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0월 22일 스페셜 이벤트를 가졌고, 새로운 하드웨어와 함께 OS X 매버릭스, 리디자인을 거친 iLife와 iWork를 공개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애플의 하드웨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했지만, 정작 이벤트를 통해 환호한 것은 가격이었습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무료화 정책, 무엇을 위한 것인가?
애플은 OS X 매버릭스는 물론, iLife와 iWork의 가격도 무료로 돌렸습니다. 이미 새 iOS7 기기 구매자들에게 무료로 돌아가게 한 것이었지만, 새 버전으로 넘어가는 것조차 무료화했으며, iOS와 함께 OS X용도 무료화하면서 애플 기기 사용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 장벽을 허물었습니다.
무료
iOS용 iWork는 페이지, 키노트, 넘버스 각각 9.99달러에 판매되었습니다. OS X용은 19.99달러였고, iLife는 맥을 구매하면 번들로 제공되었지만, 버전을 올리려면 결제를 해야 했고, iOS용은 각각 4.99달러에 판매되었습니다. 이 모든 게 싹 사라지고 전부 무료로 제공되는 것입니다.
OS X 라이언은 스노우래퍼드에서 업그레이드 시 맥앱스토어에서 29.99달러를 결제해야 했고, 마운틴라이언은 10달러 저렴해진 19.99달러에 판매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매버릭스는 무료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애플의 소프트웨어 무료화 정책은 크게 iOS7 전후의 경계와 OS X 매버릭스 전후의 경계를 나누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iOS7 이전 사용자들은 이미 구매를 했거나 유료 구매를 해야 하지만, iOS7 이후 사용자들은 무료로 받거나 무료로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OS X도 마찬가지죠. 단순히 이익 계산만으로 무료화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기에 무료화 정책을 내세운 겁니다.
그럼 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돌린 것일까요? 애플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판매로 나름의 이익도 얻고 있던 터인데 말입니다.
이에 대해 하드웨어 판매를 늘리기 위한 방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제품 판매량 하나 늘리고자 전체를 무료화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합니다. 하드웨어 판매량이 밀리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하드웨어 가격을 떨어뜨리는 편이 훨씬 나은 것임에도 굳이 소프트웨어 가격을 떨어뜨린 것인데, 어째서일까요?
이유
애플의 이런 무료화 정책으로 애플의 하드웨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진 않겠지만, 기존 구매를 미루고 있었거나 구매해놓고 쓰지 않았던 사람들을 끌어들일 장치로서 적절합니다. 당장 사용량이 그리 높지도 않은데, 새 버전을 내놓고, 이를 유료로 판매한다면 어떨까요? 구매는 둘째치고 업데이트도 늘어나진 않았을 겁니다. 구매해놓고 쓰지 않았던 사람들의 비중을 생각해본다면 말이죠.
하지만 무료로 내세우면 대부분이 다운로드를 진행하거나 업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새로운 기능, 새로운 디자인을 소개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죠. 그래서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했느냐입니다.
애플은 완전히 무료로 돌린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길들여 놓은 걸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이죠. 이미 OS X이나 iOS로 생산성 앱을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잘 알겠지만, 아이클라우드를 저장 공간으로 두는 제품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iWork나 iLife도 마찬가지고, 몇몇 작업물을 저장하기 시작하면 기본 제공되는 5GB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백업도 아이클라우드로 이뤄지니 백업 용량을 더하면 5GB로는 턱없이 부족하죠.
1년 단위로 10GB 추가에 20달러, 20GB는 40달러, 50GB는 100달러입니다. iWork는 둘째치고, 가라지밴드나 아이무비의 작업물까지 아이클라우드로 저장되므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면 결제하는 시기가 어느 순간 나타날 것입니다. 그럼 사용자는 어떻게 할까요? 저장 파일을 지우거나 결제를 해야겠죠. 그게 아니면 하드디스크로 옮길 수도 있겠지만, 수동이 아닌 자동으로 앱마다 저장 파일을 구분해주고, 작업물을 여러 기기에서 똑같이 사용할 수 있으며, 언제든 하드디스크에 꺼내어 쓸 수 있는 아이클라우드에 길든 사용자라면 쉽게 그 매력을 놓지 못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iOS 기기라면 용량 부족에 더 시달릴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다른 걸 무료로 돌렸으니 아이클라우드를 무조건 결제하겠지'라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돌린 것으로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 iOS 기기 사용자들의 맥 구매에 기여하거나 아이클라우드에 기여하는 등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으므로 신규 사용자의 유입을 위한 것이 아닌 기존 사용자들의 사용자 경험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무료화 정책을 바라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럼 iWork나 iLife는 그렇다 치고, 매버릭스는 왜 무료일까요? 이는 정말 간단한데, 스노우래퍼드 사용자나 라이언 사용자가 여전히 많고, 이 탓으로 OS X 자체가 통합되지 않고 있으므로 전체적인 점유율을 상위 버전으로 돌려놓기 위함입니다. OS X이 무료가 되었다고 해서 맥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 또한 신규 사용자 유입을 위한 것으로 볼 순 없고, OS X 자체적인 정리를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이렇게 정리를 한 다음 한발 더 나아갈 순 있겠지만, 아직은 여기까지입니다.
여유
애플이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전환한 것은 그 나름의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하드웨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했다고 보기 어렵게 만들고, 실제 하드웨어 판매량이 이 영향으로 늘어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애플의 인사이동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데, 팀 쿡이 애플의 지휘봉을 잡고 인사를 개편할 때 서비스 부문의 에디 큐에게 아이클라우드와 iWork, iLife, 지도, 아이튠즈 등을 모두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원래 소프트웨어 부문에 있던 것을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놓은 것만으로 애플이 왜 무료로 전략을 구성하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죠.
이번 무료화는 애플의 전체적인 전략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성장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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