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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팀쿡이 해야 할 일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 위해 원인을 찾기 마련입니다. 해결해야 하니까요. IT 업계에서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 '애플의 미래'입니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애플이지만, 많은 사람이 원인이 무엇일까 얘기들을 꺼내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CEO인 '팀쿡'입니다.





애플, 팀쿡이 해야 할 일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집단이 무너지는 것에 있어서 리더의 비중은 매우 높습니다. 수완, 판단 능력, 결단력, 모든 부분이 완벽하더라도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없는 리더는 집단을 미궁에 빠뜨리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의 CEO인 팀쿡이 애플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적


 포브스(Forbes)는 월가의 소스를 통해 애플의 CEO인 팀쿡을 대체할 인물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의 임기 동안 애플의 주식은 반토막 났으며, 성장 둔화의 이유로 월가에서 팀쿡을 꺼린다는 겁니다. 팀쿡이 실적발표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천문학적인 이익과 같은 극적인 것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주가는 더 감소할 것이고, 그것이 팀쿡의 종료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애플의 2분기 실적발표가 있었습니다.

 애플은 회계연도 2분기에 $436억의 매출, $95억의 순이익, 순마진은 37.5%를 기록했습니다. 아이폰의 판매량은 3,740만대로 전년 동기의 3,510만대보다 많이 팔았고, 아이패드는 1,950대를 팔아 전년 동기의 1,180만대를 넘어섰습니다. 맥은 400만대에 약간 모자란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일단 작년의 매출 기록은 넘어섰습니다. 순익은 감소했는데, 아이패드 미니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의 예상치를 웃돌긴 했으니 부진한 실적은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작년에도 비슷한 분위기였으니까요.


 이런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애플이 계속 실적이 부진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애플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의 비중은 작년에 대비해 5%나 감소했습니다. 아이패드가 3% 증가해도 아이패드 미니가 순이익을 갉아먹으니 오십보백보입니다. 아이튠즈 비즈니스도 4%나 상승했지만, 컨텐츠 제공자에게 돌아가야 할 비용을 생각하면 역시나 부족합니다. 월가는 현재 감소하는 아이폰 비즈니스에 불만이 많습니다. 포브스의 보도도 거기에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이익을 보여달라는 것은 여전히 아이폰 비즈니스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달라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게 아니면 새로운 비즈니스의 신제품이나 보여달라는 얘기죠. 팀쿡 경질설은 그게 안되면 그게 가능한 CEO를 데려와 달라는 겁니다.

 애플의 실적이 여전히 높다는 것은 소비자들은 딱히 영향을 받은 게 없으며, 애플 제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입니다. 소비자가 주주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주주들은 애플의 실적이 문제가 아니라 성장하지 못하는 부분만 꼬집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건 알겠는데, 성장세가 약화되면 우린 투자하기가 힘들지.'


 필자는 이 부분에서 2006년의 애플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애플은 맥과 아이팟이라는 비즈니스를 꾸리고 있었습니다. 아이팟은 '나이키 효과'를 창출해냈다면서 애플의 주요 비즈니스로 월가에 오르락내리락했고, 맥은 고마진의 컴퓨터로 애플의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주주들은 상당히 불안해했습니다. 먼저 아이팟은 그대로 잘 팔렸지만 애플이 아이팟의 저가 라인을 계속 만들어 내면서 순이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했었습니다. 소니 등이 다시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아이팟의 비즈니스를 다시 성장세에 올려놓긴 힘들다고 본 것입니다. 이때 애플은 미국 내 자동차에 아이팟을 연결하는 장치를 선보였고, 자동차 업체들과 손을 잡아 아이팟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했지만, 폭발적인 성장세가 둔화하자 주주들은 외면했습니다. 소비자들이야 계속 아이팟을 구매했지만 말이죠. 맥은 성능 문제에 부딪힙니다. 소니와 도시바, 레노버 등이 치고 나오는 상황에서 맥의 성능은 형편없고 그 때문에 맥이 서드파티 하드웨어를 지원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왔었습니다. 2006년은 애플의 시가총액이 델을 앞질렀을 때이고, 델은 PC 점유율 1위를 할 때입니다. 당시 맥의 점유율은 10% 정도였기 때문에 주주들은 애플에 더 많은 이익을 내고 델을 이기려면 맥을 다른 제조사가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마치 저가 아이폰을 내놓으라고 애플을 들쑤시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순전히 애플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이미 애플의 하락세를 예측하고 있었으며, 당시 월가의 5대 투자 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의 앤드루 네프는 애플 주가 등급설정을 '구매'에서 '중립'으로 전환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베어스턴스는 아이팟이 출시된 후 상승세를 3년 정도로 보고 2004년에도 애플의 등급 설정을 '하향'으로 고정했었다는 겁니다. 베어스턴스가 파산하기 직전이긴 하지만, 당시 파워는 상당했기 때문에 애플이 망할 것이라는 얘기가 월가에서 계속 흘러나왔고, 여기에 잡스가 디즈니 최대 주주가 되면서 애플은 돌보지 않고 디즈니만 신경 쓸 테니 잡스를 이사회에 두되 CEO 자리에서는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애플의 실적이 고르게 좋았고,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그냥 다 묻혀버립니다.




