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IT의 만남은 필연입니다. 의학의 발전이 밀착하기 위해선 IT를 더욱 품을 수밖에 없죠. 건강관리를 위한 IT 제품의 출현은 수년 사이 급증했습니다. 칼로리나 심박수 측정은 기본이고, 혈압, 혈당의 지속적인 측정이나 파킨슨병, 치매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크게 발달합니다.
애플의 의료 센서 전문가 영입의 의미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IT 업계에게 의료 분야는 새로운 먹거리입니다. 사업 확장의 기회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접근은 쉽지 않습니다.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등이 어려운 탓은 아닙니다. 사용자층이 뚜렷하고, 건강이라는 민감한 부분을 돈만 보고 달려들어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이 불구덩이에 뛰어들 모양입니다.
9To5Mac은 지난 21일, '애플이 의료 센서 분야의 전문가를 계속 영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유명한 인물로는 얼마 전 영입한 사노 인텔리전스(Sano Intelligence)의 낸시 도허티(Nancy Dougherty)와 바이탈 커넥트의 라비 나라시만(Ravi Narasimhan)입니다. 허티는 사노 인텔리저스에서 하드웨어 개발을 담당했고, 나라시만은 R&D 부문 부사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낸시 도허티는 사노 인텔리전스에서 나노 바늘과 센서를 이용해 혈액의 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패치의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이 패치는 포도당이나 칼륨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데, 센서 기술을 웨어러블 제품에 포함할 수 있다면 기존 바늘로 찌르거나 센서를 체내에 삽입하던 혈액 분석 제품들과는 다른 자리에 놓일 것입니다.
나리시만은 연구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었는데, 하드웨어 개발에 직접 참여했는지 알 순 없습니다. 그러나 센서 개발을 지휘할만한 전문적인 지식은 갖추고 있으며, 그가 바이탈 커넥터에서 했던 일은 피부 온도, 호흡 속도, 보행 형태를 감지하는 센서의 연구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수십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15개가 특허 등록 보류에 있습니다. 이 또한, 웨어러블과의 융합을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의료 전문가 영입을 웨어러블에만 의미를 둘 수 있을까요? 기능을 첨가한 웨어러블 기기를 상상할 수는 있겠지만, 기능이 들어간다는 것만으로 전부 설명할 순 없습니다. 비슷한 기능의 센서는 아주 많이 존재하고, 기능 자체로만 본다면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특별함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건 누구보다 애플이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에 특별함이란 거창한 게 아닙니다. 의료 분야라는 것이 일상과 밀접한 부분이긴 하지만, IT와의 접목은 아직 낯선 상태입니다. 스마트폰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 이미 존재하더라도 당뇨병에 걸린 환자가 아니라면 그 존재를 잘 알지 못합니다. 뚜렷한 사용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위에 언급된 두 인물은 의료 센서 전문가라는 것과 함께 한 가지 공통점을 더 지닙니다. 낸시 도허티가 개발에 참여했던 혈액 분석 패치는 붙이기만 하면 사용자가 인식하지 않아도 측정을 해내도록 고안되었습니다. 나리시만의 연구도 그렇습니다. 센서를 통해 알아서 감지하게 되어 있죠. 애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웨어러블과 건강 관리의 융합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애플의 계획을 웨어러블로 단정 짓기 전에 보자는 얘기입니다.
만약 웨어러블이 아닌 독립적인 의료 기기를 애플이 만든다? 이 말을 믿으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기만 하는 제품을 애플이 내놓을 것으로 생각하긴 어렵죠. 그럼 특정한 그릇에 기술들을 담아내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릇은 대중성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릇의 대중성은 결과적으로 건강관리의 대중성으로 이어집니다.
혈당 측정을 일반적으로 모두 할 필요는 없지만, 그 외에도 포함할 수 있는 부분은 많습니다. 건강 관리의 개인화라고 해도 좋을 테고, 중요한 것은 애플의 의료 센서 전문가 영입이 웨어러블이든 다른 어떤 그릇이든 대중성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애플이 어센텍(Authentec)을 인수해서 도입한 것이라고는 지문 인식으로 아이폰의 잠금을 풀고, 앱스토어에서 결제하도록 한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터치 ID는 사용자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건강 관리를 같은 맥락에서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건강 관리가 사용자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동하며, 의료라는 밀접한 분야에 IT로 대중성을 부여하는 것.'
어떤 형태의 제품이든 애플이 전면적으로 특정 인재를 고용하고, 거기서 나타난 공통점을 본다면 의미는 뚜렷합니다. 이제는 불구덩이를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갈지 지켜보는 것이 남아있겠죠. 당장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내다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기대감까지 숨기진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얼마 전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 X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의학용 '스마트 콘텐트 렌즈(Smart Contact Lens)'를 선보였습니다. 이 렌즈는 매 초, 눈물 속에 포함된 당분을 측정하여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또한, LED를 장착해 당의 수치에 따라 사용자에게 알림을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구글을 밝혔습니다.
이 제품이 가까운 시일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웨어러블, IT, 의료가 뭉쳤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제시한 프로젝트입니다.
사실 구글이 제시한 렌즈나 애플이 도입할 것처럼 예상되는 혈당 측정 방식은 아직 그렇게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대중성은 얻을 수 있을 수 있겠지만, 환자들이 불안정한 방식으로 혈당을 측정하려 하진 않겠죠.
허나 애플이 구글처럼 혈당 측정을 기능으로 도입할 것이라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무엇이라도 앞서 갈 필요는 없는 겁니다. 단지 혈액을 분석하는 패치의 개발자를 영입한 것이며, 이것이 곧바로 적용될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완전히 다른 측정 기능이 포함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핵심은 건강 관리의 대중화에 있다는 점만 생각해둔다면 애플의 영입에 의미를 두기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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