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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기술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디자인

 기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술일까요? 그렇습니다. 기술은 항상 우위점에 있어야 하며 틀려선 안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품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디자인'입니다. 단순명료하게 '제품은 이뻐야 한다'는게 기술시장에서도 중요한 포인트인 것이고, 이는 어떤 제품이라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대중들의 눈이라고?', 그럴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기술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디자인


 기술시장에서 디자인을 논하는 일은 이제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매우 흔하죠. 하지만 이는 몇몇 제품에 국한되어있고, 이는 대부분이 고가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기술의 디자인적 혜택을 누구나 누리고 있진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필자는 좋은 기술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중간한 기술로 '이정도면 팔리겠지'라고 생각하는 업체가 있다면, 지금 시점에서 그만두길 권할테죠. 기술은 당연한 것이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라는 얘기입니다.




약국



 필자가 약국에서 일할 때 처방전 입력 시스템으로 스프레드시트 형식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습니다. 위 사진의 프로그램과 다르지만 거의 흡사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못생겼습니다'

 누군가는 '일할 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왜 이뻐야 해? 일만 잘할 수 있으면 되지?'라고 얘기할테지만, 더이상 디자인이 그런 단순히 보는 요소에만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먼저 보기에 편해야 합니다. 하나의 처방전에는 많은 정보가 기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를 제각각 떨어뜨려놓아 입력 시 처방전과 프로그램에 눈을 굴려가며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상황에 오류라도 발생했다간 손님에게 죄송합니다를 얘기하길 수차례이며, 간단한 출력버튼들 조차 충분히 공간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음에도 조그맣게 따와서 붙여놓는 수준에 이것이 회사용인지 연말정산용을 인쇄하는건지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디자인이 중요한 것은 먼저 사용자에게 심미적 안정감을 쥐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인터페이스를 통한 편안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편리함까지 추구되었을 때 기술의 디자인적 요소가 극대화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국용 스프레드시트는 그런 경험따윈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그것은 업무상의 효율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것입니다.

 한가지 더 약국 얘기를 해보자면, 처방전도 못생겼습니다. 이런 얘기에 '디자인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놈인가?'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처방전이 못생김에 따라 심각한 종이 낭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처방전에서 약의 정보를 입력하는 란이 가장 넓게 짜여져 있습니다. 약이름과 보험코드, 1회 투여량, 1일 투여량, 투여 횟수까지 짜여있다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이 칸이 15칸까지 존재한다면 약이 한번에 15개가 처방이 된다면 모를까 1개만 처방된다면 나머지 14칸은 모두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한명 당 한장씩 돌아가는 처방전이니 종이 낭비가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차라리 그 비어져 버릴 칸을 줄이고 각각 섹션을 잡아 질병에 대한 정보나 약의 정보에 대해 기입해줄 수 있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필자는 이를 약사에게 얘기해보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걸'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왜?!? 왜 불가능 하다는 것일까요?!? 먼저 이를 기술 회사에 권하는 의사와 약사가 없다는 점과 딱히 기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입장에선 단순히 가격 우위점이 가장 크기 때문에 비슷비슷하다면 저렴한걸 구입하기 마련이며, 딱히 환자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환자들은 어차피 약이름 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써놓아봐야 설명해주는 것은 약사가 해야하고 그냥 환자는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오기만 할 수 있으면 된다는게 설명이었습니다.

 필자는 이것이 마치 '어차피 난 기술을 잘 모르기 때문에 휴대폰은 전화랑 문자만 잘 되면 돼'라고 말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스마트폰으로 지도도 보고 게임도 하고 주식도 하는 모습과 겹쳐져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전화만 하던 스마트폰을 남녀노소 누구나 웹과 연결시키고 카카오톡을 하게 만들고, 애니팡 하트를 보내도록 한 것은 디자인 때문입니다. 약사는 불가능이라 얘기했지만, 만약 충분히 이쁜 디자인의 약국용 소프트웨어와 처방전이 등장하여 이것이 환자들이나 병원/약국의 체계를 변화시킨다면 처방전만 들고 약국을 찾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도 바뀔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을 직접 보여줘야 하는 것은 기술 회사들입니다.