팀쿡




 팀쿡 경질설이 떠돌자 이것에 대해 잡스 디즈니 이적설 수준의 분석이 나옵니다.

 잡스 디즈니 이적설이 떠돌 때 상황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옵니다. 잡스는 2006년에 픽사를 디즈니에 매각했는데, '잡스가 도전적인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현재 포화 상태의 애플보다 디즈니 업무에 더 신경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애플이 가지고 있었던 제품은 맥과 아이팟이 전부였습니다. 아이튠즈도 있군요. 당시 애플스토어는 120개가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애플스토어 방문을 많이 하곤 있지만, 맥과 아이팟을 모두 소지했을 때 방문율은 줄어들 것이며, 그것이 애플의 포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잡스는 애플을 회복시킨 것에 만족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고서 디즈니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니 애플 CEO에서 빠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할 때 우려가 컸으며, 상당한 압박을 받던 상황이었기에 최대 주주인 잡스의 힘을 빌릴 거라는 얘기가 신빙성 있게 다가왔었죠. 왜냐하면, 잡스는 픽사를 일으킨 신화였으니까요. 하지만 잡스는 끝까지 애플에 남았습니다.


 팀쿡을 봅시다. 먼저 팀쿡이 경질될만한 이유가 나옵니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녀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부족하다.' 팀쿡은 이미 잡스가 암 투병으로 3차례나 휴직했을 때 임시 CEO를 맡은 바 있습니다. 그가 애플을 운영하는 경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팀쿡이 임시 CEO로 자리했을 때 애플도 절정이었으니까요. 단지 제품 개발에 있어 잡스가 멘토 역할을 지속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팀쿡이 임시 CEO를 맡았지만 잡스의 영향력이 컸을 테고, 지금은 잡스가 없으므로 제품 개발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다가가기 쉽습니다.

 필자는 얼마 전, '애플의 머리, 에디 큐'라는 글을 작성했습니다. 큐는 현재 애플의 방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입니다. 잡스도 큐의 의사를 반영했고, 실질적인 협상 카드로 큐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 또한 큐의 의견이었죠. 잡스라는 한 명의 멘토가 없는 지금 팀쿡은 자신과 직원들의 유동적인 관계를 통한 체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큐가 아이패드 미니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팀쿡이 이를 결정했으며, 아이브가 이를 디자인합니다. 필 쉴러는 키노트를 진행했군요. 일각에서는 스캇 포스톨이라는 인재를 팀쿡이 내쳤다고 하지만, 실상 포스톨로 인해 다른 임원과의 갈등이 더 깊어졌다면, 현재 체제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을 겁니다. 포스톨은 자신이 iOS와 서비스 부분을 일부 담당하면서 독자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결정으로 팀쿡은 포스톨을 내쫓았고,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업무를 철저히 분담합니다. 아이브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전체적인 디자인, 에디 큐는 서비스, 패더러기는 iOS와 OS X, 맨스필드는 반도체 연구, 그리고 자신은 결정하는 것으로 말이죠.

