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는 강력한 플랫폼 브랜드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와 브라우저로 시작한 웹 기반의 '크롬'말이죠. 구글은 재미있게도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결정을 하지 않고, 줄곧 두 가지를 따로 내세웠습니다.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도 만들고 태블릿도 만들지만, 크롬으로는 랩탑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죠.
구글의 '크롬 띄우기 전략'의 의미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안드로이드를 애플의 iOS, 크롬을 Mac OS X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것이고, 구글은 본격적인 '크롬 띄우기'에 들어갑니다. 안드로이드보다 한참 뒷전이던 크롬을 꺼내 드는 구글의 속셈이 무엇일까요? 구글의 '크롬 띄우기 전략'에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크롬 띄우기
구글은 얼마 전, 스트리밍 동글인 '크롬캐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간단한 기능이 주목받았고, 넥서스Q 2세대라는 별칭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명칭은 '크롬'이었습니다. 올해 초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 총괄직에서 물러나고, 크롬 총괄이었던 선다 피차이가 안드로이드 부문까지 함께 맡게 됨에 따라 크롬캐스트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분명 피차이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고, 이벤트 자체도 크롬을 염두에 뒀었기에 크롬을 부각하려는 모습이 눈에 띠었습니다.
애초 안드로이드의 수장 자리를 크롬 총괄에 내준 것만으로 구글이 안드로이드보다 크롬을 더 우선시한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었고, 또 그 경쟁자가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루빈이었기에 '어째서 더 잘나가는 안드로이드가 아닌 크롬'인가 하는 것에 많은 추측이 일던 중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크롬캐스트를 기점으로 안드로이드를 버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타납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원래 구글이 주도하려 했던 것은 안드로이드가 아닌 크롬이었습니다. 이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관여했던 부분이었는데, 에릭 슈미트가 안드로이드를 적극 밀어붙이면서 구글에서 앤디 루빈의 입지는 상당해집니다. 그럼에도 구글은 크롬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끌고 갑니다. 크롬북도 만들고, 크롬 박스도 만들고 시도를 했던 것이죠. 재미있게도 안드로이드로는 PC를 만들지 않고, 크롬으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제작하지 않습니다. 크롬은 유일하게 웹 브라우저로서 승승장구할 뿐이었죠. 그랬던 크롬을 지금에 와서 크롬캐스트로 내세우는데, 정작 안드로이드에 대한 언급은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피차이가 안드로이드보다 원래 구글이 주도하려 했던 크롬을 앞에 두고 안드로이드를 내리려는 것이라는 의견도 일리 있어 보입니다.
의미
그러나 구글의 크롬 띄우기 전략은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먼저 크롬의 특징을 파악해야 합니다.
크롬의 웹 기반으로 어디든 끼어들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크롬캐스트는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iOS와 맥에도 대응하여 동작합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크롬은 그 위에서 동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항상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 제조되어야 합니다. 크롬은 그럴 필요가 없죠. 만약 안드로이드 기반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그 위에 크롬을 올려놓고 동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크롬의 개념이 더 포괄적이죠.
그것이 바로 구글이 이제 와서 크롬을 띄우는 이유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생태계를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만약 안드로이드가 없었다면 iOS가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 점유율을 만들어 냈을까? 불가능합니다. 안드로이드가 개입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도 함께 커질 수 있었습니다. 전체 시장을 확장해놓은 상태에서 크롬을 기반으로 한 제품들을 내놓습니다. 그 결과물 중 첫선이 크롬캐스트입니다. 크롬캐스트가 어떤 제품이든 4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고,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으로 동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iOS나 윈도우도 마찬가지죠. 그렇게 동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크롬입니다.
구글은 크롬을 안드로이드와 같은 선상에 두려고 한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의 상위 개념, 나아가 iOS나 윈도우보다도 더 상위 개념의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여태껏 크롬을 이끌고 왔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를 발판 삼아 크롬을 확장할 준비를 해왔던 것입니다.
크롬 띄우기가 단순한 우연이나 피차이의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잘나가는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갑자기 크롬을 내세우는 것을 피차이가 주도했다면 다른 경영진들의 의견에 부딪혔을 테니까요. 피차이가 안드로이드 총괄직을 맡은 지 4개월 만에 크롬캐스트가 등장했고, 구글이 그려온 그림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글이 크롬을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크롬
구글은 앞으로 크롬의 생태계 확장을 더 가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크롬에 대응하는 새로운 제품들도 많이 선보이겠죠. 단지 그 제품이 안드로이드 위에서 구동되는 제품일 수도 있고, 혹은 브라우저상에서 경쟁 업체에서 구동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롬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운영체제나 웹 브라우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크롬이라는 브랜드를 통한 새로운 플랫폼으로써 구글이 주도하려 한 커다란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버리진 않을 것입니다. 대신 크롬을 더 큰 개념으로 삼고 안드로이드를 기본으로 크롬의 플랫폼화에 주력하겠죠.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 제품이 많이 퍼져 나가게 되면 그것이 곧 크롬을 위한 것이 되니까요. 크롬은 구글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크롬캐스트를 기점으로 서서히 더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크롬을 가지고 구글이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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