 문화로의 과제

 '1천만이상의 구성원이 있을 때 특정 코드는 문화가 된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좀 더 소비와 유행을 지향하는 대중문화가 현대사회에 발달해있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서서히 자리매김하는 새로운 문화 양식들 위에 우리는 서있습니다. LP에서 MP3로, 종이책에서 이북으로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이것은 문화변화에 있어 최대의 과제입니다.





카카오페이지, 유료보단 문화로의 과제


 20일,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라는 컨텐츠 플랫폼을 선보였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컨텐츠 유통'이라는 점과 '유료판매를 통한 수익성'이 가장 크게 주목을 받았었는데, 여기서 '유료'라는 점이 부각되어 우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과연 '유료'라는 부분이 카카오페이지의 발목을 붙들게 될까?

 필자는 오히려 '문화'로의 과제가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유료



 카카오페이지는 누구나 컨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북이나 매거진, 앨범, 레시피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다는 것인데, 기존 웹에서 가장 겹치게 보이는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검색을 통한 컨텐츠 제공과 '애드 포스트'라는 광고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뒀다면, 카카오페이지는 애초부터 유료판매를 염두하고 시작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유료 판매가 과연 먹혀들 것인가? 예를 들어 요리 레시피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유료로 유통을 한다고 합시다. 과연 이것을 누가 구입할까에 회의감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상당한 양의 무료 레시피는 검색만으로 얻을 수 있으며, 스마트폰에 자리잡은 레시피 어플리케이션들의 경우도 대게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굳이 카카오페이지를 통해서 유료로 레시피 컨텐츠를 구입해야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로 컨텐츠 제공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무료 컨텐츠에 우리는 익숙해져있고 요리 레시피의 검색 활동도 활발합니다만, 그렇다고해서 요리 레시피 서적이 판매 되지 않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소비자는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받고 싶어하지만, 제공자는 유료로 판매되어 수익성이 보장되길 바랍니다. 가령 레시피를 전문으로 활동하는 블로거가 자신의 레시피를 담은 도서를 왜 출간하고 싶어하는지의 간단한 문제입니다.

 당연히 이런 유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컨텐츠의 퀄리티는 무료 컨텐츠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으며 제공자는 이 수익모델에 대해 무료 컨텐츠와의 차별을 통한 진출을 끊임없이 시도를 할 것입니다. 왜 레시피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일까요? 제공자가 거기서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가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굳이 블로그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레시피 서적을 출간하는데만 매진하는 편이 더 높은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겁니다. '블로그'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가치가 컨텐츠를 제공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블로그를 통한 컨텐츠 유통이 이뤄진 것이지, 단지 블로그가 '무료'이기 때문에 컨텐츠를 제공했다는 것은 잘못 되었다는 것이죠. 애초 컨텐츠가 제공되지 않으면, 소비도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카오페이지라는 컨텐츠 제공자의 가치창출을 목적으로 시도하는 서비스의 경우 제공자의 참여도가 높을 수 밖에 없고, 그 제공 된 컨텐츠에서 소비자가 가치를 찾게만 되면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SK플래닛은 T스토어가 전자책 부문 누적 거래액이 100억원이 넘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매월 190만권 이상 다운로드가 이루어지고, 등록 된 이북 수만 하더라도 16만건을 넘어섰습니다. 아마존의 등록 된 100만건의 이북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지만, 충분한 판매가 이뤄지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습니다. 이북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소비자가 '편하다'는 가치를 발견했기에 소비가 진행되고,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유료로 판매가 될 것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T스토어의 이북은 유행'이며, '아마존은 문화'라는 차이에 있습니다.




문화




 카카오의 게임플랫폼으로 크게 성공한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트'를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소비지향적이지만, 대중문화로 치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둘 모두 1천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다양한 매체에서 소비되었습니다. 애니팡의 하루 매출은 2억5천만원, 드래곤플라이트의 경우 하루 20억 매출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들은 왜 매출이 발생한 것일까요? 결국 이용자들이 결제 / 지불을 했기 때문입니다. 유료 부분을 이용했기 때문에 이만큼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죠. 다만, 지속적이지 못한 유행에 따른 것일 뿐이죠.


