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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APPLE Geek Bible

아이패드 '에어', 프로를 위한 발판이 전부일까?

 아이패드 에어는 7.5mm의 얇은 두께와 1파운드의 가벼운 무게를 지녀 '에어(Air)'라는 접미사가 어울리는 제품입니다. 그런데 에어라는 명칭이 낯설진 않습니다.



아이패드 '에어', 프로를 위한 발판이 전부일까?


 애플은 맥북 라인을 두 가지로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로 나누고 있습니다. 좀 더 나눠보자면 '맥북'이 있었고, '맥북 프로 레티나'로 나누어지지만 지금은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둘로 구분 짓게 됩니다.




프로




아이패드는 1세대 명칭이 '아이패드'였고, 2세대는 '아이패드2'였으며, 3세대에 '뉴 아이패드'라고 불렸고, 4세대는 그냥 '4세대'였습니다. 그러니 공식적으로 접미사가 붙은 아이패드는 처음이고, 아이패드2의 넘버링 명칭이 빼고는 굳이 따지면 아이패드 미니가 있겠지만, 9.7인치 제품에서 '에어'라는 명칭은 상당히 특이한 것입니다. 가령 새로운 아이패드가 '아이패드 에어 2세대'일지 다른 명칭이 될지 알 수도 없죠.

 그런데 맥북 에어를 생각했을 때 맥북 라인처럼 나뉘지 않을까하는 답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필자도 에어라는 명칭을 듣자마자 그 생각을 했고, 씨넷은 발표 직후 '아이패드 에어가 아이패드 프로의 전조?'라며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이 12인치 아이패드를 준비 중이라는 루머가 떠돌고 있고, 이런저런 정황과 함께 서피스처럼 생산성에 특화된 아이패드를 특별히 내놓을 것이라는 내용이 아이패드 에어와 맥북 라인이 겹쳐 보이면서 아이패드 프로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름만 보면 아이패드 프로가 내년이면 등장할 것 같습니다. 또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키보드 커버의 특허도 가지고 있고, 터치 인터페이스에 맞춰진 생산성 소프트웨어도 늘어나고 있으니 현재 아이패드보다 좀 더 나은 성능과 커진 화면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iOS7으로 기업을 위한 기능 강화를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이패드 프로의 발판으로만 아이패드 에어라는 명칭을 사용했을까요? 그럴 생각이었다면 아이패드 프로가 출시된 이후라도 늦지 않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부각하려면 그러는 편이 낫죠. 그렇게 해야 9.7인치 아이패드보다 새로운 느낌으로 마케팅할 수 있고, 만약 아이패드 프로가 상반기에 출시되기라도 한다면 아이패드 에어를 뒤쪽에 발표하는 것이 아이패드 에어를 더 세련되게 포장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 아이패드 에어가 등장한 시점에 프로가 상반기에 출시된다면 에어는 뉴 아이패드 꼴이 날 것이고, 아이패드 에어와 함께 내놓을 생각이었다면 벌써 서두를 이유로 부족하다는 겁니다.



