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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FaceBook

KIN을 통해 본 페이스북 First의 실패

 페이스북이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는 루머가 현실이 되긴 했지만, 자체적인 플랫폼을 꾸리는 것이 아닌 차차와 같이 HTC와 손을 잡은 안드로이드폰이었습니다. 다른 게 있었다면 페이스북홈이라는 런처를 탑재하였다는 것인데, 과연 소비자들이 페이스북을 위한 제품을 구매할 지 주목되었죠.





KIN을 통해 본 페이스북 First의 실패



 페이스북과 HTC가 내놓은 페이스북폰의 First라는 이름이었고, 가격은 2년 약정 시 $99으로 저렴했습니다. 하지만 출시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0.99로 가격로 대폭 낮췄으며, 이런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도 팔리지 않자 판매 중단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First



 BGR은 First가 판매 초기부터 판매량이 저조해 재고를 밀어내기 위해 가격을 내렸고, 그마저도 판매되지 않아 AT&T가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플래그쉽 모델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사양이었지만, 페이스북을 주로 이용하는 사용자를 위한 저렴한 스마트폰으로 이목을 끌었던 First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BGR은 First의 판매량이 15,000대 이하인 것으로 집계했으며, 남은 재고는 다시 HTC로 밀어 넣는 식으로 사실상 페이스북홈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홈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 정도이며 실사용자는 그 미만일 것을 추정했을 때 First의 판매까지 저조한 것은 사실상 페이스북홈의 향후 계획이 길을 잃은 것입니다. 런처 경쟁의 불을 붙였다는 페이스북홈과 페이스북홈을 탑재한 First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많은 사람이 '부족한 사양'을 꼽지만, 가격이 $99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성능 문제만으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페이스북은 분명 First를 저렴한 스마트폰으로 SNS를 즐기는 소비자로 타겟팅 했을 것이고,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에 맞서긴 힘들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자충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분명 적당한 성능에 가격이 낮은 것은 맞지만, 페이스북홈이라는 것이 First를 구매할 포인트가 되지 못했고 페이스북홈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는 상황에 좁은 마케팅 포지셔닝이 실패 원인이 된 것입니다. 소비자로서는 갤럭시 시리즈를 구매해 페이스북홈을 설치하는 것으로 사양에 대한 만족을 할 수 있고, 저가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페이스북홈이 딱히 매력적이니 않기 때문에 First는 상당히 어중간한 제품이 되어 저조한 판매량으로 이어졌습니다.

 페이스북홈이 인기를 끌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기본 탑재된 First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차라리 손해를 보더라도 사양을 높여 밀어붙이거나 아니면 페이스북홈을 매력적으로 만들거나 둘 중 하나는 제대로 했어야 했지만, 페이스북도 HTC도 소심하게 간만 보는 식의 접근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꼭 예전에도 본 기억이 있습니다.




KIN



 MS는 새로운 윈도폰을 내놓기 전에 'KIN'이라는 MS 최초의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을 2010년에 출시했습니다. 'KIN One'과 'KIN Two', 두 가지 모델을 선보였으며, 가격은 각각 2년 약정에 $49.99, $99.99였습니다. 성능은 높지 않았고, 윈도폰7의 라이트 버전으로 SNS를 중심으로 사진, 음악, 비디오 기능을 중점에 둔 제품이었습니다. KIN Loop이라는 소셜 홈스크린은 마치 페이스북홈처럼 SNS 뉴스를 실시간 알려주는 것에 중점을 뒀으며, 페이스북 뿐 아니라 마이스페이스, 트위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Loop을 통해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윈도폰의 소셜허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특징이었죠.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확장된 피처폰 개념의 제품이었고 당연하게도 실패합니다. First와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죠.

 실패했다는 것과 비슷한 가격과 성능, SNS를 기본 중심에 뒀다는 점. 그리고 실패 이유로 꼽힌 부분까지 같습니다.

 '낮은 사양', '높은 가격', '낮은 판매량', '이른 단종 시기'

 KIN은 8,810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KIN을 동작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First 구입자들이 기본 탑재된 페이스북홈을 사용하기 위해 로그인하는 것과 같은 거였죠. 이 KIN을 통해 연결된 페이스북 계정 수가 8,810개인 것으로 판매량을 집계한 것인데, 어찌 되었든 사용자들이 무조건 페이스북에 접근하게 한 것입니다. 가격과 성능은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둘이 비슷한 제품이라는 점과 비슷한 포지셔닝을 봤을 때 한 가닥의 실패 원인이 보입니다.

 First의 실패 원인처럼 KIN도 딱히 사용자들이 SNS 중심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가격과 성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SNS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심 역할을 하여 제품 차별화를 이루기만 하면 되었지만, 한가지 결론은 SNS가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중요 사안이 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SNS보다 플랫폼의 생태계에 더 많은 관심이 있고, 그 생태계 속의 하나로 SNS를 보기 때문에 더 작은 존재로 비치는 SNS가 중심이 되면 차별성을 느끼기보단 부족함을 느낀다는 겁니다. 안드로이드가 기본인 First 또한, KIN과 같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페이스북




 필자는 지난 4월 6일, '페이스북 런처, 소극적이다'는 글을 작성했습니다. 자체 플랫폼을 확장해 직접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에 편승하는 소극적인 태도는 좋지 못하며, IPO를 한만큼 적극적이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 경쟁력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애플이나 구글의 번들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죠.

 결과적으로 SNS는 소비자에 있어 번들로 작용했습니다. 확장성 있는 제품으로 페이스북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이 중심을 제품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페이스북홈을 제외하면 타 안드로이드폰처럼 사용할 수 있더라도 작은 의미의 제품으로 받아들입니다. 그것은 사용자의 사용 패턴이 어떻든 폭넓은 플랫폼 확장은 필수이고, 그것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무엇이 되었든 피처폰 수준의 제품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2년 약정에 공짜인 아이폰4를 구매하는 것이 나아 보이죠.

 페이스북은 페이스북홈 같은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을 할 게 아니라 페이스북을 좀 더 확장되어 iOS나 안드로이드와 같은 플랫폼과 대등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하다못해 아마존처럼 포크 버전의 안드로이드라도 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자체 앱센터를 탑재한 생태계 조성을 빼놓아선 안될 테고요.

 MS가 KIN을 실패하면서 얻은 교훈이 그런 것이었고, 그나마 지금 윈도폰으로 역량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냈던 KIN보다 윈도폰이 훨씬 잘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물론 페이스북에 당장 애플 등과 견줄 하드웨어를 만들라거나 페이스북을 SNS를 넘어선 플랫폼으로 개선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지향 해야 하는 방향은 그런 방향이어야 하며, '포크 버전도 필요없다'는 주크버그의 말을 뒤집을 수 있어야 합니다. 확실한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고, 관계망만을 통한 비즈니스가 소비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거기에 의존하려는 망상을 깨버려야 합니다. 그것을 깨버리지 못했기에 KIN과 같은 제품이 나올 수 있었고, 그걸 간과했기 때문에 또다시 First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후 First와 같은 실수 반복을 다시 해선 안 됩니다. 제2의 KIN을 만든 오명을 벗고 싶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