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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Kakao

아이폰용 카카오 페이지에서 본 카카오의 약점

 지난해 말, 카카오는 자사의 새로운 컨텐츠 장터인 '카카오 페이지'를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곧 안드로이드용 카카오 페이지 앱이 출시됩니다. 출시 전만 하더라도 카카오의 시너지를 통해 컨텐츠의 유통이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예상과 달리 여러 문제로 난항을 겪습니다.




아이폰용 카카오 페이지에서 본 카카오의 약점


 그러자 카카오 페이지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많은 분석이 나왔고, 카카오도 이에 간담회를 열어 개편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잡지 못하는 와중에 카카오 페이지의 아이폰용 앱이 출시되었습니다.




아이폰용 카카오 페이지




 아이폰용 카카오 페이지의 기능은 안드로이드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컨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고, 볼 수 있습니다. 정확히 카카오 페이지의 기능은 그것이 전부지만, 단 한 가지 아이폰용에서 빠진 것이 있으니 '결제'입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결제가 빠진 이유는 아마존이 킨들앱에서 겪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앱 형태의 자체적은 컨텐츠 경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컨텐츠 제작자가 이미 분류된 뉴스가판대나 아이튠즈 스토어, 앱스토어 등으로 각자 생태계를 구성하길 원하고, 거기서 이익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렇다 보니 앱 형태에서 자체적인 컨텐츠를 유통하려 해도 애플이 제시한 30%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인앱 결제로 간주하므로 카카오도 안의 컨텐츠를 판매하기 위해선 30%를 내야 합니다.


 애초 카카오는 카카오 페이지를 공개할 당시 30%를 내면서 컨텐츠를 유통할 계획을 밝혔지만, 실행되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애플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부류도 있지만, 그건 정책일 뿐 전혀 문제 되는 방향은 아니며, 카카오도 게임을 유통하는 플랫폼 업체로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어쨌든 결제가 빠진 아이폰용 카카오 페이지는 뷰어로서의 기능밖에 하지 못합니다. 미리 제공되는 무료 컨텐츠나 안드로이드폰을 통해 선물 받은 컨텐츠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카카오의 약점이 드러납니다.




약점



 이는 단지 아이폰에서 결제가 빠져서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안드로이드용 카카오 페이지에도 큰 문제가 된 것인데, 어쨌든 카카오의 기반은 모바일이고, 앱 형태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앱 안에 컨텐츠가 있습니다. 앱 형태는 결국 안드로이드든 아이폰이든 그 속에 들어간 느낌이고, 또 한 겹을 더 벗겨 컨텐츠가 나타납니다.

 컨텐츠 소비자가, 특히 유료로 무언가를 구매할 때 느끼는 것은 해당 컨텐츠가 나에게 귀속되어 가져갈 수 있는 컨텐츠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에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얻길 바랍니다. 이유는 간단하게도 돈을 내고 구매했으니까요. 하지만 카카오 페이지는 어딘가 부족하고 안정적이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 컨텐츠를 구매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소비자에 귀속될 수 있는 것인지를 충분히 제시하고 있지 못합니다. 단지 안드로이드/아이폰의 카카오 페이지 앱 속에만 존재하는 무언가일 뿐입니다.

 물론 카카오는 카카오 페이지가 500원짜리 뽑기를 하듯 간편하고 짧게 접할 수 있는 컨텐츠 장터를 꿈꿨을 테지만, 보상이 없다면 소비자는 500원짜리 뽑기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뽑기에 원하는 상품이 없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죠. 실상 돈을 내고 얻을 수 있는 만족감에 대해선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카카오 페이지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아이폰용 카카오 페이지에서 드러난다는 걸까요?

 카카오 페이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반이 약해서입니다. 모바일 앱이 전부죠. 아마존이 왜 웹 기반의 서비스를 하고 있을까요? 처음부터 웹 서비스 업체였으니까요. 다만, 웹의 범용성은 아마존이 모바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존에서 구매한 도서는 아이폰의 킨들앱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굳이 다시 볼 일이 없음에도 웹에 저장된 모습을 보면 책이 어딘가에 떠 있지만 귀속된 느낌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자신이 구매한 컨텐츠와 접촉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결제에도 영향을 줬죠. 아마존이 웹이라는 강력한 기반을 두고 있었으므로 애플의 앱스토어라는 기반과 동등한 위치에서 컨텐츠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카카오 페이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자체적인 유통 경로 기반이 약하다 보니 구글이든 애플이든 주 유통 경로에 항상 치이기 마련이고, 아이폰용은 아예 결제까지 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에 컨텐츠를 다운로드 받더라도 그 컨텐츠는 스마트폰에만 있어서 컨텐츠가 소비자와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듭니다. '새로 스마트폰을 구매한다면?'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카카오 계정을 이용하면 되는 문제지만, 정작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한 소비자가 아예 카카오 계정을 새로 만들어버리는 상황이 있는 것을 보면 카카오의 의도처럼 따라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거기에 카카오톡을 통한 공유가 중점으로 이뤄져 가볍게 추천받고 결제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카카오 페이지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웹 페이지를 만들라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카카오가 확실한 기반이 될 컨텐츠 유통 경로를 만들고, 그 기반에서 사용자들이 구매한 컨텐츠를 계속해서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반 토막이 난 아이폰용 카카오 페이지는 나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카카오 게임은 똑같은 앱 형태 기반으로 사실상 카카오와 연결되어 있기만 할 뿐 독립적으로 동작하므로 독립적인 형태에 결제하는 것이 낯선 장면은 아닙니다. 허나 카카오 페이지는 독립적인 컨텐츠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 페이지라는 컨텐츠 유통 경로 전체를 소비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확고한 컨텐츠 유통 경로가 필요하고, 구매한 컨텐츠가 카카오 페이지에 귀속됨을 충분히 소비자가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카오 페이지



 카카오가 컨텐츠 유통 업체가 되고 싶다면, 다른 컨텐츠 유통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 힘은 기반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단지 높게만 빌딩을 짓고 상가를 늘려도 사람들은 좋다고 다가오진 않습니다.

 결제한 컨텐츠에 대한 안전성은 그 기반과 역량에 따라 소비자가 느낌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고로 아직 카카오 페이지가 소비자들에 신뢰할만한 컨텐츠 회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를 벗어던지기 위해서 카카오가 해야할 것은 명확하게 드러나며, 어떤 식으로 다른 컨텐츠 회사들과 어꺠를 나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카카오는 처음 제작자와의 상생을 통해 카카오 페이지를 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분명 상생은 중요합니다. 컨텐츠 제작자가 없다면 카카오 페이지도 있을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상생보다 매력이 없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매력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느끼고 있죠.

 아이폰용에 결제 서비스가 빠진 것은 순전히 카카오의 컨텐츠 유통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똑바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약한 기반은 소비자들이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영향은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였을 테고, 실제 안드로이드 카카오 페이지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 카카오 페이지 최대의 약점이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