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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의 카메라 집착의 결실, iSight

 애플은 아이폰4부터 아이폰 카메라를 'iSight'로 부르고 있습니다. 아이폰을 통해 애플에 관심이 커진 사용자라면 iSight가 생소할 수 있겠으나, 맥 유저들에게 iSight는 '애플의 카메라'입니다. 애플이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iSight라는 카메라 브랜드는 10여 년 간 애플 소비자들에 새겨졌습니다.




애플의 카메라 집착의 결실, iSight


 애플이 아이폰 카메라로 iSight를 내세운 이후 계속해서 신제품 아이폰의 카메라를 핵심으로 내세웠습니다. 일종의 집착과 같은 애플의 카메라 사랑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iSight는 올해로 10살입니다. 그리고 가장 우수한 스마트폰 카메라 중 하나가 되었죠.




웹캠



 애플의 카메라 역사는 1994년에 출시된 디지털카메라인 '퀵테이크 100(QuickTake 100)'부터 넘어가야겠지만, 1997년 소리소문없이 단종되버린 뒤 6년이 지나 iSight라는 웹캠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애플은 2002년 아이챗(iChat)을 선보였고, 2003년에 비디오 채팅이 가능한 '아이챗 AV(iChat AV)'를 공개했습니다. 그와 함께 비디오 채팅에 사용할 수 있는 웹캠으로 iSight를 출시하게 됩니다. 상당히 깔끔한 디자인으로 성능도 당시 나온 웹캠 중 최상위였고, 가격도 $149로 대부분의 웹캠보단 고가였죠. 이후 2005년 말부터 생산된 맥북에는 내장형 iSight가 추가되었고, 2006년에 외장형은 단종됩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비디오 채팅을 위한 카메라가 iSight였습니다.

 그런데 iSight는 상당한 인기를 얻습니다. 당시 대부분 웹캠이 30만~35만 화소의 싸구려 저가 제품이었는데, iSight는 640X480 비디오 해상도와 130만 화소, 1280x960의 사진 해상도를 제공했습니다. 그나마 로지텍이 그에 준하는 고사양의 웹캠을 제작했지만, 가격이 $340 수준으로 애플은 거의 반값에 iSight를 보급했던 것입니다. 캠코더가 유행하던 시기였고, 막 디지털카메라로 넘어가던 차에 제조사들이 캠코더나 디지털카메라에 웹캠 기능을 넣어버리면서 웹캠 회사들은 고가 웹캠보다는 $30 수준의 저사양 웹캡을 보급하는 것에 치중했는데, 사양이 어떻든 $30면 살 수 있는 웹캠을 가격이 아무리 내렸다고 한들 일반 소비자가 $149에 사겠느냐는 예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이를 깨버리고 고성능의 웹캠을 팔아치웁니다. 둥글둥글한 형태가 아닌 원통의 세련된 디자인도 한몫했죠. (로지텍은 2006년이 되어서야 좀 더 세련된 형태의 웹캠을 내놓을 수 있었는데, 애플은 그때 난 모른다는 듯이 내장형으로 이전해버립니다.) 여기에 덧붙여 아이챗을 사용하기 위해 $29.95를 내도록 하면서 추가적인 업그레이드 비용도 거둬들였습니다. 꽤 많은 단점도 있는 제품이었지만, 포브스 등이 집중 조명할 정도로 주목받았고, 에어포트와 더불어 애플의 가장 성공적인 주변기기로 꼽히기도 합니다.



 애플이 카메라에 본격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한 것이 이 웹캠부터입니다. 만약 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계속해서 퀵테이크나 만들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굳이 iSight라는 고사양 웹캠을 내놓은 것은 '확장성'때문입니다. 재미있게도 iSight는 아이챗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도난 시 스냅샷을 촬영하거나 키트를 조립해 집 밖에 CCTV로 사용하거나 움직임을 포착해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는 등에도 사용됩니다. 서드파티 업체들이 키트를 판매하기도 하고, iSight를 이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한 것인데, 흐릿한 이미지로 비디오 채팅에나 써야했던 형편없는 싸구려 웹캠으로는 하지 못했던 것이 iSight로는 가능했습니다. 보급까지 수월하니 서드파티 업체엔 나쁘지 않았고, 확장성을 생각하면 소비자에게도 좋은 제품이었죠.