에어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맥북 라인처럼 만들 생각임은 분명합니다. 그건 이미 뉴 아이패드가 등장했을 때도 나왔던 얘기인데, 당시엔 아이패드 미니가 없었으니 두고, 현재는 두 가지 버전의 아이패드를 두고 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아이패드를 브랜드로 사용할 것인지, 단순한 제품 이름으로 사용할 것인지의 차이인데, 에어가 등장하면서 아이패드를 두고 미니와 에어로 명칭을 나누었습니다. 덕분에 명칭에 대한 구분이 편해 소비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고, 아이패드가 더 큰 개념으로 자리 잡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를 어떻게 볼 것 인가?'하는 겁니다. 이 두 제품은 크기와 무게를 빼고 사양이 같습니다. 그러니까 소비자가 선택해야 할 것은 크기와 무게, 그리고 가격이 전부인데,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죠. 9.7인치 아이패드는 크고, 높은 사양, 높은 가격의 제품이었다면, 아이패드 미니는 작지만 낮은 사양, 낮은 가격의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2세대는 크기, 무게, 가격을 제외하고는 동일 선상에 있는 제품입니다. 소비자 선택권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더 확고해졌고, 동같은 위치에 두기 위한 것으로 아이패드 에어라는 명칭을 둔 것이라면 이전 제품들과의 위치를 달리하는 제품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아이패드 에어와 프로만 두고 본다면 아이패드 에어를 지금 꺼내놓는 건 좋지 못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 에어를 동일하게 두고,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는다면 제품의 구분을 더 뚜렷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를 진짜 내놓을 때 얘기겠지만, 에어의 명칭이 당장 제품 포지셔닝을 옮기는 것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 단계에서는 아이패드 에어를 아이패드 프로의 발판으로만 보기보다는 아이패드 미니와의 관계와 둘의 포지셔닝 변화에 따른 아이패드 점유율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좋고, 아이패드 에어라는 명칭은 그것의 실마리입니다.

 명칭만 볼 것이 아니라 현재의 아이패드 라인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를 교육용으로 내세우려 했으나, 오히려 아이패드 2를 남겨놓았고, 아이패드 미니의 성능은 더 올렸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 미니 2세대와 아이패드 2의 가격이 같습니다. 어처구니없는 가격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패드 2의 수요는 둘째치고 시장조사기관 로컬리틱스(Localytics)의 보고서를 보면 아이패드 미니 1세대의 가격이 아이패드 4세대보다 낮았음에도 아이패드 4세대의 점유율은 1% 높았습니다. 그러니까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크기나 가격의 차이보다 성능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것이고, 경제 논리로는 아이패드 미니의 점유율이 더 높았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아이패드 4세대의 점유율이 약간의 차이지만, 더 높았던 겁니다. 거기다 아이패드 2의 점유율은 38%로 가장 높았으니 애플로서는 아이패드 2를 계속 판매할 명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패드 미니의 성능을 올리면서 아이패드 에어와 같게 두고, 아이패드 2와 아이패드 미니 2세대를 똑같이 399달러에 판매합니다.

 9.7인치의 큰 아이패드를 구매하려면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2중에 선택해야 하는데, 아이패드 2의 가격이 아이패드 미니 2세대와 같으니 충분히 고민에 빠질 겁니다. 아이패드 미니 2세대의 성능이 아이패드 에어와 같으니까요. 그럼 큰 화면을 포기하고 성능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큰 화면과 성능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아이패드 에어를 선택할 것인지 아이패드 2가 있음으로써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2세대에 모든 것이 집중됩니다. 그것은 아이패드 에어라는 새로운 명칭을 얻은, 프로가 생각나 약간 모자란 듯 보이는 것이 아이패드 2의 갈림길이 되면서 신제품 판매에 영향을 끼칠만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이번에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의 구분이 성능과 가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걸 소비자들이 인식하게 되면 이후에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하더라도 더 수월할 수 있으니 애플은 현재의 이득과 그 뒤의 이득까지 함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




 에어라는 명칭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단지 프로의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발판이 되지 않더라도 당장 아이패드 판매에 영향을 끼치도록 성능과 가격을 조정하면서 이유를 갖추도록 했습니다. 프로를 떼놓고 보더라도 괜찮은 이름짓기입니다.

 이를 통해 아이패드 2의 점유율을 끌어내리고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2세대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으로 이전 아이패드 라인과 새로운 아이패드 라인의 구분을 분명하게 합니다. 아직 아이패드 2와 아이패드 미니 1세대가 있지만, 거의 안중에 없는 제품이라 봐도 좋을 만큼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2세대가 꽉 잡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애플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신제품의 판매량도 있겠지만, 두 제품 모두 A7 프로세서를 장착한 것으로 64비트로의 이행을 촉진한다는 것과 명칭만의 구분만이 아닌 프로의 출시를 실제로 도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패드의 새로운 세대가 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