디자인


 기술 회사들은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한정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기술 회사 모두가 디자인에 투자할 여력이 있어야 하며, 결과적으로 디자인이 경쟁력이 되어 상황을 바꿔놓을 중요한 카드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지금 당장이라도 이 글을 읽은 사람 중 새로운 약국용 소프트웨어와 처방전 디자인을 구상해 이를 구현하고 영업을 뛰어보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게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디자인의 요소는 어떤 기술 회사든 고민해야 하며, 사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요소가 적용되지 않은 기술 분야는 디자인만으로 새로운 개척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술적 요소는 당연히 우수해야 합니다.


 한때 게임을 그래픽의 발전으로만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 긴 세월은 아니었지만, 어떤 게임이 그래픽이 우수한가에 대해 앞다투었고 그게 무슨 게임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냥 난리를 쳤었죠. 하지만 지금은 게임을 평가하는데 있어 그래픽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 그래픽을 뒷받침 할 인터페이스, 조작법, 시나리오 모든 것이 중요해졌고, 모든 것이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하나라도 빠진다면 몹쓸 게임이 되는 시장이 되었죠. 이는 자연스러운 경쟁의 결과겠지만, 그래픽 기술만으로 논하던 것이 어떤 크리에이티브 적인 생각과 맞닿으면서 부가되는 디자인적 요소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그것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래픽의 기술적 요소는 우수해야 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게 되었고, 게임개발자들이 단순한 기술 인력에서 크리에이터의 영역으로 탈바꿈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인 중 한명이 여전히 CDP를 사용하고 있는데 고장이 났다며 새로운 CDP를 사야한다며 찾아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필자는 '아니, MP3P를 사지 왜 CDP를 사느냐고 했더니 돌아온 말은 '비싸다'였는데, 이 말의 뼈대는 '이쁘고 좋은 MP3P는 비싸고, 싸구려 MP3P 가격이면 이쁜 CDP를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렴하지만 이쁜 것도 많다'고 했더니, '싸구려잔아'로 되돌아 왔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결함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느낀 것은 어떤 기술적 부분과 디자인적 부분에서 갈등을 느끼는 소비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이쁜 옷이긴 한데 재질이 별로라서 갈등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이 둘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것은 '비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인데, 하기사 비싼 브랜드 옷이면 디자인과 품질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는 것과 달라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 시장에서의 그런 소비는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디자인이야 아무렴 어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소비자들은 이쁜 컴퓨터를 쓰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기능적으로 만족하면 된다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대부분의 소비자들입니다. 이는 이쁜 제품에 대한 선택폭이 매우 좁고, 이 선택을 주도하는 것이 메이저 기업들 뿐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보세의류처럼 비브랜드 제품이지만 품질도 괜찮고 디자인적 요소도 폭넓다면 어떨까요? 물론 A/S라는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소극적인 기술의 소비 형태를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 이뻐야 해!


 이쁜 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이것은 어떤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없이 원래 그런겁니다. 그게 적용되는 것은 기술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쁘지 않다면 그게 아무리 좋은 기술이 들어가 있건 쓰지 않는 것도 사람입니다.

 필자는 대중들에게 기술의 우수성을 전달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며, 이 디자인이 충족되었을 때 누구나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처럼 말이죠. 그리고 디자인이 부각되기 시작한 시장은 기술의 우위는 당연한 것이 되며, 디자인적 요소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 장담합니다. 마치 시계의 기계장치는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선택하는 절대적 이유가 디자인이듯 말입니다.

 무조건 이뻐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서비스건 뭐든 이뻐야 합니다. 이는 앞으로의 기술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전반적인 기술시장을 변화시킬 열쇠로써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