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신제품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의 통신사들은 휴가를 허락하지 않았고, 애플도 2주간 휴가 신청을 할 수 없도록 막았습니다. 애플이 나서서 아이폰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분주한 걸 보면 새로운 아이폰임은 누구나 생각하고 있겠죠.
애플이 보상판매를 시행하는 이유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직감적으로 이 시기가 되면 애플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해봐야 액세서리 정도고, 곧 나올 신제품을 두고 구형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이에 애플은 한 달 전에 구형 제품을 구매했을 때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꽤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폰은 항상 제외였죠. 그랬던 애플이 사상 처음으로 아이폰의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내놓았습니다.
보상판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미국 매장에서 31일부터 중고 아이폰에 대한 보상판매 프로그램(Trade-in Program)을 시행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기는 전원이 켜져야 하며, 상태에 따라 120달러에서 최대 280달러까지 신형 아이폰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을 제공합니다.
이는 처음으로 애플스토어에서 시행된 아이폰 보상판매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의 보상 판매를 시행한다고 하자 가장 많이 나타난 의견이 '아이폰이 더는 많이 팔리지 않으므로 보상판매 전략으로 이를 꾀하기 위함'입니다. 여태 보상판매라는 걸 해본 적 없는 애플이 최근 위기설과 맞물려 보상판매를 시행한다는 것을 신형 아이폰에 힘을 주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하는 건 틀리지 않습니다. 딱히 위기설이 없더라도 지난 2분기의 최대 실적을 2014년에 넘어서기 위해선 아이폰의 힘이 가장 중요한데, 보상판매라는 전략으로 힘을 보태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본다면 단순히 신형 아이폰의 판매량을 공고히 하기 위함 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플이 보상판매를 시행하는 이유는 '아이폰4와 아이폰4s가 너무 많이 팔렸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모든 신형 제품에 라이트닝 커넥터를 장착했습니다. 아이폰뿐만 아니라 아이패드와 아이팟까지 모두 커넥터를 교체한 것인데, 여전히 구형 제품은 30핀 커넥터를 장착한 그대로였습니다. 애플이 이에 별 큰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이전에는 구형 제품보다 신형 제품이아이 월등히 잘 팔렸기 때문입니다. 아이폰3Gs는 폰4와 아이폰4s가 출시된 후 전체 아이폰 판매량의 5% 정도를 책임졌습니다. 그런데 아이폰4는 아이폰5가 출시된 후 9%의 점유율을 올리더니 올해 2분기에는 18%로 두 배나 상승했습니다. 아이폰4s가 여전히 전체 아이폰 판매량의 30%를 담당하고 있으니 아이폰 판매의 거의 절반을 구형 제품이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쳐 말하면 30핀 커넥터와 라이트닝 커넥터의 판매량이 반반이라는 얘깁니다.
이 문제는 스크린에서도 나타나는데 아이폰5는 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지만, 그 이전 제품은 3.5인치입니다. 해상도 차이도 나고, 개발자들이 하도 아이폰5용으로 앱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자 필수 항목으로 정해버리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적용하지 않는 개발사도 있지만, 어쨌든 새로 출시된 아이폰 또한 4인치 디스플레이로 점쳐있는데다 구형 제품을 밀어내고 새로 출시될 저가 라인 아이폰인 아이폰5c가 실제 출시된다면 모든 아이폰 라인이 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게 됩니다. 3.5인치를 남겨둘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커넥터와 스크린의 통일을 위해서 보상판매를 한다기보다는 서서히 통일하고자 하는 시기가 아이폰4와 아이폰4s가 너무 많이 팔리는 바람이 멀어져 버린 것에 이유가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런 비중으로 구형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면 애플은 30핀 커넥터 제품을 계속 지원해야 하고, 마지막 3.5인치 제품인 아이폰4s는 원래대로라면 내년까지 판매되었어야 하니 거의 3년까지 지원해줘야 할 판이었습니다. 애플도 앱 디자인이나 액세서리 판매 등에 지장이 올 수 있고, 그것을 계속해서 지원한다는 자체에 부담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부담감을 덜기 위해 아이폰5c로 저가 라인을 새로 구성하고, 절반 이상이나 팔려나간 아이폰4와 아이폰4s를 회수하기 위해 보상판매를 시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이유만 가지고 결정했다고 할 순 없습니다. 보상판매로 모든 구형 제품을 회수할 수 없을뿐더러 한국처럼 적용되지 않는 지역도 있습니다. 다만, 아이폰5c의 출시로 구형 제품의 생산이 중단되게 되면 보상 판매에 참여하지 않은 사용자의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고를 따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것은 앞으로 2년 정도 지원해줘야 할 아이폰4s의 자원으로 넘길 것입니다.
단순히 신형 아이폰을 밀어주기 위함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구형 제품을 마무리 짓기 위해 애플이 진행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애플
애플은 이를 내년에도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아이폰4와 아이폰4s를 판매하고 있고, 이를 빠르게 회수하여 구형 제품 지원을 단축하기 위해서 말이죠. 혹은 이번 보상 판매의 결과가 신형 아이폰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계속해서 보상판매를 진행할 가능성도 큽니다.
다만, 필자는 이번 보상판매가 딱히 애플의 전체 실적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통일성 확보의 이유만 가지더라도 보상판매를 할 이유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적은 신흥 시장에서의 저가 라인 판매량과 신형 아이폰이 기존 판매량을 얼마나 유지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적어도 새로운 아이폰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보상판매의 이유나 명분보다는 보상판매로 하여금 신형 아이폰의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체에 큰 의의를 있을 소비자가 더 많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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