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안드로이드를 이야기할 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겹쳐서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의 현상을 현재와 비교하여 타당성을 찾으려는 방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겹쳐 볼 만 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겹쳐보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뿐이죠.
애플이 안드로이드에 밀려 되돌아갈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이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에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자료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고,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 대신 구글에 똑같은 꼴을 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꽤 제시되었습니다. 그 이유도 한결 같았죠. 개방성의 승리, 폐쇄성의 패배.
태블릿
구글은 지난 행사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누적 7,000만 대 활성화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상반기 판매된 태블릿의 절반이 안드로이드이며, 넥서스7이 안드로이드 판매량의 10%를 차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윈도우 태블릿을 합치면 점유율에서 아이패드를 약간 앞지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의 2분기 태블릿 조사 보고서를 보면, 2분기 동안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3,460만 대가 팔렸지만 아이패드는 1,460만대를 판매했습니다. 2,000만대 가량 차이 나며,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점유율은 67%지만, 아이패드의 점유율은 28.3%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2분기별 조사 결과는 애플에 크게 의미가 없을지 모릅니다. 애플의 아이패드 신제품이 출시되기 직전이고, 안드로이드는 시기 상관없이 다양한 제조사를 통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으므로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겠죠. 다만, 그런 영향은 그냥 애플을 대변을 위한 것일 뿐 어떻게든 밀린다면 밀리는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어떤 부분이 어떻게 무엇 때문에 밀리느냐 입니다. 그것 없이 단순 점유율을 가지고 밀린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으며, 보태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를 겹쳐 보는 것은 상당히 단편적입니다. 현재의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이해
먼저 아이패드의 점유율을 봅시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28.3%라는 점유율은 1년 전과 비교하여 14%나 떨어진 것입니다. 연간 점유율을 보면 2010년에는 79.2%, 2011년에는 52.7%, 그리고 지난해에는 38.4%로 이번 2분기에 처음으로 점유율이 30% 밑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패드 판매량은 출시 기간별 판매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진 않습니다.
NPD 디스플레이서치는 2014년 글로벌 태블릿 출하량이 3억 6,400만 대 수준에 달할 것이며, 노트북은 1억 7,700만 대 수준으로 태블릿이 노트북의 출하량을 두 배 앞지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3배, 2017년에는 4배까지 따라잡으며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태블릿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태블릿 전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패드의 성장세보다 안드로이드의 성장세가 더 빠르게 상승하겠죠.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이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결과와 무엇이 다른가'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 전략이었나?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향으로 따지면 애플과 더 비슷하며, 자신들의 라이센스 비즈니스에 주목했습니다. 구글은 라이센스보다는 점유율을 통한 검색, 광고 등의 서비스 비즈니스에 더 주력하고 있죠.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렸던 것은 지극히 비즈니스 문제였지 개방적이냐 폐쇄적이냐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비즈니스 우위를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져갔고, IBM과 이후 델, HP 등의 협력사들을 거느리며 라이센스 비즈니스를 훌륭하게 해나간 것이었죠.
'그럼 지금의 구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IBM, 델, HP처럼 삼성, LG 등이 있지 않느냐?'
만약 구글이 삼성이나 LG에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에 라이센스 비용을 요구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이고, 그것으로 애플과 대결했을 때 어떨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IBM, 델, HP 등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센스를 구매했던 것은 매킨토시와 대결을 펼칠만한 대체재가 윈도우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딱히 오픈소스 전략을 취하지 않았고, 일종의 반개방 정책으로 라이센스 판매자의 위치에서 갑형태로 머물게 됩니다.