 아마존은 작년 1월, 자사의 전자책 판매가 종이책 판매를 앞질렀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떨어지는 독서량에 비례해 이북 판매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이북이 종이책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종이책 문화가 이북 문화로 넘어가고 있음을 충분히 시사했습니다. 기반이 되는 문화 양식을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T스토어는 높은 거래액과 판매를 기록했음에도 국내 도서시장의 양식을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북이 생소하게 여기며, 단순히 유행으로써 소비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니까요. 여전히 종이책의 가치를 더 높게 잡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가 풀어가야 할 것은 과연 플랫폼으로써 디지털 컨텐츠 문화 양식에 변환을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마존이 문화인 이유는 유행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에 있습니다.

 한국 이북 시장이 연간 600억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면서도 제자리 걸음인 이유는 이런 소비지향적인 유행에 기반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가지 이북리더기를 내놓거나 양식, 플랫폼을 구축해두고 일정한 수익이 발생하면 또 다시 새로운 리더기와 양식, 플랫폼을 구축합니다. 소비에 있어서 정형화 된 유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하질 않다보니 단타적인 수익에 기대어 새로운 폐쇄적인 표준을 양산하는 문제에 놓이는 것이죠.


 아마존은 어떤가요? 혹은 애플의 아이튠즈는 어떤가요? 컨텐츠의 유입은 끊이지 않고 지속적인 가치 창출로 이어집니다. 이북이나 음원을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소스가 더 많이 생겼음에도 이들이 중심에서 기둥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에 기여하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문화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페이지




 필자는 카카오페이지가 수익을 창출하는데 있어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화라는 관점에 있어서 카카오페이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적지 않습니다.


 필자가 그저께 작성한 '카카오 플랫폼, 가능성의 무게보단 도전의 의미'에 어설픈YB군님이 '다만, 수수료 부분하고, 컨텐츠사 제휴등에 있어선 그들이 말하는 오픈경제나.. 상생 경제와는 다소 차이점과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역시나 플랫폼화 됬을때, 네이버처럼 될 가능성도 있는듯 보여요.'라고 덧글을 달아주셨습니다.


 바로 카카오페이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의 정확한 지적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문화로써 자리매김 했고, 컨텐츠 소비의 양상을 바꿔놓긴 했지만 네이버라는 공간에 갇히게 만들어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버렸습니다. 그것은 국내 웹 사용을 폐쇄적으로 만들고 다양한 웹 접근을 막는 근원으로 작용했습니다.  만약 카카오페이지를 통한 디지털 컨텐츠 유통이 문화가 되고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이후 네이버와 같이 카카오 플랫폼에 갇히는 상황 연출은 예상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기존의 컨텐츠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재상산되겠지만, 이후 카카오페이지를 통한 독자적 컨텐츠 생산이 이뤄졌을때 디지털 컨텐츠의 유통의 대부분이 카카오만을 거치게 된다면 네이버와 무엇이 다를까요?


 카카오페이지는 오픈과 상생으로 이어져 국내 컨텐츠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으로써 작용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카카오에 묶이는 것이 아닌 카카오를 통해 뻗어나갈 수 있는 문화로의 과제를 멋지게 수행했을 때 비로소 '카카오는 문화'라는 가치있는 이름을 수여 받을 수 있겠죠. 조금 지루한 접근법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카카오가 지향해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얘기하는 '같이, 새로운 가치, 다같이, 함께 만드는 모바일 세상'이라는 명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말이죠.


 그것이 필자가 주장한 카카오에 있어 진정한 도전이 되어야 할 것이고, 의미있는 과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카카오가 수익이라는 가능성을 넘어, 도전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