 분명 카메라 자체로 비교했을 때 함께 출시되던 캠코더 제품보다 못했습니다. 그러나 웹캠으로는 훌륭했고, 독립적으로 PC를 통한 확장성을 가지기에 적합하도록 제작했습니다. PC를 위한 '카메라'였죠.




iSight




 웹캠으로부터 넘어 온 iSight라는 카메라 브랜드는 이제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이어져 있습니다.

 아이폰 카메라가 iSight로 소개되었을 때 왜 전면 카메라가 아닌 후면 카메라를 iSight로 부르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제 전면 카메라는 페이스타임 카메라로 불리지만, 어쨌든 아이챗에 사용하던 iSight가 비디오 채팅을 위한 전면 카메라가 아닌 후면 카메라를 지칭했다고 말이죠.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iSight가 비디오 채팅용 카메라를 말하는 것이 아닌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에 애플이 만들고 싶었던 카메라는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위한 '카메라'였습니다. 그리고 iSight에 포함된 확장성이었죠.

 아이폰을 위한 수십 개의 카메라 렌즈 악세서리가 판매되고 있으며, 맥월드에서는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가 상영되고, 아이폰 사진전인 IPPAWARDS(iPhone Photography Awards)를 벌써 7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버버리는 아이폰5s로 런웨이 풍경과 모델 등을 촬영하여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을 iSight로 촬영했다는 것입니다.

 iSight가 디지털카메라보다 성능이 떨어지든 따라잡지 못하든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성능의 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iSight라는 브랜드의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것이 더 크게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애플이 iSight 웹캠에서도 집착했던 것으로 카메라가 애플 제품에 적절하게 녹아들면서 독립적인 카메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버버리가 런웨이를 촬영하기 위해 아이폰5s를 사용한 것이지 전화를 하거나 음악을 듣기 위함을 아니었죠. 행사가 끝난 뒤 제품을 애플에 반납했는지 직원들에게 나누어 줬는지 알 수 없지만, 버버리는 아이폰의 iSight만 필요했고, 사용했습니다.

 애플은 카메라가 회사가 아니지만, iSight라는 카메라를 팔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스마트폰 회사들도 카메라를 탑재합니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QR코드 스캔, 증강현실 등 갖가지 기능을 활용하려면 당연하게 붙어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iSight처럼 독립적인 카메라를 내세우는 스마트폰은 없습니다. 루미아 1020의 카메라 성능이 훨씬 좋지만, 카메라의 독립적인 브랜드성은 iSight가 앞서있죠.

 그것은 스마트폰에 카메라 센서를 탑재하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마치 빅맥과 코카콜라를 함께 들고 있지만, 잘 결합한 그런 느낌입니다. 다만, 독립적이기에 확장성이 부여되죠. 코카콜라는 와퍼랑도 잘 어울리니까요.




애플 카메라




 별거 아닌 브랜드 포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틀린 말도 아니죠. 그러나 그 브랜드 포장을 10년 째하고 있고, 이만하면 성공적입니다. 포장이 되었든 색칠이 되었든 가장 인기있고, 사랑받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니까요. 4slr이니 5slr이니 애칭도 있고 말이죠.

 애플은 카메라 회사를 자처하지 않습니다. 단지 가장 멋진 웹캠을 만들었다, 가장 멋진 스마트폰 카메라를 만들었다를 얘기하고 싶다는 것에 치중합니다. 그게 바로 애플이 매번 아이폰의 카메라를 강조하고, 광고 영상까지 만든 이유일 겁니다. 단순하고 유치하지만 매력적이죠.

 그 단숨함과 유치함에 대한 집착이 iSight라는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