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헬스 케어 제품이 인기입니다. 조본업이나 얼마 전 출시된 존 스컬리의 Misfit이 개발한 샤인 등 다양한 제품이 운동이라는 단어의 강박에서 생활에 밀착한 활동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헬스 케어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제품이 바로 '퓨얼밴드(FuelBand)'죠.
애플이 영입한 제이 블라닉의 역할
퓨얼밴드는 나이키+로 애플과의 협력에 재미를 본 나이키의 역작입니다. 최근 출시된 헬스 케어 제품들에 비하면 착용감이나 성능에서 많이 뒤처진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출시 당시를 떠올려 본다면 수많은 운동 애호가들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새로운 운동 제품에 관심을 두게 하면서 이런 관심이 퓨얼밴드에서 이어져 나이키 전 제품으로 뻗어 가도록 유도했습니다. 일단 퓨얼밴드를 착용하고 조깅을 하려면 런닝화가 필요하니까요.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운동에 크게 관심 없던 이들까지 퓨얼밴드라는 장치로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제이 블라닉
All Things D는 지난 19일, 나이키의 전직 제품 컨설턴트 제이 블라닉(Jay Blahnik)이 애플에서 업무를 수행 중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8월 초 애플과 계약했으며, 현재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이 블라닉은 퓨얼밴드를 만들어 낸 장본인입니다. 그는 20년간 나이키에서 근무했으며, '나이키+(Nike+)' 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피트니스 전문가이기도 해서 직접 운동하고, 거기서 얻은 결과물을 제품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나이키의 디지털 제품 전반을 고안하고, 개발한 인물이며, 헬스 케어와 웨어러블 컴퓨팅의 대가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은 지난달부터 헬스 케어 제품의 센서 개발자들을 하나둘씩 영입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큰 비중으로 와 닿지 않았는데, 제이 블라닉의 영입은 쐐기를 박는 것이 되었습니다.
역할
제이 블라닉의 영입으로 대개 예상한 것이 '아이워치(iWatch)'였습니다. 그가 웨어러블 컴퓨팅에 오랫동안 연구해왔고, 시계형 장치에 헬스 케어 기능이 들어간다고 한다면 퓨얼밴드와 같은 형태가 될 것이므로 그렇게 예상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실제 시계형 장치에 헬스 케어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도 무척 높습니다. 다만, 필자는 그의 역할이 거기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제이 블라닉이 나이키의 디지털 제품 전반에 영향을 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영향으로 디지털 제품만 많이 팔려나가도록 하진 않았습니다. 나이키+ 센서는 아이폰이나 아이팟과 연동하여 운동에 디지털 붐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이 센서는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었고, 운동화도 나이키+용 운동화를 따로 마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센서가 가져다준 운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센서의 수명이 끝나도 재구매하도록, 운동화도 나이키 제품을 사도록 했습니다. 센서 하나로 나이키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소비자들에게 안겨준 것입니다. 이는 확장하여 나이키+러닝(Nike+Running)이라는 커뮤니티 개념의 제품으로 발전합니다. 나이키 센서를 기준으로 한 플랫폼이 전 세계 러너들과 경쟁하고, 새로운 러닝 루트를 개척하는 등의 활동으로 영역이 넓어지면서 이것이 나이키 제품 판매 전반에 영향을 끼치도록 합니다. 나이키+라는 하나의 문화가 형성된 것입니다.
제이 블라닉이 나이키에서 했던 것은 이런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이키 제품을 사용하면 이런 문화에 들어올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었죠. 단순히 운동량을 체크하는 센서를 고안하고,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를 넘어서 헬스 케어가 나이키라는 운동화 회사에 IT를 접목하면서 좋은 운동화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도록 가꾸어 놓았습니다.
애플에서의 제이 블라닉의 역할도 그렇습니다. 그의 기획이 시계형 장치에 녹아들 수도 있고, 새로운 센서가 개발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라 애플 제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헬스 케어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야 말로 애플이 원하는 것이고, 제이 블라닉을 영입한 이유이자 그의 역할입니다.
가령 애플은 아이클라우드라는 그 어떤 플랫폼의 것보다 간단하고 막강한 동기화 시스템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애플의 웨어러블 제품이나 혹은 헬스 케어 센서가 애플 제품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계속해서 체크할 수 있다면, 이 실시간 보고서는 사용자가 사용 중인 애플 전 제품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조금 더 상상해봅시다. 애플은 시리라는 비서도 데리고 있습니다. 기존의 조깅 도중 시리에게 '얼마를 더 달려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고, '얼마나 칼로리를 소모했느냐'고 점검할 수도 있겠죠. 기존의 헬스 케어 제품들은 항상 멈춰서서 동기화하고 결과의 대부분을 모니터로 확인했어야 했지만, 애플이 지닌 아이클라우드와 시리라는 애플만의 경험에 헬스 케어가 포함된다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헬스 케어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령'입니다. 하지만 제이 블라닉의 역할을 디지털 헬스 케어라는 새로운 영역을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경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그에 적합한 제품을 고안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아이워치라는 제품 하나에 거는 것보다 더 애플스럽고, 확실합니다. 필자가 헬스 케어 센서 개발자들 영입에 별 감흥을 가지지 못하다가 제이 블라닉의 영입에 확고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애플
애플은 확실히 '큰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제품 하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 제품 전반에 영향을 줄 만한 새로운 경험의 창출이며, 그 경험이 애플을 다시 주목받게 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제이 블라닉의 영입은 그런 의미를 아주 잘 드러내는 뉴스였으면서 또한 애플이 하고자 하는 방향성도 어느 정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제품의 표면적인 부분이 아니라 철학적인 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고, 제이 블라닉은 충분히 그에 걸맞은 인물입니다.
나이키+, 퓨얼밴드라는 새로운 문화와 경험을 만들었던 그가 애플에서 또 어떤 경험을 창출해낼지, 또 애플은 이 경험을 제품에 어떻게 담아내려고 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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