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필자는 '구글과 모토로라, 어떤 관계로 봐야 할까?'를 통해 '모토 X'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유출된 사양과 공개 일정을 보았을 때 모토로라의 현재 위치에 대한 내용이었죠. 그리고 어제 모토 X가 공개되었습니다.
모토 X, 의미 모를 제품의 의미
공개되기 전부터 계속해서 주목받았었고, 구글도 기대감을 불어넣으면서 구글과 모토로라가 만나 최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잔뜩 힘을 줬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공개된 모토 X는 어떤 부분이든 의미를 알 수 없는 제품으로 공개되었습니다.
공개
4.7인치 720p 316ppi AMOLED 디스플레이, 2GB 메모리, 16GB 저장 공간, 2200mAh 배터리, 10MP 카메라의 사양을 지닌 '모토 X(Moto X)'는 X8이라는 커스텀 SoC(system on chip ; 시스템온칩)을 핵심 부품으로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X8는 퀄컴 스냅드래곤 S4 프로와 아드레노 320 GPU가 포함되어있고, 자연어 컴퓨팅 프로세서와 상황 인식 프로세서를 더했습니다.
대부분 음성 인식이나 각종 센서를 소프트웨어에서 처리하고, 이를 하드웨어로 구동하는 방식이라면, 일부 처리가 하드웨어에서 이뤄져 처리 성능을 올렸습니다. 최근 출시된 제품들 보다 떨어지는 사양이지만, 이를 메우기 위해 준비한 것이 X8인 것입니다.
구글은 이런 X8의 특징을 어필하기 위해 흔들어 카메라를 실행하는 센서 처리 기술을 담은 'Moto X - Quick Capture'와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고도 음성 인식을 동작할 수 있는 'Moto X - Always Ready'라는 두 가지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높은 사양을 강조하기보다는 향상된 사용자 경험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격만 빼고 본다면 말이죠.
모토 X는 AT&T, 스프린터, T-모바일, 버라이즌, 4곳에서 2년 약정으로 $199에 판매됩니다. 모토 X가 넥서스4 수준의 사양이며, 벤치 결과 큰 성능 차이를 보이지도 않는데, 넥서스4 8GB의 언락 제품 가격이 $299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내세울 것이 X8뿐인 모토 X의 가격을 얼마나 고가로 책정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의 2년 약정 가격이 $199이니까요.
의미
모토 X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제품입니다. 만약 모토로라가 X8을 통한 사용자경험에 치중한 것이라면 완전히 새롭다는 것을 강조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X8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센서 동작이나 음성 인식은 이미 경쟁사가 지니고 있는 것들 입니다. 여기에 성능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일단 기능의 구색면에선 모토 X가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이런 사용자 경험의 향상은 일단 사용자가 구매한 뒤 실제 사용이 이어질 때 나타나므로 단지 '향상되었다'는 문구만 가지고 넥서스4 수준 사양의 $199 2년 약정짜리 제품을 음성 인식과 센서 동작만 믿고 덜컥 구매하는 일은 많이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X8의 시장 테스트용 제품이었다면 더 낮은 가격을 내세웠을 것이고, 판매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자 했다면 더 나은 사양의 제품을 내놓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모토 X는 '미친 짓'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정체 불명의 기기입니다.
그나마 가격의 이유로 꼽히는 것이 '커스텀'입니다. 나이키id나 리복의 퓨리 커스텀처럼 스마트폰을 커스텀하여 색상과 사양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모토 X는 제공합니다. 모토 메이커(Moto-Maker)를 통해 다양한 색상을 조합할 수 있는데, 이 조합으로 2만개 정도의 다른 모토 X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제작 과정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조립 과정만으로 모토 X의 어중간한 사양과 가격이 대변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색상 때문에 구매하는 소비자만 불러들일 만한 것이니까요. 그럼 그 이상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모토 X의 특징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나마 그 특징과 연관 짓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모토 X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커스텀을 비춰볼 때 미국에서만 판매할 가능성이 높고, 커스텀도 몇몇 업체들과 협의를 통해서만 진행하므로 다른 것보다 생산지가 미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커스텀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X8과 함께 가격은 높지만 어떤 식으로 커스텀 제품이 동작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 정도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id나 리복 퓨리 커스텀을 보더라도 지역 제한이 있고, 커스텀 제품을 메인 제품으로 내세우진 않습니다. 단지 원하는 조합의 운동화를 신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것 뿐이지 전혀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겁니다.
모토 X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자는 모토 X가 구글이 전면에 내세울 만한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모토로라를 통해 커스텀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초기 판매 향상을 위해 지역 제한과 미국 생산이라는 점을 강조해 현재 미국 내 일자리 문제 등의 사회 이슈를 옮겨놓으면서 높은 가격이지만, 호감도와 함께 커스텀과 X8를 시험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으로 말입니다.
모토 X
그러므로 모토 X가 얼마나 시장성을 지녔을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불티나게 팔릴리도 없고, 그렇다해서 팔라지 않지도 않을 것이며, 나름의 사용자층을 확보하는 식으로 시장을 형성해 나갈 것이므로 거기에 기대를 걸어보는 정도입니다. 다만, 나이키id의 운동화와 달리 휴대폰을 여러 대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수많은 나이키id 마니아들이 자신들이 커스텀한 운동화를 여러 개 가지고 있지만, 모토 X는 그정도의 마니아 층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고, 만약 한 대정도의 커스텀 제품을 사용하면서 일반 스마트폰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커스텀은 상당히 실패한 시도로 돌아설 것입니다.
구글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꾸준한 커스텀 주문과 X8의 사용자 경험이 바이럴 마케팅으로 작용하는 것이며, 이것이 이후의 제품 라인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모토로라의 CEO 데니스 우드사이드(Dennis Woodside)는 '모토 X는 브랜드이며, 수개월 내 새로운 제품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커스텀 라인을 늘리면서 모토로라를 구글 내 나이키id와 같은 커스텀 브랜드로 성장토록 하겠다는 겁니다.
단지 현재 소비자들이 과연 스마트폰의 커스텀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지 지켜봐야 하며, 많은 커스텀 회사들이 있지만, 제조사가 직접 제공했을 때의 반응을 살펴보기에 좋은 시도입니다.
굉장히 시험적이지만 나름의 의미는 갖추고 있습니다. 구글이 이 모토 X라는 의미 모를 제품을 두고 앞으로의 전략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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