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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애플, 대부분 지역에 마이크로 USB 어댑터를 제공해야 할 것

 '아이폰을 사용할 때 어떤 점이 불편합니까?'라는 질문에 필자는 단연 '외부에서 충전하기가 어렵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수명이 이전보다 늘어나긴 했으나, 여러 기능들로 빠져나가는 배터리를 붙들기 위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보조배터리와 충전기를 휴대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그 중 가장 불편하죠.




애플, 대부분 지역에 마이크로 USB 어댑터를 제공해야 할 것


 일체형 배터리가 1차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보조배터리도 없고, 충전기도 없는 상황은 분리형 배터리를 채용한 스마트폰 사용자도 가끔씩 겪는 일입니다. 그렇게 편의점이든 아니면 외부에서 충전기를 빌려서 사용하든 충전해야 하는 때가 찾아오는데, 아이폰의 외부 충전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독자 규격'입니다.




충전 시스템 단일화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내부시장 위원회는 지난 26일, 표결을 통해 모바일 기기의 충전 시스템을 단일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강제적으로 유니버셜 충전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으로 무선 장비와 충전 기기의 통일을 통해 전력 낭비를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기업이 애플입니다.

 안드로이드 제품들은 모두 마이크로 USB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 USB는 스마트폰 등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만약 이번에 통과된 법안이 시행되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마이크로 USB가 기준이 될 것인데, 이 탓에 30핀 커넥터와 라이트닝 커넥터, 두가지 독자 규격을 사용하는 애플이 마이크로 USB를 탑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독자 규격으로 큰 비즈니스 시장을 구축해놓았습니다.  일단 정품 케이블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고, 서드파티 업체에 라이센스도 판매합니다. 이 독자적인 시장에는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만 참여할 수 있으며, 철저히 그 외 소비자를 배제합니다. 그러니까 이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선 애플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애플 사용자들에게 특별한 시장을 가진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마케팅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USB를 사용하게 되면 모두 끝나버립니다.




마이크로 USB 어댑터



 애플은 이미 유럽연합과 마이크로 USB 채용에 협의한 이력이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 독자 규격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계속 애플에 규격을 통일하라고 압박할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좀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도 있겠죠. 애플은 무시가 아닌 적절히 대응해야 합니다.

 애플이 독자 규격을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아이폰5에서 새로 선보인 라이트닝 커넥터는 앞/뒤 구분없이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고, 막 30핀 커넥터를 벗어나 새로운 라이트닝 커넥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므로 이를 포기했을 때 생길 막대한 피해는 피하고 싶겠죠.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유럽연합과 합의하여 마이크로 USB 충전기를 라이트닝 커넥터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크로 USB 어댑터'를 기본 제공하는 겁니다. 애플은 현재 마이크로 USB 어댑터를 26,0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이를 케이블과 충전 어댑터처럼 제품에 번들 형식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데, 몇몇 지역에는 이미 제공되고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유럽연합이 전면적으로 표준 규격을 내세운다면 유럽 지역 전체에 마이크로 USB 어댑터를 제공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겁니다.

 이건 결정적으로 지역간 소비자 차별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차별입니다. 라이트닝 커넥터가 장점이 우수하고 얼마나 좋든 소비자가 그걸 인정한다고 해서 독자 규격 사용에 대한 불편함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몇몇 지역, 더군다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 번들을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마이크로 USB 어댑터를 얻지 못하는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원성을 살 것입니다. 또한, 아예 이런 점을 들어 각 정부가 마이크로 USB로 통일하자는 골자의 법안 발의를 줄줄이 시행할 수 있고,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법안을 감당하려면 애플의 상황만 어렵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유럽 문제를 해결하고, 미리 예방을 하려면 마이크로 USB 어댑터를 대부분 지역에 미리 제공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독자 규격 시장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입니다.




독자 규격



 필자는 독자 규격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독자 규격을 통한 경쟁이 더 나은 기술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며, 라이트닝 커넥터는 기존의 불편했던 부분을 개선한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표준 규격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동의하는데, 대중들이 기술을 사용하는데 어려움 없이 접근하도록 하려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때 국내 피쳐폰의 충전 규격이 표준화되었을 때 제조사들이 독자 규격에 젠더를 따로 제공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조사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딱히 독자 규격의 장점이 보여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라이트닝 커넥트는 꽤 호평을 받는 쪽이고, 애플 사용자들도 마이크로 USB 통일을 모두가 바라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독자 규격의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라이트닝 커넥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융통성을 애플은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애플은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도 젠더를 번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유럽 전체 제공으로 퍼지게 된다면 지역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에 제공하는 쪽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며, 그렇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