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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싸이월드의 재기가 불가능한 이유

 '싸이'가 두 의미를 지닐 때가 있었습니다. 가수 싸이와 싸이월드로 말이죠. 명사처럼 사용되어 '싸이하냐?'라는 질문 자체가 인터넷에 개인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느냐와 같은 의미로 전달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그냥 싸이인거죠. 이런 싸이의 재기 움직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싸이월드의 재기가 불가능한 이유


 싸이월드가 출시된지 13년입니다. 출시부터 인수, 확장, 쇠락까지 한 편의 인생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싸이월드가 어려워진 것은 체제 전환에 늦장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대응이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에 대체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 모습을 보였는데, 뒤늦게라도 이를 벗어나고픈 것인데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미니홈피 베타




 싸이월드는 새로운 미니홈피의 베타버전을 공개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미니홈피로 넘어가는 팝업창이 사라졌다는 것으로 '미니'의 의미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잡한 인터페이스를 버리고 게시물을 전체 화면에서 한번에 정리하여 보여주는 '내 공간' 개념을 강화했고, 메뉴들을 간소화하여 왼쪽 사이드로 몰아넣으면서 사용자가 컨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좁아터진 팝업보다 전체화면을 사용해 넓직넓직하게 컨텐츠를 즐기게 한 것이나 직관적인 메뉴 접근으로 사용자 편의를 도모하는 등은 최근 트렌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 일촌 시스템과 13년을 쌓은 DB가 합쳐지면 마치 새로운 느낌이 드는 개인 공간을 얻은 느낌을 사용자들이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검색 기능 등을 강화하여 일기장 느낌을 주면서 개인이 디지털 데이터를 모아 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점은 관계 형성없이도 싸이월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싸이월드가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을까요?




재기 불능



 싸이월드의 외관이 크게 변한 것 같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트위터보다 더 시각적이고, 페이스북 보다 사진을 한 번에 더 역동적으로 보여주지만, 이들을 변형시킨 것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인터페이스에 신경을 쓴 것 같지만 사용자 경험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 모습입니다.트위터는 타임라인, 페이스북은 뉴스피드가 핵심입니다. 개인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보다 타임라인과 뉴스피드에 사용자들이 더 집중해있죠. 하지만 싸이월드는 여전히 미니홈피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이를 대신하기 위해 홈을 새로 단장했던 것이겠지만 바로 정보에 접근하게 하는 부분에서 덜 직관적입니다. 인터페이스를 통한 동작은 좀 더 편해졌을지 모르겠지만 접근성 자체는 팝업창을 띄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시스템도 크게 다르지 않고 일촌=친구, 팬=팔로워 수준인데, 정보 공개 설정이 페이스북이 더 세부적이고, 싸이월드는 단지 개인 공간에 누군가를 참여시키놓은 수준에 머무릅니다.

 이것은 새로 바뀐 싸이월드에 대한 간략한 설명 정도입니다. 결론은 바꼈지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싸이월드가 왜 재기에 불가능한지 분명해집니다. 싸이월드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비해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다면, 싸이월드라는 이름이 내뱉는 것은 기존 싸이월드의 이미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전혀 유행적이지 않고, 구식으로 다가옵니다. App.Net이나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젊어보이죠. 차라리 마이스페이스처럼 아예 형태를 바꾸어 전문성을 살리거나 네이버가 네이버톡을 버리고 라인으로 메신저 시장을 호령했듯이 싸이월드 자체를 버릴 수 있는 결단을 하지 못한 것이 싸이월드를 재기할 수 없게 만듭니다.

 외관을 꾸미고 인터페이스를 조금 더 유행하는 서비스와 흡사하게 만들었다? 마이스페이스는 '마이스페이스가 뭐야?'라고 물으면 '음악 SNS'라는 답이 나올 정도로 완전히 다른 길에 들어서 있습니다. 기존의 실추된 이미지가 상쇄되어 마이스페이스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입니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실추된 이미지 자체를 벗어던지는 것보다는 실추된 이미지에 무언가를 덧붙일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차 따라한 수준으로 매력이 없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유행에 따라 입은 것 같습니다.

 절대 재기할 수 없고, 그나마 현재 싸이월드 이용자들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관계 형성이 중요한 SNS에 이미 느슨해진 관계망을 얼마나 버틸 것인지는 시간문제입니다. 남는 사람은 관계망 없이 싸이월드에 일기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 정도겠죠. 개인적으로 싸이월드보다 텀블러를 추천하겠지만요.




싸이월드



 SK컴즈 김영목 서비스1본부장은 '현재를 담고 이야기하며, 사라져버리는 SNS와 달리 과거부터 현재까지 오랜 일상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개인 공간으로 싸이월드만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토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3년간 축적된 데이터가 곧 가치고 여기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것으로 차별적 가치를 끌어내겠다는 겁니다.

 허나 싸이월드가 재기하고 싶다면 과거를 과감히 버리고 현재에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과거가 싸이월드의 재기에 도움을 주긴 할겁니다. 하지만, 과거를 보여주고 회상하기 위한 SNS는 분단위, 초단위의 빠르게 흘러가는 현재에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대인들이 모든 과거를 무시하느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아예 과거를 모아두는 공간을 만들어 두고 있죠. 그 역할을 싸이월드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것이 다른 SNS와 차별화된 점이라고 내세우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일기장 서비스와 차별화하겠다고 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죠.

 싸이월드는 여전히 1천 200만명이 이용할 정도의 거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완전히 꺼져버리기 전에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볼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