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학생 때 '미래 전자책 기술'이라며, E잉크 원리를 그려내는 시험을 보기도 했었습니다. 중학생 때로 기억하는데, 이런 원리를 도대체 왜 알아야 하나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북리더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치 이북리더가 종이책을 모두 집어삼킬 것처럼 TV광고에 지급에 별의별 마케팅이 동원됩니다. 하지만 그랬던 이북리더는 오히려 종이책보다 못하거나 태블릿에 밀리게 됩니다.
이북리더, 복합성에서 밀리나?
2010년 1월 27일, 세상에 아이패드가 등장하고 태블릿 시장을 뒤집어 놓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공개되기 직전까지 2010년 기대작은 바로 '이북리더'였습니다. 킨들의 폭풍에 힘입은 이북리더 업체들이 다양한 컨셉의 이북리더를 선보이면서 '2010년의 IT는 이북리더다!'라고 할 정도였죠. 하지만 단번에 아이패드에 무너집니다.
제자리 걸음
교보문고가 7월 10일 공개한 '2013년 상반기 전자책 동향'을 보면, 상반기 팔린 전자책 중 이북리더로 결제된 것은 고작 1%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교보문고는 아이리버와 협력해 '스토리K', '스토리K HD'라는 이북리더를 선보였고, '교보e리더'는 퀄컴과 손을 잡아 유색 E잉크인 미라솔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주목받았습니다. 올해 2월에는 '샘'이라는 제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꾸준하게 이북리더를 판매하고 있는 것인데, 그에 반해 이북리더로 전자책을 보는 비중에는 전혀 영향이 없습니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채널이 웹과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볼 때 웹에서 구매한 전자책에 이북리더에 옮기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성장은 제자리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과연 이북리더가 전자책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어째서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에 많은 사람이 '복합성'을 주장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항상 지니고 다니면서 전자책을 보는 것 외 여러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데, 이북리더는 들고 다니는 부피에 비해 할 수 있는 것은 전자책을 보는 것이 전부라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더라도 태블릿을 이북리더를 품고 있고, 소비자로서는 이북리더보다 태블릿이 기능 면에서 더 나아 보입니다. 고로 태블릿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더 많을 것이고, 이미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 보니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구매하는 비중은 상당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북리더가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복합성'때문일까요?
복합성
지난달, 아마존은 킨들로 중국 시장 공략에 들어갔습니다. 킨들파이어 HD와 킨들 페이퍼화이트가 판매되었는데, 수닝 상하이 매장에서만 판매 일주일 만에 2,000대를 팔아치웠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더 복합적인 기기인 킨들파이어 HD보다 이북리더인 킨들 페이어화이트가 더 많이 팔렸으며, 전체 판매의 70%를 차지한 것입니다. 수닝은 베이징에서는 48시간 만에 동났다고 밝혔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인기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인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이북 시장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항상 나오는 것이 '독서량'과 '이북리더의 필요성'입니다. 워낙 독서량이 적은데 거기에 이북리더가 팔리겠느냐는 겁니다. 1년에 몇 권 읽는 수준이면, 차라리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 받아 읽는 것이 낫다고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분명 우리나라의 독서량은 적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북리더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MP3 시장은 완전히 바닥을 기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MP3를 팔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 중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우리나라의 음악 감상량은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음반 판매량은 떨어지지만, 인스턴트 음악 시장의 강자입니다. 하지만 MP3를 많이 사진 않죠. 스마트폰의 복합성이 더 뛰어나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MP3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습니다. 이것이 단지 음원 소비가 많아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이 있음에도 MP3를 다운로드 받는 이유는 적은 수의 음원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스마트폰에 각종 앱으로 용량이 부족할 때 음악만 들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스마트폰의 음질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거나 휴대성이나 가격, 인터페이스 등 여러 가지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아무리 복합성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들에서 메울 수 없는 부분이 MP3에 존재한다면, MP3를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아마존의 킨들은 수닝 상하이 매장에서 일주일 만에 2,000대, 그 중 70%가 이북리더인 킨들 페이어화이트였습니다. 많이 팔릴 것처럼 보이지만, 교보문고가 출시한 샘은 40일 만에 1만 3,000대가 팔렸습니다. 타 이북리더인 크레마의 누적 판매량과 거의 근접하는 수치며, 스토리K의 초기 판매량 2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이북리더 판매량도 중국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 난다고 할 수 없을 만큼의 수준입니다. 즉, 전자책만을 읽기 위한 이북리더의 수요 자체는 복합성에 밀려 완전히 수그러든 상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보문고의 조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먼저 킨들처럼 결제가 자유롭지 않습니다. 결제 방식의 문제로 웹에서 결제할 때 더 저렴한 식의 각기 다른 애매한 정책이며, 거기다 제휴 카드사와 짝짜꿍으로 이상한 월 결제 방식을 도입해놨습니다. 뭔가 자유롭게 전자책만을 보기 위해 이북리더를 구매한 사용자들이 마치 결제 탓으로 이북을 구매하게 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독자의 성향은 완전히 무시됩니다. 좀 더 좋은 책들을 많이 구매하여 읽고, 자신에게 도움되는 책을 읽고 싶은 독자지만, 유통사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띠를 둘러준 베스트셀러나 몇몇 짧은 흥미 위주의 책들만 앞세우면서 독자의 성향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기준으로 책을 고르게 만듭니다. 당연히 이북리더로 전자책을 구매하는 일이 적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롭게 읽고 싶은 독자에 제약을 가하는데 누가 이북리더에 관심을 두게 될까요?
마치 인스턴트 음악 시장처럼 전자책 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이북을 구매하게 하고, 그를 위한 월 정액제나 카드사와 제휴하고, 웹과는 다른 결제 방식에 온갖 제한을 두는 데 뭣 하러 이북리더를 따로 사야 할까요?
이북리더
이북리더라는 카테고리의 문제가 아닌, 전자책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이북리더 시장은 MP3처럼 전자책을 꾸준하게 읽고 싶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해야 합니다. 복합성의 문제로 독서량이 원래 적은 소비자들이 이북리더에 관심을 두는 일은 적을 테니까요. 반대로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북 리더에 쓸데없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포함하거나 전자책을 저렴하게 준다 등의 방식을 이용한다면, 기존 이북리더 사용자들만 열받는 상황을 연출하게 됩니다. 그것은 오히려 이북리더 시장과 전자책 시장 모두에 피해를 주게 되죠. 그냥 킨들 하나 사서 불법다운로드로 전자책을 구독하는 것이 더 편하니까요.
교보문고 등은 독자들이 이북리더로 전자책을 보는 것에 있어 불편함을 줘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없는 속에서 그들을 통해 전자책에 활성화되도록 하고, 이 활성화 된 것인 독서량이 적은 소비자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합니다. 복합성에 밀리는 것이 아니라 전자책에 대한 단일성이 부족하므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북리더가 밀리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필자는 좀 더 다양한 유통사들이 나와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지만, 우리나라의 유통갑들은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독서량? 이북리더의 활성화 부족? 복합성의 문제? 전자책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는 분명합니다. 그들만이 문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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