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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훌루,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

  훌루 매각 소식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처음 훌루가 매물로 등장했을 땐 애플, 구글, 아마존이 붙으면서 주목받습니다. 컨텐츠 주권을 잡기 위해 훌루를 누가 가지고 가느냐는 것이었지만, 결국 매각은 취소돼버립니다. 그랬던 훌루의 매각이 다시 한 번 진행되게 됩니다.




훌루,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


 두 번째 훌루 매각이 주목받은 이유는 재도약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야후가 인수전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야후는 다이렉트TV, 타임워너와 경쟁을 펼치게 되면서 야후가 과연 훌루 인수로 동영상 컨텐츠 시장 진입에 성공할지는 큰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이 두 번째 매각은 지난 12일에 취소되어 버립니다.




매각 취소



 훌루의 대주주인 21세기 폭스, NBC유니버셜, 월트디즈니는 지난 12일, 훌루 매각을 철회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7억 5천만 달러의 현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훌루의 잠재성을 통해 재도약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미 한 번 매각 철회를 한 탓에 두 번째 매각에서는 '훌루가 완전히 힘을 잃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럼에도 21세기 폭스, NBC유니버셜, 그리고 월트디즈니는 거액을 투자하여 매각하는 것이 아닌 훌루를 되살리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들이 훌루를 이용해 투자금 불리기 놀이를 한다며, '조작설 의혹'을 재기하기도 했지만, 달리 조사된 바가 없으므로 표면적으로는 훌루를 되살리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두 번이나 팔릴 위기를 모면한 훌루가 재도약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재도약




 훌루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컨텐츠'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컨텐츠 회사에 컨텐츠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므로 반쪽짜리 답입니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드라마인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인기 드라마 채널로 자리합니다. 왕좌의 게임 등 인기 컨텐츠를 확보한 HBO의 가입자를 뛰어넘게 한 것 또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인기 덕분이었습니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컨텐츠 부족 현상을 달래고, 독점적인 컨텐츠를 위해 선택한 자체 제작이 빛을 발한 사례입니다. 그럼 훌루도 자체 제작으로 독점적 컨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까?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훌루는 이미 여러 편의 자체 드라마를 제작했습니다. 민주당 경선 드라마인 '배틀 그라운드(Battle Ground)'가 대표적인데, 문제는 이런 자체 컨텐츠 제작에만 너무 열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첫 번째 매각이 취소되자 훌루는 공격적으로 자체 컨텐츠 제작에 손을 댔습니다. 작년 훌루가 자체 컨텐츠 제작에만 투자한 금액이 5억 달러입니다. 대주주들이 훌루를 살리기 위해 투입하기로 한 금액이 7억 5천만 달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훌루가 자체 제작에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경쟁자들이 자체 컨텐츠에 투자를 적게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의 독점권을 따기 위해 쓴 돈은 1억 달러입니다. 그럼에도 훌루가 5억 달러를 투자한 것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었고, 넷플릭스의 흑자를 이끌어냈습니다. 훌루는 있는 자금을 모두 퍼부어 놓고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죠.

 훌루에 필요한 건 '컨텐츠에 욕심내지 않는 것'입니다. 훌루의 독점적인 자체 컨텐츠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달아 자체 컨텐츠 제작에 욕심내며, 차별화된 컨텐츠만을 고집했습니다. 차별화된 컨텐츠가 경쟁력을 낼 수 있긴 하지만, 차별화만 된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는 건 아님에도 모든 투자를 컨텐츠를 제작하고 독점하는 데 주력했던 겁니다.

 우수한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직접 투자해서 제작한다고 해서 우수한 컨텐츠라고 할 수 없고, 더군다나 자체 제작을 했을 때는 공급 역할 뿐 아니라 제작자의 역할도 함께 겸함으로 둘을 합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훌루는 그것을 간과해버린 것입니다. 유통 채널은 있고, 차별화된 독점 컨텐츠를 확보만 하면 유통 채널에 모여들 것이라고만 말이죠. 그 욕심에 모든 회사 자금과 투자금을 써버린 겁니다.

 그 욕심을 버리는 것이 훌루가 재도약하는 데 가장 필요합니다.




훌루



 훌루의 두 번째 매각 결정은 우연이 아닙니다. 자초했던 일이었죠. 훌루의 사례는 컨텐츠 사업에서 고품질의 컨텐츠가 중요하지만, 단지 컨텐츠를 확보하기만 한다고 해서 고품질이라는 것도, 그리고 고품질이라 하더라도 꼭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놓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확보하기 위해 컨텐츠에만 투자하고 욕심내는 것이 1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서게 만든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주죠.

 훌루는 지난 1년간의 경험을 교훈 삼아 다시 잡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분명 대주주들이 말한 잠재성이란 이런 것을 뜻하며, 훌루가 욕심이 아닌 컨텐츠 사업의 진정한 잠재성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살려놓았습니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훌루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