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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iOS7 독도 논란에 나선 김장훈, 불매로 본질을 흐려선 안된다

 애플의 iOS7 독도 표기 문제가 그저께 불씨가 되더니 어제는 타올랐습니다. 언론사들의 붙여넣기 기사가 한몫했지만, 그와 함께 연예인 한 명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가수 '김장훈'씨입니다.





iOS7 독도 논란에 나선 김장훈, 불매로 본질을 흐려선 안된다


 김장훈씨는 어제 iOS7의 독도 표기 문제를 가지고 자신의 미투데이에 '애플 제품 불매운동을 하자'는 내용을 게재했습니다. 독도지킴이로 활약 중이니 이해할 만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불매운동



 '애플은 정말 무개념이군요. 새운영체계인 iOS7에 독도는 일본땅이라니ㅜ세계적인 회사로써 오직 자본주의와 시장논리에만 입각하여 진실에 등을 돌린 애플은 일찍이 반크가 우려하고 항의했던 디지털제국주의의 표상입니다.그렇다면 간단합니다.애플제품을 안산다면 바뀝니다.불매합시다.'

 ' 애플의 독도오류에 대해truthofdokdo.com(서버보완중,내일쯤 열릴듯)을 링크걸어 논리적항의메일을애플본사에 보내 인식시킴,정부에서 놓친 지도표기관련사항이 있다면 수정, 불매캠페인등(한국발매가11월이후라 지루한 싸움될듯ㅜ)많은 단체들과 다각적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 김장훈 미투데이 (http://me2day.net/concertking) -


 그가 미투데이에 남긴 글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좀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수긍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닙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봐도 좋고, 현재 독도 표기 문제의 본질은 언급하지 않아 부족한 것 같지만, 봐줄 만은 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밑의 태그 부분에 추가적인 내용이 기재되었습니다.


 '저는 일본제품도 불매운동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허나, 이번 애플사태는 참을수가 없네요. 그릇된, 시장논리로만 기업을 운영한다면, 보여주면 바뀌겠죠. 한국에서 애플 안팔리면요. 보여주고 되돌립시다. 독도는 한국땅으로..애플제품,불매합시다.(반댓글이 올라오면 애플직원으로 간주하겠슴다ㅎ)'

 ' 아이폰5씨리즈 첫주판매량이, 미국68%,일본이무려13%(일본에 비빌만 하죠.)MS,구글도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안하나 현실적으로,모두와 싸울순 없고,애플을 반면교사로 교훈을~미국소또한 한국민초들이 똘똘뭉친결과 한미FTA재협상때 말도 못꺼냈죠.애플쯤이야~불매합시다.지금부터!'

- 김장훈 미투데이 (http://me2day.net/concertking) -




본질


 김장훈 씨와 싸우자는 건 아닙니다. 그간 좋은 일 많이 하신 거 잘 알고 있고, 평소에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걸 벗겨두고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과 현재 국외 지도 서비스의 전반적인 사정은 접어둔 채 '애플을 반면교사'로 내세우자는 의견은 수긍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이해가 가지도 않습니다.

 국내 OS X의 점유율은 2.3%입니다. MS의 윈도우는 90%를 넘기고 있죠. iOS의 점유율은 5.4%입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90%를 넘기고 있죠. 문제는 이 둘조차 독도를 독도라 표기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더 재미있는 건 애플은 지도에는 독도라고 표기해뒀습니다. 국가 설정을 일본으로 하면 죽도로 표기되나 그 외 국가에서는 독도라고 표기합니다. 구글은 어떨까요? 한국 지도에는 독도라고 표기했지만, 그 외 지도에는 모두 독도라고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더 문제라고 묻는 게 아닙니다. 실상 공격적으로 불매운동이라는 가장 큰 소비자 권리로 기업을 공격할 생각이었다면 구글을 공격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어차피 안 팔리는 애플을 불매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으며, 어차피 애플 제품 사지도 않던 사람들 선동해서 반면교사라니요. '애플쯤은 불매운동 해서 끝장내버릴 수 있다는 얘기고, MS와 구글도 독도 표기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현대 차와 폭스바겐 차 모두 에어백이 안 터졌는데, 현대차는 국내 점유율도 높고 현실적으로 안탈 수도 없으니 폭스바겐을 불매하자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걸까요?

