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로 수십 년 동안 고생하고 있는 업체가 둘 떠오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입니다. 게임의 불법 복제는 여러 회사, 여러 게임이 적용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오피스, 어도비의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는 줄곧 불법 복제 1위 소프트웨어로 자리해왔습니다. 그러자 빼낸 카드가 바로 '클라우드'였습니다.
어도비, 클라우드로도 불법 복제 막을 수 없나?
MS와 어도비 모두 클라우드 제품을 선보입니다. MS는 오피스 365라는 클라우드 오피스,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라는 어도비 전 제품을 클라우드에 담은 제품군을 출시했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 성과에 준하듯 어도비는 기존 패키지 형태의 CS 제품군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고 CS6 이후 CC만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CC가 한 달에 한 번 사용자 인증을 받아야 하고, 그것이 불법 복제를 막고 고스란히 수익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불법 복제
어도비는 CC만 제공하는 대신 패키지 구매가 어려운 라이트 사용자를 위해 실질적인 가격도 낮췄고, 한 제품만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불법 복제를 막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죠. 그런데 이마저도 불법 복제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CC를 한 달 구독료를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불법 복제를 막는데 탁월할 것 같던 기간 단위의 구독과 인증이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CC를 지속해서 이용하려면 사용 한 달이 되는 날에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이를 역으로 CC가 인식하는 날짜를 설치 당일에 고정하여 시간이 지나지 않게 합니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인증을 받을 필요도 없고, 구독료를 낼 필요도 없이 어도비 제품군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어도비가 CC로 체제 전환을 한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에 불법 복제가 이행된 것입니다.
익명의 소식통이 말한 바로는 CC가 출시된 지 하루 만에 이 방법이 유통되었으며, 어도비는 공식 처지를 밝히진 않았지만,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도비
CC는 어도비에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불법 복제를 막으면서 패키지 방식에서 발생한 생산과 유통 비용을 줄이고, 사용자나 유통 파악까지 가능해, 기존 방식에서 문제 시 되었던 부분을 잡아주는 방법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불법 복제판이 유통되고, 어도비가 CC를 통해 얻고자 했던 효과가 산산이 조각났습니다. 이 인증의 허점이 계속 적용되면 어떤 식으로 막더라도 불법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됩니다. CC를 꺼내 들 때만 하더라도 어도비가 불법 복제가 칼을 빼든 것이라고 얘기 되었던 것이 무딘 칼로 변한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클라우드로도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없을까요? 어도비는 계속 CC를 내세우면서 인증 방식을 바꾸는 방법을 택할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상 온라인에 접근해 불법 사용을 감시하는 것인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상당히 많습니다. 단지,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것인가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기존 CS 사용자들은 CC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분명 괜찮은 프로그램이지만, 패키지가 아닌 지속해서 비용을 내고 인증을 받고 하는 방식이 썩 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CC 사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이 시스템을 다시 뜯어고친다면, 정당한 비용을 내고 잘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에만 불편이 돌아갑니다. 불법 사용자들이야 정당한 방법으로 사용한 것이 아녀서 불편하게 바꾸는 것이야 상관없지만, 비용을 낸 사용자에 불편을 초래한다면 불법 사용자를 잡으려다 역으로 정식 사용자를 놓치는 꼴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어도비에 이번 CC 불법 복제는 좀 더 엄격한 인증 규제로 불법 복제를 막으려 할 것인가, 불법 사용자는 감시와 제재로 처리하고 정식 사용자들의 만족감을 높일 것인지 고민에 빠지게 하고 시험하게 했습니다.
클라우드
어도비의 역사를 볼 때 좀 더 강력한 인증 방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어도비답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방식은 기존 패키지 방식과 달리 감시와 관리 알고리즘으로 불법 사용자를 걸러내는 것이 더 수월합니다. 어도비가 체제 전환을 계획한 만큼 좀 더 이상적인, 정식 사용자들도 배려할 수 있는 대응을 마련하고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CC에 대한 초기 불만이 불법 복제 대응에 추가적인 바람이 되어 불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어도비에 필요해 보입니다.
어도비는 CC를 불법 복제를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그리 쉽게 풀릴 일은 아니었나 봅니다. 이 문제는 나아가 클라우드로 체제 전환을 하려는 MS 등에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며, 클라우드 방식의 제품도 그 나름의 고민을 깊게 할 수 있어야 함을 방증하는 사건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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