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의 향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서 인수를 하게 될지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애플은 아예 40% 감원된 블랙베리의 직원을 대상으로 채용 조건을 내걸기도 했는데, 나머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블랙베리 인수에 생긴 변수
필자는 지난 '블랙베리 인수전, 향후 방향은?'에서 원래 인수를 하기로 계획된 페어팩스홀딩스가 인수하긴 어려울 것이고, 딱히 변수만 없다면 다른 글로벌 IT 기업이 인수하여 기술과 특허,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변수가 생겼습니다.
마이크 라자리디스
블랙베리 인수에 참여한 것은 이전에도 설명했지만, 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투자그룹과 개인 투자자도 있었습니다. 그 탓에 이들이 무쳐 컨소시엄을 형성할 가능성을 크게 점쳤던 겁니다. 이 상황에서 블랙베리가 사라지지 않을 걸 생각하는 쪽이 더 이상한데, 이 변수 탓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블랙베리의 공동창업자들이 블랙베리를 사들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9월 21일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를 통해 리서치인모션의 전 창업자이자 CEO인 마이크 라자리디스(Mike Lazaridis)가 블랙베리의 공동 입찰에 대해 PE(프라이빗에쿼티)사무소와 상담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페어펙스홀딩스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고, 그 전날 블랙베리의 40% 감원 발표와 매각 추진 기사가 났던 터라 라자리디스가 관심을 보인 것에 큰 눈길이 쏠리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블룸버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서류를 근거로 라자리디스와 전 부사장이었던 더글러스 프레긴이 블랙베리 지분을 8% 확보했으며, 나머지 92%를 인수하는 방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PE사무실에서 상담을 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블랙베리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수 의사가 있다고 증명되었습니다.
나머지 92%를 인수할 투자자를 구하거나 혹은 아예 단독으로 투자할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블랙베리는 어떻게 될까요?
변수
PE 상담을 했다는 것으로 볼 때 라자리디스는 블랙베리를 정상화할 생각입니다. 직접적인 경영에 참여하진 않겠지만, 과거 이사회 경험이 있었던 걸 미뤄볼 때 경영진에 영향은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투자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것은 아니고, 정상화 이후 다시 되팔아 그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게 PE, 프라이빗에쿼티를 낳는 방식인데, 투자자로서 블랙베리를 인수하는 것이지 어떤 기술 경영 철학이 있어서 인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라자리디스가 인수를 하게 되면 블랙베리는 당장 공중분해는 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나 이것이 블랙베리에 좋은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블랙베리는 40% 감원 발표를 하면서 신제품인 Z30을 선보였는데, 캐나다 통신사인 로저스가 판매를 거부하면서 자국 시장 공략이 불투명해졌고, 덕분에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정상화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공중분해를 막더라도 어떤 식으로 정상화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면 투자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투자만 끌어모은 뒤 델처럼 투자자들의 먹이로 전락해버릴 가능성도 큽니다.
라자리디스의 블랙베리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그것이 득인지 실인지 당장 판단할 수 없으며, 정상화 방안이 아예 IBM이나 델처럼 체제 전환으로 이뤄낼 가능성도 있으므로 흥미롭게 지켜봐야 합니다.
블랙베리
라자리디스의 인수 참여로 다른 기업들의 인수전은 무마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기업들이 블랙베리 인수에 공격적이지도 않았었고, 서로 눈치 보며 최대한 저렴하게 기술과 특허, 인력을 확보할 생각이었으므로 공격적으로 나선 라자리디스에 맞수를 들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만 본다면 구사일생이라 할 수 있으며, 역사 뒤편으로 사라질 걱정을 잠시 접어두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변수가 과연 블랙베리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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