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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일반

노키아, 루미아 1020에 거는 기대

 힘들어진 노키아에 왜 안드로이드 폰을 만들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윈도폰보다 탄탄한 생태계를 지녔고, 병행하더라도 나쁘지 않을 텐데 윈도폰만 고집하는 것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단 얘기입니다. 하지만 어떨 땐 그 고집이 새로운 돌파구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노키아, 루미아 1020에 거는 기대


 노키아는 오래전부터 '카메라'에 집중했습니다. 808 퓨어뷰가 출시되었을 때는 '카메라에 전화 기능을 탑재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스마트폰의 위치보다는 카메라의 위치가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808 퓨어뷰를 출시하면서 노키아가 했던 말이 '윈도우용 808 퓨어뷰도 만들 것'이었습니다.




루미아 1020




 노키아는 지난 7월 11일, 뉴욕에서 윈도폰8 제품인 '루미아1020(Lumia 1020)을 공개했습니다. 코드명 'EOS', 일명 '808 퓨어뷰 for 윈도폰'으로 불린 이 제품은 41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어마어마한 괴물폰입니다. 41MP 후면 카메라, F/2.2렌즈, 제논 플래시, 2GB 메모리, 32GB 저장 공간을 제공하며, 7월 26일 AT&T를 통해 출시됩니다.

 스마트폰의 모든 카메라를 뛰어넘었으며, 사실상 컴팩트 카메라 시장도 넘볼만한 제품입니다. '에이~ 그래도 폰이 카메라를?'이라고 의문을 품겠지만, 약정 시 3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과 얇은 두께, 가벼운 무게, 거기에 범용성까지 갖추고 있어 루미아1020을 구매한 사람이 컴팩트 카메라를 구매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 루미아1020에 집중되는 것은 단연 카메라인데, 이 카메라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윈도폰이 너무 허접하니 할 수 없이 카메라라도 좋게 해서 관심을 끌려 한다'거나 '남은 게 카메라밖에 없다'고 말이죠. 단연 카메라가 돋보이지만, 노키아는 단순히 카메라 시장과 경쟁하기 위해 루미아1020을 출시한 것일까요? 노키아가 루미아1020에 거는 기대는 좀 더 큽니다.




기대



 유명한 아이폰 사진앱인 '힙스타매틱(Histamatic)'이 '힙스타매틱 오글 프로(Hipstamatic Oggl Pro)'를 루미아1020에 독점 디자인으로 공개했습니다. 힙스타매틱은 이 같은 제품을 위해 노키아와 함께 협력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아이폰 토이카메라의 정점에 있다고 할 만큼 수준 높은 앱이고, 자체 잡지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런 사진앱이 4100만 화소 괴물 카메라와 만나게 됩니다. 힙스타매틱으로써도 상당히 끌릴 수밖에 없고, 이런 환경 탓에 다른 카메라앱들도 루미아1020에 욕심을 낼만합니다. 여태는 인터페이스나 보정 툴로만 비교됐다면, 아예 카메라 성능으로 다른 앱들과의 차이를 벌릴 마케팅이 가능할 테니까요.





 루미아1020의 카메라를 두고 노키아와 손을 잡은 소프트웨어 업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인 항공기 제조업체 레만 에비에이션(Lehmann Aviation)은 루미아1020를 장착할 수 있는 UAV인 'LA300'을 공개했습니다. 감시용 드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격은 4,900유로입니다. 15km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30분간 지속 비행, 속도는 20~80km/h입니다. 카메라 성능은 루미아1020 그대로이며, 지상에서는 루미라1020로 LA300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노키아는 이 밖에도 동영상 편집앱인 '바이클론(Vyclone)' 등 몇몇 업체들과 루미아1020의 카메라를 위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노키아가 루미아1020에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윈도폰만으로 생태계를 꾸리기 위해선 윈도폰 사용자가 많아야 합니다. 그래야 개발사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리고, 당장 개발사에 윈도폰용 제품을 개발하게 하는 명분이 없습니다. 노키아는 그런 명분을 카메라에서 찾았습니다. 루미아1020의 카메라는 그 어떤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우수하고 놀라운 성능입니다. 이런 성능 자체가 명분이 된다면 카메라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에 카메라 자체가 명분이 되고, 그 명분에 따른 제품을 만들 과제를 던져놓게 됩니다.

 소비자도 루미아1020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윈도폰보다 카메라에 먼저 눈이 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개발사와 소비자가 루미아1020의 카메라에 모이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루미아1020만의 생태계가 됩니다. 그 생태계가 형성되었을 때 다른 갈래로 뻗어 나갈 확률이 높아지며, 소비자들의 선택도 끌어모을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노키아



 아이폰은 출시된 후 상당히 많은 것을 대체하고, 그 속에서 생태계를 만들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기입니다. 아이폰은 개인 의료 장비로 활용되어 당뇨병 환자나 고지혈증 환자들의 동반자로, 그리고 의료 업계가 아이폰을 통해 환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아이폰이 부각되기에 충분하죠.

 노키아는 카메라에 걸었습니다. '카메라가 좋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사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노키아 원하는 것은 카메라로 스마트폰을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한 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가겠다는 겁니다. 만약 힙스타매틱이나 레만 에비에이션 등과 손잡지 않고 단독으로 제품을 내놓았다면 모를까, 노키아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그들과 손을 잡으면서 명분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마케팅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수이며, 노키아가 루미아1020에 거는 기대는 '좋은 카메라폰'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카메라 생태계의 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루미아1020이 성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노키아는 윈도폰의 열악한 상황에서 이 같은 해법을 찾았고, 그 해법을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출시 이후 이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는 겁니다. 노키아가 루미아1020을 통해 자신들의 생태계를 얼마큼 확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