그러나 구글이 스마트폰에 진입할 당시 아이폰을 대체할 대체재는 많았습니다. 블랙베리, 웹OS, 윈도모바일, 심비안 등 여러 가지였죠. 물론 이들이 아이폰에 죽을 쓰지 못했던 것은 맞지만, 오히려 죽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윈도모바일은 라이센스 비용을 챙겼습니다. 구글은 반대로 아이폰과 대결하기 이전에 이 나머지들과 대결했던 셈인데, 아이폰을 대체할 유일한 존재를 위해 무료화에 개방 정책으로 나섭니다. 결과적으로 죽을 쓰는 마당에서 차라리 돈이 적게 드는 안드로이드가 경쟁력 있다고 제조사들은 판단하게 되죠. 단지 안드로이드를 채용한다고 해서 끝이 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그 이후에 알게 되지만요. 제조사에게 당시 오픈 소스는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가격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어쨌든 구글은 그렇게 점유율을 늘려나가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때와는 완전히 다르죠. 더 다른 부분을 봅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 전략으로 간 것은 블랙베리, 윈도모바일 등에 앞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무료화를 했던 것은 폭발적으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구글의 바람대로 이뤄지긴 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이든 태블릿이든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점유율도 아니고 개방성도 아니고 '플랫폼'입니다. '제품을 중심으로 얼마나 훌륭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사용자들이 따라가면서 확장될 수 있느냐'가 중시된다는 겁니다. 그걸 알아차린 것은 아마존이었고, 결과적으로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여 킨들 파이어를 통해 그대로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해버립니다. 구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세상을 만들죠. 결정적으로 아마존을 통해 구글이 얻는 혜택은 광고정도 입니다. HP 컴퓨터 하나가 팔리면 그대로 MS의 이득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별로 얼마큼 차지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시장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 구글로 직결되는 상황이 되지 못하고, 그렇기에 구글은 포괄적인 비즈니스 정책을 펼치면서 각 업체는 플랫폼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대립과 애플과 구글의 대립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플랫폼 경쟁에서 앞서있는 것은 단연 애플입니다. 웹 분석기관 ‘치티카’는 지난 3월, 아이패드의 북미 웹 트래픽이 81.9%를 기록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2월과 비교하여 1.4% 상승한 것으로 아이패드의 뒤를 잇는 킨들 파이어와 갤럭시탭을 크게 앞지르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장성이 확보되었음을 뜻하고, 더 활발한 생태계를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활용도가 낮다면? 당연히 태블릿에 대한 지출이 적어지고, 그것이야말로 현재 시장의 본질입니다.
애플의 CEO인 팀 쿡은 이번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에서 '현재 앱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iOS 앱은 90만개 이상이며, 이 중 아이패드용은 37만5,000개'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에서 활동하는 앱 개발자만 50만명이 넘고, 생태계 발전을 위해 개발자들에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태블릿 웹 트래픽 통계를 보면 대부분이 아이패드에서 일어나고 있고, 만약 다른 태블릿이 많이 팔렸다면 그 제품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에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애플
가끔 보면 태블릿 시장을 스마트폰과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하지만 둘은 다르고,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대체했다면 태블릿은 노트북을 대체하는 것이지 스마트폰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마존이 구글의 협력을 받지 않고, 그냥 안드로이드만 끌어다 썼음에도 태블릿 시장에서 큰 파이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만약 스마트폰처럼 접근하려 했다면 틀린 것이었을 테고, 오히려 그 탓으로 태블릿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죠. 킨들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말입니다.
만약 애플이 안드로이드에 밀려 되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 때처럼 점유율에 의해 밀려 나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분명 점유율이 중요하고, 밀려난다면 점유율이 떨어지겠지만, 점유율을 받치고 있는 생태계와 이를 이루고 있는 단단한 플랫폼의 힘으로 점유율을 밀어내더라도 큰 의미는 없다는 겁니다, 즉, 현재의 시장은 오픈소스든 폐쇄적이든 그런 것들을 따져서 결과가 어떻다고 말하는 구닥다리 주장보다는 태블릿이라는 큰 틀에서 생태계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플랫폼의 역량 비교를 통한 주도 비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단지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생태계도 상당히 성장했고,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몇 가지 남았지만, 구글이 지난 행사에서 보여줬던 것들은 태블릿 시장에서의 플랫폼 역량을 키우기 위한 포부로 그 중심에 2세대 넥서스7이 있었습니다. 이 대결을 지켜보는 관전포인트가 명확하다면, 구글의 행보와 현재 애플의 플랫폼 균형을 눈여겨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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