 팀쿡는 스스로 제품 개발에서 잡스와 같은 위치에 이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임원들의 유동적인 관계를 이끌어 내기 위한 체제를 구성합니다. 거기서 척출한 것이 혼자 놀던 포스톨이었습니다. 그것은 옳은 결정이었습니다. 포스톨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포스톨 하나로 애플을 운영하기보단 다른 우수한 인재들을 포용하여 제품 개발 문제를 해결하려 한 팀쿡의 결정에 무엇이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요? 잡스는 자기가 이행하는 스타일이었지만, 팀쿡은 임원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거기서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로 잡스에게 자연스럽게 의견을 내놓고, 이를 잡스가 받아들이기도 했던 에디 큐를 승진시킨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이패드 미니는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들 중 몇 명이 애플을 뛰쳐나갔을지도 모릅니다.

 팀쿡이 제품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한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한 구조적 변화는 정갈하게 이뤄냈습니다. 그게 팀쿡의 능력입니다. 그것을 잡스와 비교하면 당연히 팀쿡의 현재 모양이 뒤틀리게 보이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이유로 팀쿡을 경질설이 나오고 애플의 실적이 부진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적이 부진했나요? 아니면 팀쿡에 문제가 있는가요? 이게 잡스 디즈니 이적설과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월가의 애플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이나 이런 허무맹랑한 소릴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팀쿡이 완벽히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애플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500억의 자사주를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불같이 달려드는 주주들을 안심시키려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여태 애플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며,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이것은 굉장히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은 여태 제품으로 승부해온 회사입니다. 포화 상태라던 2006년을 뒤집어 버린 것이 2007년의 아이폰이었던 것을 보세요. 그것은 주주들의 입막음을 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귀에 울렸던 애플 위기설을 잠재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날뛰는데 주주들이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요?

 하지만 팀쿡은 그것과는 다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것은 잡스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애플의 제품이 문제가 있어서 여태 쌓아뒀던 돈으로 막아내려 하는 건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 부분은 상당히 아쉽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걱정을 더 앞서게 하는 빌미가 됩니다. 주주들이야 좋다고 콧노래를 부를 것이고 허무맹랑한 소리로 압박하던 것도 꺽일지 모르겠지만, 팀쿡에게는 소비자까지 포함하여 압도할 카리스마가 부족합니다.




애플



 팀쿡 논란에 대해서 우린 분명히 해야 합니다. 먼저 팀쿡이 잡스의 뒤를 이어 CEO로 자리한 선택은 적절했습니다. 그리고 팀쿡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운영 구조를 바꿔낸 것도 옳았습니다. 잡스의 흉내를 내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죠. 하지만 소비자보다 주주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문제로 삼을만합니다. 잡스가 제품으로 주주와 소비자를 모두 잠잠하게 만들었다면, 팀쿡은 자본으로 주주를 막으려 했습니다. 그다음은 무엇입니까? 주주들을 위한 제품입니까? 소비자를 위한 제품입니까?

 없던 카리스마를 갑자기 뿜어내라는 건 우스갯소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팀쿡은 자신의 부족한 카리스마를 메우기 위해 애플을 다듬었고, 이제는 뭐든 확실한 애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질설을 잠재울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애플에서 해낸 것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주주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앞으로 애플 제품을 구매해도 될지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어야 하죠. 그리고 그 비전을 소비자들이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주주들의 원성도 잦아들 것이라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애플 CEO라는 상당한 중압감에도 별 무리 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팀쿡은 CEO직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팀쿡이 아니면 누가 애플을 지금과 같이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지 되물어봅시다. 발머로 인해 MS가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하면 팀쿡은 맡은 바를 우수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소비자들이 망각하지 않게 하려면 보여줄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보여줄 것은 주주들에게 돌아갈 돈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돌아올 제품이어야 합니다.

 6월 10일부터 애플의 연례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인 WWDC가 개최됩니다. 조용했던 상반기를 대신해 과연 애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팀쿡이 애플의 CEO로 확고히 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