 이번 애플의 표기 논란은 지도 표기 문제가 아니라 사진 앨범에서 지오태깅에 문제가 있었던 부분입니다. 애플 쪽에서 이를 파악하고 수정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 지도 표기 자체는 일본을 제외하고 독도라고 제대로 표기하고 있으니 국내 반응에 즉각적으로 수정에 들어갈 것으로 필자는 생각합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지역 연관성을 높이기 위해 수정을 했으며, 오래전부터 적용한 글로벌 정책에 맞춘 것이지 어떠한 정부의 요청과도 관련이 없다','독도의 주소를 복구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못 박은 구글보다 수정 여지가 있는 애플이었기에 필자도 어제 'iOS7 독도 표기 논란, 지도 데이터에 대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글을 통해 강력하게 애플을 비판했던 겁니다. 이미 iOS6에서 독도 문제로 논란이 있었으므로 좀 더 신경을 써야 했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거였죠. 순전히 애플이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는 겁니다. 적어도 수정 의지 자체는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의 발언은 '애플 불매'라는 프레임에 갇혀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면 애플 직원으로 간주하겠다니, 저도 이제 애플 직원인가요?

 애플은 현재 국내에 서버를 두고 SK M&C의 지도 데이터로 국내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데이터는 사용하면서 애플이 자체적으로 수정할 수 있으며, 단지 확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대신 GPS 데이터는 국내 업체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부 규제 덕분이죠. 당연히 GPS 데이터는 해외 업체의 데이터이며, 지오태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게 애플만일까요? 해외 지도 서비스 업체 모두가 겪는 문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데이터 반출 규제를 푸는 것이고, 국내 지도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운 다음 해외 지도 업체들이 우수한 국내 지도 업체 데이터를 사용하도록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불매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소모전으로 풀어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만 애플 제품 안 사고, 안 보면 해결될 문제는 애초부터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모두와 싸울 수 없다고 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가장 바른 자세는 정부의 지도 반출 의지와 규제 완화 요구, 그리고 국내 IT 업계를 살려 우수한 지도 업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걸 보지 못하고 무작정 불매운동을 외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개인의 의견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같이 불매하자고 선동하고, 이에 반박하면 애플 직원으로 간주하겠다는 건 매우 실망스럽고 안타까우며, 여태까지 그가 했던 독도 알리기 운동 자체를 갉아먹는 것입니다.




아쉬움



 필자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그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쉬워서입니다. 만약 이번 독도 표기 문제의 본질을 그가 이해하고,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하여 공론화하였다면 국민들의 관심도 작은 목소리에서 큰 목소리로 바뀌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플이라는 벼룩에 화살을 돌린 탓에 호랑이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과 벼룩 잡자는 사람을 둘로 갈라놓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손가락질하며 누가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의 논쟁으로 번지게 한 것은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정부가 이에 대처하는 것을 늦추게 합니다.

 국민들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필자가 외치는 목소리보단 그의 목소리가 클 것이고, 그렇다면 이 글보다 좀 더 많은 국민이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그걸 놓쳐버린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필자는 그가 본질을 이해하고, 경솔했던 발언을 밟아 독도를 지키고자 하는 그 마음으로 올바른 활동을 계속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추가.

 김장훈씨가 트위터(https://twitter.com/concertkim)를 통해 어느 정도 문제 인식을 하고 인정하는듯 내용은 주셨습니다. 중요한 건 이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공론화하시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이겠죠. 뭐.... 여전히 애플에 포커스를 맞춘 그대로이긴 하지만요....


iOS7 독도 논란, 김장훈씨 밀어내지 말고 함께하길 바랍니다 - http://hrmac.tistory.com/839

▲ 위는 김장훈씨의 '애플문제에 대해 속깊은 얘기전함..'에 대한 추가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