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자유롭습니다. 딱히 저널리즘을 지킬 필요도 없으며, 자유로운 생각을 집필하면 그만 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널리즘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블로그인데, 그 정보가 거짓이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블로거로써가 아니라 정보 주체로써 저널리즘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것은 언론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인 것이죠.
퍼플 저널리즘에 빠진 블로거들
필자는 어제 짜증이 났습니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었고 이런 문제에 대해 나름의 소신만 가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어제는 특별히 짜증이 나 굳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딱히 짜증을 풀어놓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블로그의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입니다.
페이스북 OS
필자는 어제 '페이스북은 안드로이드에 어떤 집을 지을까?'라는 글을 발행했습니다. 페이스북은 4월 4일 이벤트를 열 예정이며, 이 이벤트에서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 나름의 분석을 내린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주제에 관한 글을 작성한 블로그는 저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 주제를 다룬 글들 전반이 '페이스북 OS'를 언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이벤트에 관한 주제는 페이스북 OS로 둔갑되었으며, 다음뷰 상단 타이틀에 올랐고 다음의 메인에도 그와 관련 된 글이 게제되었습니다. 물론 제 글이 올라간 건 아니지만, 그 때문에 짜증이 났던건 아닙니다. '페이스북 OS'라는 자체에 짜증이 났던 겁니다.
도대체 페이스북 OS가 뭡니까? 아니, 대중들이 이 단어를 봤을 때 떠올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페이스북이 운영체제를 만드나?'일겁니다. 이것 자체가 오류입니다. 문제는 이 페이스북 OS를 당연하다는 듯 IT블로거들이 퍼다 나른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페이스북 OS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OS를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이 초대장에 써넣은 것은 '안드로이드에 지은 집을 보러 오라'가 전부 입니다. 어디에 페이스북 OS를 공개한다는 말이 있나요? 이 부분에 대해 페이스북 OS라고 언급한 것은 '테크크런치' 뿐인데다 다른 미디어들은 테크크런치의 분석을 너무 앞서 갔다거나 운영체제가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그것은 비단 외신들 뿐 아니라 국내 언론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테크크런치의 보도가 퍼지더니 이를 IT블로거들이 인용하기 시작했고, '페이스북 OS'가 마치 실제 공개 될 것처럼 꾸며졌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테크크런치가 얘기한 것조차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테크크런치는 페이스북이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와 같이 안드로이드를 커스텀해 자신들의 OS를 만들 것이라고 했는데, 이건 단순히 안드로이드의 포크(Foke) 버전이지 운영체제가 아닙니다. 아마존조차 킨들 파이어에 탑재 된 것이 안드로이드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페이스북 OS라니요? 그렇기 때문에 언론들이 테크크런치의 보도를 지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IT블로거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사치였나 봅니다. 쏙 빠진 채 페이스북 OS가 진짜 등장할 것처럼 전달되었습니다.
옐로우 저널리즘
테크크런치는 전형적인 옐로우 저널리즘을 보였습니다. 먼저 지난 1월에도 페이스북폰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했으며, 그마저도 1월 15일에 열린 그래프 검색에 관련 된 이벤트에서 페이스북폰이 나올 것에 흥분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외국 블로거들은 테크크런치의 이런 장문의 분석을 받아들여 1월 15일에 페이스북폰이 나올 것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나온건 그래프 검색 뿐이었죠. 그리고 이번에는 어떤가요? 테크크런치는 또 페이스북OS와 페이스북폰을 언급합니다. 그리고 그 사실 여부를 떠나 국내 블로거들이 이를 받아적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만약 '페이스북OS가 나온다면?'이나 '페이스북OS가 나왔으면 좋겠다'와 같은 추측성에 따른 개인의 생각이 작성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마치 페이스북OS가 나온다는 확정성 글은 아무리 자유로운 생각을 나누는 블로그라고 하더라도 잘못 된 것입니다. 전달 주체로써의 저널리즘이 무너진 것이죠. 그것은 방문자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사실 관계에 대한 논의라면 모를까 허위 사실의 옐로우 저널리즘에 허우적거리며 사리분간을 못한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도대체 페이스북OS라는 얘기가 나오면 IT와 멀어져 있는 대중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허위 사실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실제 이벤트에서 페이스북폰이 공개 된다 하더라도 그건 OS가 아니란 말입니다. 페이스북OS 자체가 잘못된 것인데,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옳은가요? OS라 할 것이 아니라 정확히 포크 버전으로 명시했어야 하며, 그것이 대중들에게 생소한 것일지라도 그 생소한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달 주체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그냥 OS라고 하는게 이해가 빠를거라며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안된단 말입니다. 필자는 거기서 짜증이 났던겁니다.
마치 한때 아이폰3Gs를 계속 아이폰4로 명시하는 바람에 대리점에도 아이폰4라도 부착해놓고 그걸 보고 낄낄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Gs를 계속 4라고 부르는 사람이 생겼던 것처럼 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개인 미디어 수용이 대중들에게 끼칠 영향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에 열불이 터졌던 겁니다.
언론이 옐로우 저널리즘을 표방한다면, 그를 걸러내 대중들에게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포함해야 하는 것이 개인 미디어로써의 역할입니다. 차라리 블랙 저널리즘을 보여주는 편이 더 낫죠. 마치 팩저널리즘 처럼 이 사람이 쓰면 나도 쓰고, 저 사람이 쓰면 또 나도 쓰는 팩저널리즘처럼 걸러지지 않은 옐로우 저널리즘을 선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있어선 안됩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퍼플 저널리즘
이런 문제는 비단 IT블로그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더 정보의 유입이 강한 정치나 스포츠, 연예 쪽에서 이런 문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단지 개인적 생각이 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보다는 개인적 생각 차이에 따른 분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어떤 분명한 사실 관계에 있어서는 저널리즘을 지켜야 합니다.
필자는 지금부터 옐로우 저널리즘을 통한 정보를 아무런 여과없이 블로그의 컨텐츠로 삼고 반영하는 형태의 저널리즘을 '퍼플 저널리즘(Purple Journalism)이라 명명합니다. 이것저것도 아닌, 블로그의 껍데기를 채워 우아하게 보이길 바라기에 아무렇게나 옐로우 저널리즘을 받아들이는 그런 블로그의 저널리즘 형태를 퍼플 저널리즘으로 부르겠다는 얘기입니다.
미디어로써의 가치를 지키고 싶다면 퍼플 저널리즘에 빠져선 안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감이 뒤따를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신의 블로그가 퍼플 저널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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