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비 시장에서 브랜드파워란 매우 중요합니다. 제품을 선택하고 검색하는데 있어 종류보다 브랜드를 먼저 찾는 경우가 있으며, 거기서 만족할만한 제품이 없을 경우 제2브랜드로 옮기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굳이 브랜드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브랜드보다 제품을 먼저 선택하기도 하고 가격측면을 생각하긴 하지만, 브랜드에 치중하는 소비 형태에 포커스를 맞춘 업체들은 브랜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팬택, 브랜드파워가 밀린다?
기업들은 브랜딩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광고나 홍보, 프로모션, 매장을 늘리거나 유명인을 섭외에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다방면으로 고민하며, 실제 이런 활용 등이 브랜딩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SNS 마케팅과 같은 방법을 이용해 브랜딩을 키우는 방법도 선호되고 있죠. 그래도 좋은 브랜딩을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팬택 적자
팬택은 작년 7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07년 하반기부터 21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던 팬택이었지만, 수세에 몰려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어제 경기도 김포공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가진 팬택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함과 동시에 올해 외자 자금 수혈을 통한 재도약을 다짐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박병엽 부회장이 팬택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이준우 부사장을 대표 이사진에 올려 투톱체제의 경영을 선언했으며, 기존 주식 4주를 액면주식 1주로 합치는 무상감자에 대해서도 의결하며, 신규 투자를 늘릴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주주총회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팬택의 현재 상황이나 미래에 대한 포부 뿐 아니라 '팬택이 왜 적자를 맞이 했을까?'에 대한 해답이었습니다.
박병엽 부회장은 '팬택은 기술력, 상품력, 품질력이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지만, 삼성과 애플의 브랜드 파워에 밀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회사는 문제가 없는데 브랜드 열세로 인해 적자가 났기 때문에 투자를 통해 브랜딩에 주력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이 뿐 아니라 '스마트폰 기술이 평준화되어 기술보단 브랜드 파워에 시장이 집중되고 있지만, 팬택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소비자 신뢰를 앞세워 주도권을 탈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과연 이 박병엽 부회장의 의견에 동의하는 소비자는 몇이나 될까요?
적자 이유
팬택의 적자 이유는 분명합니다. 제품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력, 상품력, 품질력'의 3박자를 갖췄다고 했지만, 전혀 이 3박자를 경험하게 한 제품은 없습니다. 팬택의 현재 입지는 '나쁘지는 않지만 그저 그런...' 정도이며, 그것이 현재 팬택에 적자를 씌운 주 원인입니다. '스마트폰 기술이 평준화되어 기술보단 브랜드 파워에 시장이 집중되고 있지만, 팬택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소비자 신뢰를 앞세워 주도권을 탈환하겠다'고 했지만, 이 말조차 반대로 브랜드 파워때문에 팬택의 기술력과 소비자 신뢰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기술력과 소비자 신뢰가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가 밀리게 된 것입니다.
팬택은 '스카이'라는 브랜드는 버리고, 제품명이었던 '베가'를 브랜드 라인으로 정했습니다. 그것은 베가가 스카이의 브랜드 파워를 뛰어넘어 소비자들이 각인되게 하도록 브랜딩을 하겠다는 브랜드 창출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여전히 베가나 팬택을 스카이로 부르고 있으며, 없어진 스카이의 브랜드 파워가 베가보다 상위에 있습니다. 이는 스카이 때 느꼈던 제품의 품질에 대한 기억이 강하고 현재 베가가 그것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완전히 열세에 몰렸던 애플을 구출한건 애플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아니라 좋은 제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멍청한 대처를 하던 삼성이 안드로이드 1위로 등극한 것은 갤럭시라는 브랜드 때문이 아니라 그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스마트폰 시장에 잘 대처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팬택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 우리 제품도 괜찮은데 왜 저놈들 제품에 열광하는거야'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과도한 광고 마케팅인데,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거나 PPL을 통해 제품을 얼마나 더 노출시키느냐입니다. 제품은 좋으니까 이를 통한 마케팅으로 제품을 선전해 브랜딩에 힘을 주고 판매하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스마트폰 시장에선 굉장히 낡아빠진 방식이라는걸 팬택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국내 피쳐폰 시장은 'OOO폰'이라는 수식어 하나만으로 브랜딩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애니콜꺼다, 사이언꺼다, 스카이꺼다'는 그 다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스마트폰 시장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소비자는 제품의 품질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고, 그때문에 기능 위주의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더 잘들어 먹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팬택도 기능 위주의 광고를 하고 있긴 합니다. 다만, 그것이 뒷받침되기 위해선 먼저 제품이 좋아야 한다는 얘기죠. 거꾸로 하고 있는겁니다.
충분히 기회가 있었습니다. 21분기 동안 흑자를 냈다는건 그만큼의 제품 품질과 브랜딩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팬택은 단지 그것을 유지하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남아있는 브랜드 파워를 제품을 통해 보여주지 못했으며, 그것이 고스란히 작년 적자로 나타나게 된겁니다.
그럼 도대체 제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베가 시리즈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판올림에 대한 약속을 어기거나 제품의 출시 일정이 제각각에 너무 빠른 신제품 출시로 이전 제품이 묻혀버리거나 그게 아니면 보조금에 부어 '쓸만한데 싸게 살 수 있는 폰'정도의 저렴한 이미지만 구축해왔기 때문입니다. 비싸게 팔라는게 아닙니다. 원래 비싼 제품인데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을 각인시킨 것이 문제라는거죠. 그 외에도 싸구려 마감이나 쓸데없는 소프트웨어 수정으로 인해 떨어지는 안정성, 특징없는 디자인, 별 쓸모 없는 기능들까지 무엇하나 내세울만한게 없습니다. 여전히 '나쁘지는 않지만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브랜딩
팬택이 내놓는 제품들은 항상 재도약을 위한 제품들입니다. 그런데 재도약을 위한 제품이라면서 품새는 빨리 팔고 다음 제품을 팔고 싶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가지 집중한 제품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제조사는 팬택 뿐 아닙니다. LG, 소니, HTC,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그러했었죠.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LG는 옵티머스G를 통해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소니는 엑스페리아Z로 소니만의 스타일을 잘 살려 소비자들의 주목시켰습니다. HTC는 알루미늄 유니바디에 투톤의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원으로 브랜드 위치를 고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잘 팔려야 완벽한 성공이 되겠지만, 어찌되었건 한가지 제품에 집중을 한결과 그만큼의 성과가 나타나긴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박병엽 부회장이 언급한 애플과 삼성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추게 한 원인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되었다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라인 늘리기나 단타판매 같은 같잖은 방법보다 효율적이라는걸 소비자들도 알고 있다는 겁니다.
팬택이 진정 강력한 브랜딩을 원한다면 제품을 제대로 만드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과 스카이 이후 사라져버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 톱스타가 휴대폰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10/20대 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팬택이 과연 제대로 된 브랜딩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올해 나올 제품에 반영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년에도 적자 풍년만 맞이하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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